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망가져서 더 뜨거워진 남자 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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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5.22 13: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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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트콤 ‘스탠바이’ ‘류진행’ 캐릭터로 호평
ㆍ“연기 인생 넓어졌어요”

 

소위 ‘망가짐의 미학’은 상당기간 대중문화를 움직여 온 주요한 동력이다. 완벽한 외모, 빈틈 없는 자태와 매너를 보여온 대중스타들이 예상을 깨고 흐트러진다거나 생각지 못한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서 대중들은 환호하며 쾌감을 느낀다. 김삼순(김선아)을 필두로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해왔던 부류가 여배우들이었다면 최근 그 바통이 남자배우들에게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선두엔 16년차 배우 류진(40)이 있다.

MBC시트콤 <스탠바이>에서 그는 지질하고 무능한 아나운서 ‘류진행’을 연기한다. 드센 아버지와 뺀질거리는 동생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물러터진 성격인데다 결벽증, 강박증에 시달리는 소심남. 그렇지만 사랑하는 여인이 죽은 뒤 그의 아이를 거둬 키울 정도로 따뜻한 인간미를 갖고 있다. 몸에 달라붙는 에어로빅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수시로 머리끄덩이를 잡히는가 하면 케이크를 온 몸에 바르고 이리저리 넘어지며 망가짐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그동안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실장님’의 대명사로 꼽힐 만큼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배우 류진의 변신은 호평 속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탠바이>를 이끄는 중심 축이다. 최근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난 그는 실장님보다 류진행에 가까웠다. 유머가 넘치고 넉살이 좋은 것을 넘어서 살짝 수다스럽기까지 한 그는 “(안)재욱이 형이 지어준 제 별명이 아줌마예요”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 “친구들이 말해요
이제야 본색이 공개됐다고”

-많이 안 알려져서 그렇지, 예전에 했던 <국가가 부른다> 같은 드라마에서 코믹한 모습이 있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보셨던 것 같다. 거기선 겉으로 멀쩡한데 허당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류진행도 기획단계에는 그런 캐릭터에 가까웠는데 막상 대본이 나오고 보니 완전히 망가지더라. 좀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긴 했다.”

 

-연기 인생 새로운 도전일 것 같다.

“새롭고 기대도 많이 된다. 목소리 톤이나 폭, 감정변화의 폭이 커서 처음 해보는 연기가 많다. 연기 인생이 확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정형화된 이미지로 많이 각인돼 있었다.

“배우는 선택당하는 직업이다. 특정한 이미지가 형성되다 보면 몸 바꾸기가 쉽지 않은 애로사항이 있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주로 해왔던 ‘실장님’ ‘재벌 2세’ 등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많이 필요한 캐릭터이다 보니 대체로 비슷한 역할 제안이 많았던 것 같다.”

 

-연기인생 전환점으로 봐도 될까.

“전환점이라는 단어엔 이의를 달고 싶다. 그저 지금까지 내가 역할을 선택하고 연기해오던 연장선상에 있는 거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 시트콤을 선택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특정 장르를 고집했던 적도 없었다. 재미있는 건 전작이던 김병욱 감독님 시트콤(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 논의가 진행됐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불발되긴 했는데 바로 그 다음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인연인 것 같다.”

 

-실제 모습은 누구에 가깝나.

“어느 캐릭터나 과장돼 있다 보니 뭐에 가깝다고 하긴 힘들다. 그래도 실장님보다는 류진행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그전엔 주로 잘나가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얘는 이렇게 잘나가는데 난 왜 이 모양인가’ 싶기도 했다. 친한 친구들은 ‘이제야 네 본색이 공개됐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극중에서 집안일 하는 모습을 보면 연기가 아닌, 일상적으로 손에 익은 모습 같더라.

“집안일을 많이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설거지도 많이 하고 꼼꼼한 편인 것 같다. 가끔 딸기를 담은 스티로폼 박스를 분리수거할 때 박스에 붙인 비닐을 안 떼고 같이 버린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놓쳐서 쓰레기랑 비닐봉지가 같이 통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러고 나면 잘못한 것 같아 조마조마하고 잠이 안 오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류진행만큼 심한 건 아니더라도 좀 비슷한 구석은 있는 것 같다.”

 

-시트콤은 다른 장르와 달리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에너지 교류가 중요하지 않나.

“굉장히. 게다가 젊은 연기자들도 많아 활기 있고 ‘합’도 잘 맞는다. 어린 친구들이 어려워할까봐 먼저 다가가 농담도 많이 건넸는데, 요즘은 무시당하기도 한다. (웃음)”

 

-망가지다 보면 자칫 오버할 수 있는데 그 욕심을 잘 제어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적정선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대체로 제작진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다. 같은 행동을 해도 내가 하면 덜 오버하게 보이고, 더 의외라서 웃긴다고 평가해 주시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데뷔 후 줄곧 주연이었다. 그렇지만 뜨거웠던 적은 많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작품 운인 것도 같고. 남들의 기억에 확 각인될 만한 계기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한 계단씩 밟아 왔다. 후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전의 모든 작품들이 발판이 되고 조금씩 발전해 오늘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빨리 데뷔했고 빨리 주연으로 발탁되다 보니 너무 뜨거웠으면 잃고 가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다.”

 

-무능하지만 해맑은, ‘쪼잔하지만’ 인간적인 류진행으로 40대를 시작했다. 배우 류진의 40대의 필모그래피는 어떨 것 같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는 폭이나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폭 모두. 이후에 다시 실장님을 맡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넓어진 연기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 왔듯 계속 한 계단씩 쌓아가고 싶다. 욕심부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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