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젊은이 앉고 노인은 서고 ‘철도예매의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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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15 13: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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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스마트폰 예매 일반화… 현장 판매분 따로 없어
ㆍ코레일 “무대책” 팔짱

 

휴일인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 열차를 기다리는 60여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은 승차권을 들고 개찰구를 통과하는 동안 노인들은 시계를 보며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렸다. 노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차표를 사기 위해 영등포역을 찾은 한정구씨(77)는 메모지에 열차 출발 시간을 옮겨 적고 있었다. 며칠 뒤 대전에 내려가야 한다는 한씨는 “집에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도 할 줄 몰라 할 수 없이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차에서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노인들은 서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도 피곤할 텐데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할 수도 없어 서서 갈 때가 많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역에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던 신모씨(77)도 “늙은이들은 원래 고생스럽게 살아와서 으레 그러려니 한다. 인터넷을 할 줄도 모르고 떨어져 사는 자식들을 귀찮게 하기도 싫어서 그냥 미리 나와서 승차권을 산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78)는 “몸이 아파서 입석으로 서울까지 올 수가 없어서 부산역에서 3시간 정도 기다려 서울행 왕복 승차권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일상생활 속에서도 정보기술 격차(디지털 디바이드)가 확연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철도 역사다.

스마트폰에 능숙한 젊은 세대는 예약문화가 일상화돼 있지만 노인들은 점점 좌석 열차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좌석표를 구하려면 출발 며칠 전에 기차역으로 직접 찾아가 승차권을 예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서 있고 젊은이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열차 풍경이 흔한 모습이 됐다.

지난 10일 김동렬씨(71)는 서울 영등포역에서 대전역까지 입석을 타고 갔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내려가는 시간이 애매해 표를 예매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볼일을 마치고 영등포역에 도착하자 기차표는 이미 매진됐다.

김씨는 “인터넷으로 표를 다 팔아버리니 우리처럼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나이든 사람들은 계속 서서 기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노인들은 기차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승차권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할 줄 몰라 입석을 이용한 적이 많다는 홍윤표씨(72)는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좌석 비율을 정해놓으면 노인들이 선 채로 기차를 타야 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현장에서만 발매하는 좌석 비율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있다. 올해 1~5월까지 온라인으로 열차 승차권을 예매한 비율은 43.6%로 현장 발매비율(42.2%)을 앞섰다. 그러나 현장 발매표의 상당수가 입석 승차권이기 때문에 실제 온라인으로 좌석을 예매하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가격이 싸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무궁화호는 좌석의 105%까지 입석 승차권을 팔기 때문에 노인들은 입석표를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코레일 측은 “우리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뿐이고 선택은 승객들의 몫”이라며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표를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불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는다기보다는 젊은 세대가 빠르게 대처하는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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