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교사들 “오락가락형 교장에 울화통, 담임 탓하는 학부모 밉상”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1.12 14:12:27
  • 조회: 11260

 

ㆍ서울시 초·중등 교사 ‘감정 코칭’ 연수

 

9일 서울 장충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 초등교사 41명이 7~8명씩 조를 짜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초·중등 감정코칭 프로그램 직무연수 첫날 수업이 시작됐다.

‘선생님’인 박연준 교사(39)는 “우리끼리 현장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모 교사(38)가 “집 근처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어 좋다. 초등학교 2학년, 5살 아이들과 같이 지낼 수 있어 즐겁다”고 솔직한 느낌을 말하면서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감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울화통 상사·밉상 학부모·혈압 오르게 하는 학생·꼴불견 동료교사 등을 주제로 구체적 순위를 정했다. 5조 교사들은 울화통 상사 1순위로 “평소엔 원칙대로 하지 않다가 자신이 기분 나쁠 땐 ‘원칙대로 해’라고 말하는 상사”라고 정했다. 밉상 학부모로는 “아이가 잘못했는데도 ‘제 아이가 잘한다’며 교사에게 압력을 주는 학부모”가 1순위에 올랐다.
박 교사는 “지금까지는 힘든 얘기였지만 여러분의 감정을 열고, 내뱉은 것”이라며 “다 비워내야지 새로운 걸 받을 수 있다”고 했다. 2교시는 “희망을 찾는 시간”이라는 게 박 교사의 설명이었다.

쉬는 시간이 지난 뒤 교사들은 평소 고민을 ‘고민카드’에 적었다. 이후 고민카드를 큰 봉투에 담았고 또 다른 교사가 고민카드 하나를 꺼내 읽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3조의 ㄱ교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데 집에서 엄마가 ‘집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기어다녀라’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줬다. 그것 때문에 아이가 원형 탈모가 생겼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부모가 뭐가 문제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답했다.

5조의 교사들은 “남학생 애들은 단순해서 괜찮은데, 6학년 여학생들은 다루기 힘들다”는 고민에 대해 “학년과 상관없이 어떤 멤버들이 모이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저 같은 경우는 3학년이었는데도 그 아이 중 한 명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힘든 아이였다”고 답을 내놓고 토론했다.

다음은 교사들에게 ‘불편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교실 상단 모니터에서 최근 학교에 관한 기사 제목들이 벽돌 떨어지듯 떨어졌다. 제목들은 ‘참 나쁜 선생님들’ ‘교사가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 ‘교사들의 언어폭력’ ‘여교사와 여중생 머리채 싸움 파문’ ‘담배 왜 뺏어 중학생이 교감 폭행’ 등이었다. 박 교사가 “우리가 오늘 신세 한탄하려고 모인 건 아니다. 희망을 찾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모인 것”이라고 설명하자 교사들은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자기 다짐’을 적기 시작했다.

오후 수업에는 교사들이 자기의 성격을 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자기 성격이 비판적인지, 합리적인지, 자유적인지, 순응적인지 등에 대해 살펴보고, 옆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또 학교와 가정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는 교사가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학생들을 이해하고, 다가가기 위한 다음 수업의 준비단계이기도 하다.

이날 수업을 받은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박모 교사(56·초등 교사)는 “아이에게 ‘너 혼날래?’라고 말하자 아이가 ‘선생님 나 때릴 자격 없잖아요’라고 말했을 때 ‘빨리 (교직) 그만둬야지’라고 생각되면서 의욕이 상실된다”며 “내가 그런 애들을 어떻게 가르칠까라는 생각이 든다. 첫날 수업 이지만 이번 교육으로 감정을 좀 다스릴 수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다르게 대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된다”고 했다.

문모 교사(40·중등 교사)는 “다른 선생님들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며 “교사로서, 가정에서 각자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문 교사는 “아이들에게 문제를 지적해도 바뀌지 않을 때 교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안타깝고 교사로서 권위가 떨어지는 거 같기도 한다”며 “그런 일이 있을 때 감정을 조절해서 아이들을 다른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감정적으로 욱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모 교사(53·중등 교사)는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다룰 때 힘들 때는 아이들이 ‘다른 애한테는 안 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요’라고 말할 때”라며 “그럼 그걸 아이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힘들다. 감정코칭하는 게 더 잘되면 이럴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