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언어유희 개그, 은근히 중독성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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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3.09 11: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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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언어유희 개그의 전성시대다. 말꼬리를 이어 무의미한 단어를 갖다 붙이는가 하면 같은 음절을 포함하는 다른 단어를 겹쳐 사용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장단고저를 달리해 발음하면서 또 다른 의미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단어를 변형해 새로운 단어도 만들어낸다. 언어의 이중성, 모호성을 절묘하게 이용하고 연결시키는 이 같은 언어유희 개그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복되며 강한 중독성을 낳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꺾기도’는 이 같은 언어유희의 결정체다. ‘여러분, 재미있으셨습니까부리, 까부리~’ ‘이건 다시 하지 마 보이, 마 보이~’ ‘정말 대단하십니다람쥐, 다람쥐~’ ‘아니긴 뭐가 아니야옹이, 야옹이~’. 첫방송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코너는 한달 만에 최신 유행어의 산실이 됐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게임폐인’은 ‘~하삼’ ‘~사주세효우’ 등으로 끝나는 채팅용어를 과장되게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좋다, 싫다를 변형시킨 ‘조으다’ ‘시르다’ 역시 유행어가 됐다.

이처럼 밑도 끝도 없이 던지는 말장난식 개그는 SBS <개그투나잇> ‘하오&차오’ 등에서도 들을 수 있다.

중의적 의미를 노리고 계산된 언어유희도 있다. <코미디빅리그>의 ‘이런 면접’이 대표적이다. ‘이런 면 접같은 경우를…’ ‘아, 이런 피 씨방같은…’ ‘랩 까고 있네’ 등은 음절 발음을 달리해 욕설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주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 언어유희로 연상되는 대표적 인물은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다.
공연이나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그의 썰렁하고 독특한 언어유희는 ‘스위스 개그’라고 불린다. 말꼬리를 이어붙이는 ‘꺾기도’보다 오히려 원조격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그의 스위스개그는 활발히 유통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회’ ‘효리네 고향은 잘했군 이효리?’ ‘재형이 형은 혈액형이 정재형인가?’ ‘자꾸 칭찬해주시니 전남 무안하네요’와 같은 식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특유의 개그 감각으로 투표를 독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기호 10번이었다. 이를 빗대 ‘어 곧 10시네. 낼 투표하러 가야되는데 벌써 10시네’ ‘10센치 대세지 서울에선 ㅋㅋㅋ’ 식의 개그가 나왔다.

지난 3일 공개된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의 TV광고는 며칠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만 받으면 끌어안고 묵히는 그대는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실현불가 주문을 외우는 그대는 사장인가 제사장인가?’ 하는 식으로 사원부터 사장까지 직급별 7개의 에피소드를 묶었다.

공공의 적이 될 만한 직장상사나 부하직원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바탕에 깐 뒤 기발한 카피를 얹어 직장인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언어유희를 소재로 한 개그가 인기를 얻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배추머리 개그맨으로 유명했던 김병조가 ‘지구를 떠나거라’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1980년대부터 언어유희 개그는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21세기 개그사를 써오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주된 웃음코드 역시 언어유희다. ‘우격다짐’ ‘생활사투리’ 등을 비롯해 ‘소는 누가 키울 거야’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두분토론’ 등이 대표적이다.

<개그콘서트> 이상덕 작가는 “웃음을 유발하는 수단은 말, 몸, 패러디, 성대모사, 음악 등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대중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어내는 요소들은 트렌드와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몸개그의 대표격인 ‘마빡이’나 과도한 분장으로 인기를 모았던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은 당시 흐름에 비춰봤을 땐 의외성, 신선함으로 사랑받았다.

그는 “ ‘꺾기도’는 5년 전에 나와 인기를 모았던 ‘같기도’와 스타일면에서 유사하다”면서 “같은 말장난이라도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인기의 순환주기를 따른다고 할 때, 지금이 언어유희의 시대인 이유는 뭘까. 쉽게 웃을 수 있는 가볍고 재미있는 말장난,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무의미한 언어에 대중들이 반응하는 이유로, 의미 과잉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원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안들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가 부여되고 이 같은 정보가 급속히 유통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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