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구명튜브 씌우고, 로프 던지고… 한강 투신자 15초 만에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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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13 14: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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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안전 지킴이’ 서울 119 광진 수난구조대 24시

 

지난 3일 오후 6시35분쯤. 40대 남성 한 명이 한강을 바라보며 성수대교 난간에 올라섰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시민이 ‘혹시 자살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곧바로 119에 신고전화를 했다. 2분 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 내에 위치한 광진 수난구조대 스피커를 통해 지령이 울려퍼졌다.

“수난구조대 출동. 성수대교 남단에서 북단 방향 투신 건.”

지령소리와 함께 출력된 신고 위치 지도를 들고 수난구조대원 6명이 고속정에 올라탔다. 항해사가 저녁 어스름 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시속 74㎞로 구조정을 몰았다. 물에 가라앉고 있을지 모르는 투신자를 건져내기 위해 나머지 대원은 엄청난 속도로 운항하는 배 안에서도 익숙한 솜씨로 잠수복과 잠수 장비를 착용했다.

“저기다!”

신고 접수 4분 후 성수대교 인근에 도착한 구조대원이 다리 위에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상의를 탈의한 채로 성수대교 다리 난간을 두 팔로 붙잡고 있었다.

구조정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남자는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남자가 강물 아래로 쑥 들어갔다. 잠수복 차림의 구조대원 한 명이 남자가 가라앉은 지점을 향해 입수했다.

남자가 물 위로 떠오르자 구조대원이 남자의 목 위로 동그란 모양의 구명튜브를 씌웠다. 이어 길쭉한 모양의 구조튜브를 그 사이에 끼워넣어 물에 가라앉지 못하게 했다. 구조정 위에 있던 대원이 로프를 던졌다. 남자는 떨어진 지 15초 만에 배 위로 올라왔다.

구조대원이 남자에게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물었다. 만취 상태로 보이는 남자는 대답 대신 “왼쪽 갈비뼈가 아픕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잠시 뜸을 들이다 대원에게 “담배 한 대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구조대원 중 담배를 피우는 이가 없어 담배를 줄 수 없었다.

신고 8분 후인 6시43분. 남자가 구급차에 인계되며 상황이 종료됐다. 이날 하루 구조대원들은 6번이나 출동을 했다. 사시사철 햇볕에 탄 대원들의 얼굴이 더욱 진한 구릿빛으로 변한 덴 다 이유가 있었다.

한강 뚝섬유원지 내에는 ‘강 위에 떠 있는 구조물’이 하나 있다. 이곳이 119 광진 수난구조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본부다. 구조대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98년이다. 현재 근무인원은 25명, 8명으로 이뤄진 3개 팀이 3조 주야간 2교대로 번갈아 근무한다.

이들이 한강 전체를 맡는 것은 아니다. 반포대교를 기준으로 한강 동쪽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담당하는 게 광진 구조대의 임무다. 투신사고, 물놀이 사고, 한강변 실종자 사고가 생길 때마다 출동한다.

 

구조대원들이 가장 바쁜 시기는 역시 여름이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투신 사고까지 증가하고 있어 구조대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양승회 광진 수난구조대장(42)은 “수난구조대가 생긴 이후 투신자 구조를 위한 출동이 계속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부터 투신 사고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광진 수난구조대만 해도 2010년에 46건이던 투신 출동 건수는 2011년엔 107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의 출동 건수는 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했다. 한 구조대원은 “지난해 초에 비해 올해 초에 한강이 빨리 해빙돼 투신자가 더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대원들은 급증하는 투신 사고의 원인으로 경기 악화를 꼽았다. “투신하는 분들은 대부분 40~50대인데 특히 경기가 안 좋아지면 아저씨들이 많이 투신합니다.”

또 다른 구조대원도 “1998년에는 외환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려 투신 출동 건이 하루에 두세 건에 달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에도 투신자 중 상당수가 40대 가장들이었다는 것이다.

투신 사고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은 투신이 계절을 탄다는 것이다. 겨울엔 춥기 때문에 사고 건수가 줄었다가 날씨가 따뜻해져 한강변에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서 사고가 늘고, 여름철에 절정을 이룬다. 지난해 출동 건수를 보면 약 80%에 달하는 94건의 사고가 5월에서 9월 사이에 발생했다. 김재현 구조대원(38)은 “겨울에 너무 춥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출동건수가 별로 없다”며 “(투신 출동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수난구조대에서 5년 넘게 근무한 남기인 구조대원(37)은 “여름에는 한강변에 술자리를 즐기러 나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고가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를 하고 난 후 보면 투신자의 80% 이상이 술을 먹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한강변에서 술을 즐기던 중년 남성들이 수영을 한다며 들어가 물에 빠진 후 구조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늘고 있는 수난구조 요청에 대비하기 위해 구조대원들은 훈련과 체력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구조대원들은 수난구조에 특화된 여러 가지 훈련을 받는다. 월별로 꼼꼼하게 짜인 스케줄에 따라 구조대원들은 수중수색훈련, 수상구조훈련, 보트조작 등의 훈련을 받는다. 수난구조대 내에는 수중 훈련을 위한 수심 5m의 다이빙 풀과 체력단련실이 있다.

구조대원들은 실전 기술을 기르고 담력을 키우기 위해 한밤중에도 깜깜한 강물 속에서 수색훈련을 한다. 최근 신입 구조대원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는 남 구조대원은 “신입 대원은 실전 능력과 담력을 기르기 위해 깜깜한 물속에서 혼자 수색하는 연습을 한다”고 전했다.

한강은 맑은 날에도 온갖 부유물로 인해 30㎝ 앞 물체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감을 기르기 위해서는 실전과 같은 훈련이 필수다.

이렇게 훈련을 해도 구조대원들은 수색 중에 불가피하게 강물을 먹게 된다. 수중 수색 시 대원들은 습기가 거의 없이 건조된 공기가 들어가 있는 산소통을 통해 호흡을 한다. 이렇게 20여분간 호흡을 하면 목에 습기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한강물을 한 모금 들이켜게 되는 것이다.

남 구조대원은 “목이 말라서 한강물을 마신다고 표현하면 좀 우습지만 목이 타들어갈 것처럼 건조해지기 때문에 호흡기를 떼고 물을 마셔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훈련 외에도 빠른 구조 시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에 빠진 사람이 물을 들이켜면 폐에 물이 차는데 최대 4분까지만 이 상태를 견딜 수 있다. 4분 이내에 익수자를 구조해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폐에 찬 물을 빼줘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4분 이후에는 대부분의 익수자가 폐에 찬 물로 인해 호흡을 하지 못해 사망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항상 “4분 이내 구조”를 지상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출동 시에는 구조정의 속도를 최고로 올린다. 양 구조대장은 “신고를 받은 시점에 이미 사람이 물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 빨리 도착해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빠른 출동을 위한 신고시스템과 투신 사고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장비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양 구조대장은 현재 한남대교와 마포대교에 설치·운영 중인 ‘SOS 생명의 전화’를 좋은 시스템으로 꼽았다. 투신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교각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수화기를 들기만 해도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센터로 연결이 된다. 양 대장은 “누군가 수화기를 드는 순간부터 구조대로 지령이 내려와서 교각 밑으로 가서 대기를 하게 된다”며 “초동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속에서 조난 지점을 쉽게 알 수 있게끔 산악표지판을 설치한 것처럼 한강 구역마다 번호를 매겨 표시하면 신고지점을 더 빨리 알 수 있어 출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구조대원은 “교각에 센서를 달아서 투신자 위치만 제대로 파악해도 출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센서를 달면 어느 지점에 떨어졌는지 사고 발생 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구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빠른 위치파악으로 출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대원들의 수고를 덜고 투신자의 생명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한강 다리 중 투신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다리 위에 오는 10월부터 투신 방지 시스템을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다리 위에서 사람이 한 장소에 오래 서 있으면 열화상 카메라가 그 지점을 비추고 교각 아래로 사람이 뛰어내릴 경우 열추적 카메라가 사람이 떨어진 지점을 비춰서 즉시 구조대로 이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이 설치되면 신고 없이 바로 출동이 가능해 구조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구조대원들의 보람은 역시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순간 느끼는 보람에 비하면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남 구조대원은 지난해 8월 동호대교 다리 기둥 근처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살 속으로 빨려들어간 남자를 구조해 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경험을 토대로 남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손으로 더듬던 순간 손가락에 남자의 셔츠 목덜미가 걸렸어요. 천운이라는 생각에 짜릿했습니다. 소용돌이 속으로 한번 빨려들어가면 끝장이거든요. 구조대도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목숨 걸고 구조한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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