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청중을 감전시키는 지휘자, 예르비가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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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6.08 11: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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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ㆍ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브루크너·말러의 교향곡 연주

 

지휘자 파보 예르비(50·사진)는 무대와 객석을 뜨겁게 달구는 데 능하다. 김 빠진 연주로 청중을 실망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해 12월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해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그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번에는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다. 연주할 곡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과 말러의 교향곡 5번이다.

이번 한국 공연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게다가 선곡마저도 애호가들의 관심과 기대를 집중시키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전임 지휘자였다가 지금은 계관지휘자를 맡고 있는 엘리아후 인발 시절부터, 브루크너 교향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던 악단이다. 현재의 지휘자인 예르비는 “강력하지만 따뜻한 소리. 특히 금관이 독보적”이라고 자평한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오케스트라”라는 자부심도 드러낸다. 이 오케스트라가 말러의 교향곡에도 숙련돼 있음은 물론이다. 예르비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현재 말러 전곡 사이클을 녹음 중이다. 이미 2·3·4·5·7·9번이 DVD로 나와 있다. 이들의 말러 교향곡은 호소력과 색채감에서 장점을 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미국 국적을 지닌 에스토니아계 지휘자 예르비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보 등 이른바 ‘빅3’ 악단을 이끄는 명장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2001년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취임해 지방 오케스트라에 머물렀던 이 악단의 연주력을 이른바 ‘미국의 빅5’로 격상시켰다. 2004년에 독일의 브레멘 도이체 캄머필에, 2006년에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에 취임했고, 2010년에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자리에 올랐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차례로 지휘하면서 그가 얻어낸 성과는 ‘음악으로 청중을 감전시킬 줄 아는 지휘자’라는 평이다.

지휘자로서 그의 미덕은 “순간마다 빛을 발하는 창의적 해석”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판에 박힌 해석보다는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대응하면서 청중과 소통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게 한다.

 

신시내티 심포니에서 그와 함께 연주했던 플루티스트 최나경(29·빈 심포니 플루트 수석)은 “오늘은 그의 지휘봉이 얼마나 신선한 해석으로 움직일까, 단원들도 늘 바짝 긴장하고 기대한다”며 “그와 함께하는 동안 그 결과는 언제나 대성공이었다”고 기억했다. 그것은 청중의 입장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돌발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도이기도 하다. 예르비는 이 ‘신뢰의 비밀’에 대해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단원들은 일종의 가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서로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잘 압니다. 그렇게 서로 잘 알고 믿기 때문에 연주 중에 떠오른 새로운 영감을 공유할 수 있으며, 순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요.”

그렇다고 예르비가 음악을 ‘신비화’로 몰고 가는 지휘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귄터 반트, 아르농쿠르 같은 선배 지휘자들의 해석과는 달리, 브루크너를 매우 전통적인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그는 “브루크너는 기본적으로 하이든과 같다”며 “하이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그너 테마를 사용하는 정도일 것”이라는 위험한 말까지 꺼내놓는다. 물론 이 말은 자신이 터뜨리는 음악적 절정이 결코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들린다. “음악에는 지름길이 없다. 적절한 속도가 있을 뿐이다. 필연을 거쳐야 절정이 온다”라는 말에서도 그의 뜻이 읽힌다.

 

브루크너의 웅장한 교향곡들은 대체로 신에 대한 경배로 이해된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교향악단이 이번에 선보일 8번은 가장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특징을 드러낸다. 브루크너 교향곡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지휘자 귄터 반트도 “8번은 브루크너가 세속의 성공을 겨냥해 작곡한 유일한 작품”이라고 평한 바 있다.

 

예르비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현재 일본에서 같은 선곡으로 연주 중이다. 일본 연주를 끝내고 9일 입국, 1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브루크너의 8번을,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말러의 5번을 각각 연주한다. 두 공연 모두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무대에 올라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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