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현대·기아차 ‘노동 문제’ 해결 없인 ‘세계적 기업’ 힘들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1.27 11:58:19
  • 조회: 11677

 

ㆍ‘사내하청·장시간 근로’론 경쟁력 한계… 정규직 노조도 함께 나서야

 

지난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수백명의 비정규직(사내하청) 해고자들이 일주일째 농성을 벌였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심야노동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8000여명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104명을 해고했다. 1100명에게는 징계와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정규직 노조원 신모씨(44)가 분신을 해 목숨을 잃었다. 노조 측은 사측의 탄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17일에는 기아차 광주공장의 현장 실습생인 김모군(18)이 근무 후 의식불명에 빠졌다. 김군은 주야간 맞교대로 일을 해왔다. 노조 측은 김군이 주당 68~72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잘나가는 기업이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전년보다 15% 늘어난 659만대의 차를 팔아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6·27일 발표되는 2011년 실적에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자동차 업계 5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차는 GM, 도요타, 폭스바겐 같은 세계적 자동차 업체가 두려워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 됐다. 하지만 노동문제를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장시간 노동과 사내하청으로 불리는 비정규직의 희생 같은 ‘사회적 비용’이 지불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현대차의 글로벌 실적이 급성장해도 국내 고용 증가는 미미하고 비정규직 파업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이 같은 불합리한 노동상황을 바로잡아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고용을 늘리고,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자동차 업계의 근로시간 실태를 점검한 결과 현대차의 주당 근로시간은 최소 46시간15분에서 최대 64시간8분에 달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에 연장근무 12시간을 포함해 총 52시간을 넘을 수 없다. 분신한 울산공장 노조원 신씨가 근무한 변속기 공장은 연간 노동시간이 2010년 기준 270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1749시간)뿐 아니라 한국 평균 노동시간(2193시간)에 비해서도 훨씬 길다.

현대차는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라는 노동부의 요구에 따라 올해 1400명을 신규 채용하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장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엔진과 변속기 공장 등에서는 3조3교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밤샘노동이 유지되는 3조3교대제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에 도움이 안된다며 공장 추가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추가 고용이 필요하고,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세계적 자동차 업체에는 현대차처럼 열악한 노동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현재 휴일 등을 포함해 10시간(정규 노동시간 8시간+잔업 2시간)씩의 주야간 맞교대를 하고 있다. 밤샘근무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GM이나 포드, 도요타 등은 모두 8시간이나 9시간씩의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정착돼 있다. 유럽 업체들은 7시간씩의 주간 연속 2교대제나, 3조3교대제, 4조3교대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로 노동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사내하청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최대 경쟁사인 독일 폭스바겐도 일종의 비정규직인 파견노동자를 써왔으나 2500여명의 파견노동자를 올해부터 분기별로 500여명씩 나눠 정규직화한다.

현대차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데는 사측뿐 아니라 노조의 책임도 지적되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 삭감의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정규직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현대차는 31.3시간인 데 반해, GM은 23.0시간, 포드는 21.7시간 등으로 현대차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공장을 더 세우고 고용만 늘리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연구위원 이상호 박사는 “현대차가 더 이상 저비용, 저가구조를 유지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하는 방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면 연간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현대차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정규직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내하청부터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