• [노무상담] 하루 16시간 근무에 월급 78만원… 하루 휴가 가면 ‘벌금’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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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18 14: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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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비정규직](상) 중학교 ‘감시직 노동자’와 24시간 동행 르포

 

ㄱ씨(70)는 지난 7일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쯤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로 출근했다. 그는 흔히 ‘수위 아저씨’ 혹은 ‘당직 기사’로 불리는 감시직 노동자다. 그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6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기자가 ㄱ씨와 함께 당직근무를 섰다.

ㄱ씨는 출근하자마자 행정실의 전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결해 놓았다. 이때부터 그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사실상 혼자 처리한다.

저녁식사는 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의 점심용으로 준비했다가 남은 밥으로 때웠다. 식사 중에도 4차례나 전화기가 울렸다. 체육관 문을 열어달라는 전화에 그는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체육관에 다녀왔다. 그는 “우리를 고용한 용역업체는 식사시간이 휴게시간이라고 하지만 마음 놓고 밥을 먹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 텅 빈 학교서 라면으로 끼니… 주말 연휴엔 3일 연속 근무도
용역업체 고용 신분 불안까지

땅거미가 지자 오후 7시쯤 ㄱ씨는 학교 안에 있는 130개의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들고 다니는 열쇠만 14개다. 문만 잠그는 게 아니라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는지, 수도에서 물이 새진 않는지도 확인했다. ㄱ씨가 문을 잠그는 데 걸린 시간만 한 시간이다. 이어 자정 전까지 두 차례 순찰을 돌았다. 그는 “야간에 학교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며 “밤에는 내가 교장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교무실 한쪽에 자리잡은 숙직실에 몸을 누였다. 그러나 깊이 잠들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경보음이 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보음이 울리면 신경이 곤두선다. 경비업체를 부를지 말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깊이 자다 경보음을 듣지 못하면 큰일난다”면서 “그 긴장감 때문에 마음 놓고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휴일과 명절 연휴에 감당해야 하는 장시간 근무가 힘들다고 했다. 주 5일제가 시작되면서 주말 내내 학교를 떠날 수 없다. 주말엔 매주 금요일 오후에 출근해 월요일 아침에 퇴근한다. 꼬박 64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재작년 추석에는 학교에서 8박9일을 혼자 지냈다. 그는 “학교에서 속옷을 빨아 입고, 식사는 라면으로 때웠다”면서 “만약 휴가라도 가려면 평일 3만원, 주말 5만원의 대리근무 비용을 용역업체에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ㄱ씨가 인정받는 근무시간은 절반에 불과하다. 용역업체는 근무시간 중 8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ㄱ씨가 받는 월급은 78만원이다. 하루 일당이 3만원도 채 안된다. 최저임금 이하다. 2005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월급이 68만원이었으니 7년 동안 고작 10만원 오른 셈이다.

ㄱ씨는 힘들어도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결혼한 아들한테 매달 50만원씩의 생활비를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손주를 봐줘야 하기 때문에 최근 남양주로 이사하면서 출퇴근 거리가 더 멀어졌다.

야간에 학교를 지키는 당직근무는 당초 경비 및 시설물 수리를 하던 수위와 학교 교사들의 업무였다. 그러나 수위직이 없어지고 교사들도 당직근무를 기피하면서 용역업체에 업무를 위탁한 것이다. 감시직 노동자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별로 없다.

ㄱ씨는 “월급도 문제지만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더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나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 오는 날에 혼자 남아 있으면 처량한 기분에 빠진다”면서 “ ‘아! 이게 세상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오전 5시 ㄱ씨는 학교 안에 있는 문 130개를 열고 학생과 교사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일찍 등교한 운동부 학생들은 이씨를 보고 휙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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