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정은표 ‘해품달’ 덕에 배우이름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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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3.09 11: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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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드라마 ‘해를 품은 달’ 정은표… 지금껏 알던 ‘내관’이 아니었다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왕 이훤이 국내 사극 사상 가장 매력적인 왕이라면,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내관 ‘형선’ 역시 가장 사랑스러운 내관으로 꼽힐 것 같다. 형선은 지금껏 사극에서 보여지던 천편일률적인 내관의 개념을 바꿨고, 자칫 무색무취할 수 있었을 법한 내관의 존재를 왕에 버금갈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부각시켰다. 이는 전적으로 배우 정은표(45)의 연기력 덕분이다.

익살스럽고 풍부한 그의 표정은 냉기가 도는 극중 분위기를 따뜻한 인간미로 감싸 안는다. 세밀하고 사소한 듯한 작은 동작은 무수한 감정과 사연을 담아낸다. “벽을 향해 돌아서 있으라”는 추상같은 어명을 받고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서던 모습은 정은표식 내관 연기의 대표적 장면이다. 연기경력 20년을 훌쩍 넘긴 중견연기자. 그는 시쳇말로 데뷔 이래 가장 ‘떴다’.

“이번 배역을 받고 정말 많이 설렜어요. 등장횟수가 많은 것도 있었지만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왕 곁에 항상 등장해 조아리는 기존 내관의 모습처럼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대사가 없더라도 행간을 의미 있게 풀어내자고 했지요. 그래서 인간적이고 감정이 있는 내관, 왕이 친구처럼 여기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려본 겁니다. 극중에 훤과 형선 사이에 빚어진 소소한 재미는 그들만의 유희인 셈이죠.”

<해품달>은 대중적 인기도 인기지만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고통에 빠져 있던 그를 구원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연기파 배우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적극적으로 작품을 찾아 나서는 성격은 아니다. 게다가 매니저도 없던 터라 3년 전 즈음엔 섭외가 뚝 끊겼다. 그 상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됐다. 속은 타들어갔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겹쳤다. 다행히 예능프로그램 <붕어빵>에 아들 지웅이가 출연하면서 방송활동은 재개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배우보다는 예능인으로 시청자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이 마음을 짓눌렀다.

“배우로서의 생명이 끝났나 싶었어요. 좌절감도 컸고 굉장히 의기소침해 있던 시기였죠. 그래서 <해품달> 출연의뢰를 받았을 때, 처음엔 배역이 잘못 왔나 싶을 정도로 떨리고 긴장했어요. 첫 촬영을 하고 올 때까지 실감이 안 났거든요.”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동작과 표정들이 언뜻 애드리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고도로 연구하고 고민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시간을 투자해 내면의 것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배우로서의 욕심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갈증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제 연기인생에서 가장 겸손했던 시기인 것도 같고요.”

전남 곡성 출신인 그는 고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극을 접했다. 당시엔 ‘이런 재미도 있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문화적 충격이 컸다. 연극에 ‘미쳐서’ 고 2때는 광주의 청소년극단에 입단했다. 이후 지방극단 생활을 하다 서울예대에 들어갔고 운좋게 극단 목화로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해품달>에서 윤대형 역을 맡고 있는 김응수를 비롯해 손병호, 성지루, 박희순 등과 함께 연기하며 살벌하고 치열하게 배웠다. 1990년 연극무대에 데뷔한 뒤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동아연극상 등을 휩쓸며 연극판에서 인정받은 그는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누군가가 물어보면 “내 꿈은 여전히 연극배우”라고 말한다. 예전에도 연극무대에 섰지만 무대에 서 있는 그 순간을 늘 꿈꾸기 때문이다.

오랜 연기경력에 비해 그가 대중의 관심을 받은 계기는 좀 엉뚱하다. <붕어빵>에 출연한 아들 지웅이가 영재 판정을 받으면서다. 영재 아빠가 된 덕분에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출간했고 지금도 전국에서 강연요청이 쇄도한다. <해품달> 종영 뒤로 미룬 강연도 여러 건이다. 그는 “한동안 지웅이 아빠로 불리다가 <해품달> 덕분에 다시 이름을 찾게 됐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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