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자고 나면 치솟는 기름값… ‘유류세 인하’에 귀 막은 정부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2.24 13:27:49
  • 조회: 11630

 
ㆍ① 두바이유 올들어 최고치… LPG값도 ‘껑충’
ㆍ② 장관 “다시 내려갈 것”… 업계도 요지부동
ㆍ③ 서민들은 난방용 가스비 감당 못해 ‘한숨’

 

승용차를 이용해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서 판교 신도시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ㄱ씨(51)는 대중교통 이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기름값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년 전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는 ‘기름값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는 사이 기름값은 연일 폭등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외부요인이라 도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만 국제환경변화에 그대로 노출된 채 꼼짝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값은 ℓ당 1991.85원으로 전날보다 2.34원 올랐다. 지난달 6일부터 48일째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해 10월31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1993.17원에 1.32원 모자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값은 2070.46원으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국내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일 국제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7.98달러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높았던 배럴당 119.23달러(4월28일)에 근접한 수치다. 21일 국제거래 가격은 전날에 비해 0.27달러 떨어졌지만 미국과 이란 간 핵문제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언제라도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마찬가지다. 이달 LPG 판매소의 프로판가스 고시 가격은 2076.88원이다.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해 6월 2102.17원과는 25.29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탄 가격도 1121.82원으로 사상 최고가에 20원 모자란 가격에 판매됐다.

특히 국내에 LPG를 조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이달 들어 공급 가격을 크게 올린 탓에 국제가격 인상분이 반영될 경우 국내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LPG 수입업체는 아람코가 국제 LPG 가격을 통보하면 통상 매달 말 수입 가격과 환율,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국내 판매가격을 정한다.

■ 정부는 나 몰라라

정부가 치솟는 기름값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유류세 인하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류세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에 붙는 세금으로 최고 30%까지 세율 조정이 가능하다.

유류세 인하 논의는 정치권이 먼저 불을 지폈다. 박주선 통합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제유가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유류세율을 10% 인하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유류세가 10% 내리면 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80원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 유류세 세수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2010년보다 9779억원을 더 걷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세를 더 징수한 만큼 인하할 여력도 그만큼 크다는 게 소비자단체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아직은 유류세를 내릴 필요가 없다”면서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결국 내려갈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가늠자는 두바이유다. 정부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 정도까지 오르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유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야지 세금 감면을 통한 방식으로 풀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 대한 가격 인하 목소리도 높지만 요지부동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ℓ당 100원 내리라는 정부 방침을 따랐다”면서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회사의 경우 수입한 원유를 정유해 유럽 등으로 역수출해서 얻는 이익이 대부분이지 국내에서 휘발유 등을 판매해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멍드는 서민들

정부와 업계가 뒷짐진 사이 서민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직장인 김태철씨(34)는 “충북 음성이 직장이다. 주말에 서울 한번 올라가려면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정부든, 업계든, 이란 사태가 풀리든 어느 한 쪽이라도 유가 인하에 대한 실마리가 찾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장안동에 거주하는 박정애씨(48)는 “프로판가스를 난방용으로 쓰고 있는데 최근 값이 너무 뛰어 난방하기도 겁이 난다”면서 “서민 연료인 프로판가스 가격이 빨리 안정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만 목을 매달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휘발유 공동구매 등을 통해 다른 주유소에 비해 휘발유를 100원 정도 싸게 판매하는 곳이다. 지난달 첫선을 보였으며 3월 말까지 농협 NH주유소 330곳을 포함해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알뜰주유소가 선보인 뒤 주변 주유소와의 마찰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주변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 탓에 매출이 줄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알뜰주유소 문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알뜰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불만이 적잖다. 정부가 지원해 100원가량 가격 인하 여력이 있음에도 판매 가격이 인근 주유소에 비해 30~4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