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빙하가 빚어낸 신비의 수채화 피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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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14 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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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50분. 깜깜하지 않다. 희뿌연 어둠이 나지막이 깔려 있을 뿐이다. 마중 나온 현지인이 말했다. “방금 해가 졌다”고.

노르웨이 베르겐 공항. 처음 닿은 북유럽 땅은 색다른 풍경부터 선사했다. 밤 같지 않은 밤, 백야(白夜)다. 해는 새벽 4시 전에 다시 뜬다고 했다.

노르웨이라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연어, 노르딕 스키, 바이킹? 아니면 ‘절규’의 화가 뭉크?

노르웨이 자연의 대표 상징은 피오르(fjord)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순백의 빙하, 깎아지른 절벽 숲과 깊고 푸른 물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 눈 돌리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다.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 여행은 ‘피오르의 관문’인 제2의 도시 베르겐에서 시작했다. 수도 오슬로의 반대편, 서해안의 항구도시 베르겐은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고도(古都)다. 인구 25만명.

구시가지 부둣가로 접어들면 브리겐 지역이 나온다. 뾰족뾰족 삼각 지붕이 잇따라 붙어있는 빨강·노랑 목조건물들. 이게 볼거리다. 14~16세기 중세 때 상인들이 거주하면서 무역 일을 했던 곳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레스토랑·갤러리·기념품점 등이 들어선 지금의 목조 건물은 1702년 대화재 이후 옛 모습대로 지은 것이다. 삐걱삐걱,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는 건물 안에 들어서면 수백년 전 번성했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근에 매일 열리는 어시장은 지금의 활기를 보여준다. 100여m 늘어선 포장마차 같은 좌판이 전부지만 언제나 붐빈다. 연어·송어·대구·청어·고등어·새우….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물 좋은’ 생선들이 쉴 새 없이 팔린다. “매일 전 세계의 3300만 끼니에 노르웨이 수산물이 오른다”는 게 그들의 자부심이다.

또다른 포인트는 플뢰엔산(山) 전망대다. 해발 320m. 브리겐 초입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7분간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된다. 발 아래 펼쳐지는 베르겐 전경은 투명하다 싶을 만큼 깨끗하다.

고색창연한 낭만의 도시 베르겐을 뒤로 하고 피오르로 향했다. 버스·페리·기차를 갈아타며 피오르의 안과 밖을 두루 살펴보는 여정. 발음도 어려운 하르당에르 피오르와 송네 피오르가 목적지다. 이 둘과 예이랑에르·뤼세·노르를 합쳐 노르웨이 5대 피오르로 꼽는다.

시내를 벗어나자 이내 피오르가 눈앞에 나타났다. 피오르는 빙하가 빚어낸 신비다. 1만년 전 빙하가 높은 산을 깎아내린 계곡에 바다가 흘러들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계곡이나 골짜기로 부르기에는 너무나 웅장하다. 산만큼 거대한 빙하는 산만큼 큰 계곡을 파냈으니 수심도 산만큼 깊다. 가장 깊은 곳은 1300m나 된다. 또 바다부터 내륙까지 송네 피오르는 204㎞, 하르당에르 피오르는 179㎞나 이어져 있으니 대형 유람선이 떠다니는 큰 물길이 길고도 길게 난 것이다.

그러면 피오르는 바다일까, 강일까. 가이드 줄리아는 “바다도, 강도, 호수도 아니고 피오르일 뿐”이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바다였지만 오랜 세월 빗물과 빙하가 섞여 “지금은 약간 짠 물”이라고 알려주기는 했다. 피오르는 하늘에 맞닿은 빙하와 산줄기, 깎아지른 절벽과 장대한 물길을 모두 아우르는 말일 터다. 숲과 암벽 사이로 하얀 실핏줄처럼 흘러내리는 무수한 폭포들은 물론이고 작은 나루터 짓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사람들도 피오르의 일부다. 시골마을을 함께 둘러보기 좋은 하르당에르 피오르는 인기 여행지다. 하르당에르 자연센터 앞 길에 ‘웰컴 투 익스피리언스’(Welcome to Experience)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체험 환영’이다. 피오르는 무엇을 체험하게 해줄까. 하이킹, 캠핑, 낚시, 암벽 등반, 팜스테이…. 그뿐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대로의 자연을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는 체험도 전해줄 것이다.

이튿날에는 대형 유람선을 타고 피오르 안을 지났다. 송네 피오르의 지류로 매우 좁은 계곡인 네뢰위 피오르다. 구드방엔에서 배를 타고 2시간쯤 간다. 해와 구름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방의 풍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유람선의 행선지는 계곡 속 간이역 마을 플롬이다. ‘피오르의 심장’으로 불리는 동네다. 상주 인구는 고작 500여명인데 ‘플롬스바나’라 부르는 명물 산악철도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발을 잇는다. 기차는 오슬로~베르겐을 잇는 철도의 중간 기착지인 해발 866m 고산역 뮈르달까지 20㎞ 구간을 1시간씩 걸려 오간다. 터널 20곳에 최대 경사가 55도나 된다. 뮈르달로 가는 기차는 때아닌 겨울을 선사했다. 승객들에게 사진촬영 시간을 주기 위해 5분간 정차하는 쇼스 폭포 역에서 얼굴에 맞은 게 물보라가 아니라 눈발이었다. 이내 차창 밖에 눈밭이 펼쳐졌다.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산골 마을. 그들은 6월에도 겨울을 살았다.

플롬 인근의 에울란 지역의 스테가스타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피오르의 모습은 또다른 장관이었다. 꼬불꼬불 고갯길을 8㎞쯤 올라간 해발 650m 산 위에서는 피오르 경치가 가장 크게 한눈에 들어왔다. 산봉우리 사이 햇살을 받은 작은 마을들이 먼 발치에서 반짝거렸다. 피오르와 함께 살아온 그들. 예로부터 그랬듯이, 앞으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노르웨이는 말한다. “노르웨이의 힘은 자연에서 나온다(Norway Powered by Nature)”고.

 

<길잡이>

■ 여름철인 6~9월이 여행 성수기다. 오슬로와 베르겐의 평균 기온은 13~15도. 아침·저녁은 쌀쌀하므로 스웨터나 재킷을 준비하는 게 좋다.

■ 노르웨이 직항편은 없다. 암스테르담·프랑크푸르트·런던·파리 등을 거쳐 간다. 암스테르담까지는 11시간 남짓 걸린다. 암스테르담~베르겐은 1시간40분.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 노르웨이 화폐 단위는 크로네(NOK)다. 1크로네는 200원 정도. 호텔에서도 유로를 받지 않는 곳이 있다.

■ 플롬 산악열차는 여름 시즌에 하루 8~9편 운행한다. 편도 280크로네, 왕복 380크로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선으로 꼽히는 오슬로~베르겐 구간 열차(www.nsb.no)는 하루 4~6편 운행한다. 6시간30분~7시간30분쯤 걸린다. 객실 안에서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다.

■ 플롬서는 프레트하임호텔(www.fretheim-hotel.no)이 유명하다. 1870년 문을 열어 1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플롬 역이나 유람선 선착장에서 100m 거리.

■ 오슬로 주요 관광지는 뭉크의 ‘절규’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미술관, 뭉크미술관과 노벨평화센터, 오슬로시청, 비겔란 조각공원, 바이킹 박물관 등이다. 오슬로나 베르겐 등 도시에서는 시티패스를 사면 좋다.

■ 노르웨이관광청(www.visitnorway.com)에서 더 많은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777-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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