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나는 어떤 엄마니? 묻고 싶은데, 돌아올 답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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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2.01.03 17:00:46
  • 조회: 11826

 

ㆍ10대 자녀 둔 학부모들 좌담

 

부모들은 10대의 고민과 고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향신문 ‘10대가 아프다’ 시리즈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12월27일 10대 자녀의 학부모들과 만났다.

그들은 자녀의 아픔을 알면서도 방호벽이 돼 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10대의 부모들도 아파하고 있었다. 탁경운씨(45·회사원)는 중 1·초등 5년생 두 딸과 세살배기 아들을, 고유경씨(47·주부)는 대학 1년·고 1·중 2 아들과 초등 5년 딸을, 경기 남양주 금곡중 교사인 이정희씨(39)는 중 3 아들과 초등 2년 딸을 각각 두고 있다.

 

- 최근 중·고교생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기획보도에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탁경운 = 시리즈 1회에서 자살에 대해 아이들이 ‘내 목숨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말하는 부분이 정말 충격이었어요. 나름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아빠인데도 충격적이었어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일탈을 떠나서 아이들이 이 세상에 ‘나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프게 와 닿았어요. 분명 아이들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사회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유경 = 제가 10대 때 느낀 자살충동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친구 때문에 죽고 싶었거든요. 친구와 싸워서 헤어지고, 다시는 그 친구와 만나고 싶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죽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지금 힘든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을 못하니까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이가 자살을 주저하게 할 가족의 끈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희 = 교사로서 경험에 비춰볼 때 경향신문 보도의 강도(强度)가 현실보다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학교에서 중도탈락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1년에 몇 만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교가 품어주지 않으면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어요. 대안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갈 수 있겠어요.

 

▲ 중3·초2 엄마 이정희씨
“아들이 중3인데도 연락이 안되면 불안하고 두려워”

 

- 아이를 키우면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을 텐데.

탁경운 = 대부분의 아빠는 아이를 잘 이해해요. 그런데 엄마들은 가끔씩 분노하고, 아이의 교육과 관련해 흘러가는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면 가끔 불쌍해요. 자기 욕심이란 생각도 들고요.

고유경 = 그렇게 말씀하시면 억울하죠.

탁경운 =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거죠. 사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울 때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아이가 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데 엄마가 투닥투닥하는 걸 보면 좀 이해가 안되기도 하죠.

고유경 = 아이랑 어제 이야기하면서 ‘너는 스트레스가 100이라고 하면 그 중 어떤 스트레스가 제일 크니’라고 물어보니 그 낙천적인 아이조차도 ‘성적’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전 성적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고 자부하는데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아이에게 ‘그 스트레스 중에 엄마 원인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야단맞을까봐, 엄마가 실망할까봐 생기는 스트레스가 60 정도 되고, 나도 잘하고 싶은데 속상하고 힘든 부분이 40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그거예요.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오.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 기말고사 끝나고 내년 중간고사까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려볼게요’라고 예쁘게 말해놓고 정작 실천은 하나도 안 하고 놀고 뒹굴거리고, 자는 행동을 계속하는 거죠. 그래서 전 100% 이해하지는 못하겠어요. 아이가 시험기간인데도 게임하고 친구랑 놀고 있어서 좋으냐고 물으니 좋대요. 초조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래요. 자기는 노는 게 재미있고 즐겁고,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싫고 귀찮은 거지 불편하고 초조하지 않대요. 그때 그 부분이 나와 아이의 간극이구나, 내가 아이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그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희 = 아이가 몇 살인가요?

고유경 = 중학교 2학년이에요.

이정희 = 그때가 질풍노도의 시기더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중 2예요. 우리 애들은 참 순하고 착해요. 그런데 늘 정신이 우주에 나가있는 상태예요. 아주 어릴 때는 자폐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멍하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공개수업에 갔을 때 우리 아들이 맨 뒤에 앉아 있는데 사물함에 의자를 딱 기대고 앉아 있었어요. 그게 충격이었어요. 엄마들이 다 와 있는데 그러고 있으니까 ‘큰일이네. 아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남녀공학에 가보니 대부분의 애들이 그래요. 그래서 ‘아, 저건 남자애들의 특징이구나’ 했죠. 하지만 마음에서부터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아이는 멍한 상황에서 음악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알게 됐어요. 지금 예원중학교를 다니는데 작곡을 전공하고 있어요. 아이가 음악만 좋아하고 음악 생각만 하니까 멍한 시간이 많았던 거죠. 저는 아이가 연락이 안될 때 걱정이 돼요. 전화를 안 받은 지 1분 정도 지나면 ‘사고가 났나’ 싶고…. 중 3이나 됐는데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연락이 안되면 두려운지 모르겠어요.

고유경 = 저희 셋째는 대화를 차단해요. 아이가 ‘시험 끝났으니까 놀러갈게요’라고 말하면 저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연결하고 싶어서 ‘뭐 하고 놀아? 누구랑 놀 거야?’라고 묻는데 아이는 ‘그걸 왜 알고 싶으신 거죠?’라고 말해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궁금해했을까, 아이가 나쁜 짓을 할까봐 물어본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 중1·초5 아빠 탁경운씨
“아이 믿는다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강요하는 건 아닌지”

 

- 탁경운씨는 ‘좋은아빠모임’ 회원이신데, 계기가 있었나요.

탁경운 = 그런가요? 제가 아버지 없이 자랐어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돌아가셔서 제가 아버지의 존재감을 몰라요. 그러다보니 애들과는 어릴 때부터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뭔가 아이와의 사이가 삐걱거리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아버지학교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았는데 거기 주제가 ‘가정에서 부부는 공동 CEO(최고경영자)’라는 것이었어요. 예전에는 아버지가 혼자 가정을 끌고가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아내와 격을 잘 맞춰가며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 와중에 ‘아빠카페’를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 덕에 아이 양육 방식을 바꿨어요. 어찌보면 방목이겠지만 내 아이를 남의 애처럼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유경 = 저는 아이가 저를 단련시켰어요. 제 아이들은 뭔가를 시켜보려고 할 때마다 말을 안 들어요. 큰아이부터 그랬어요. 제가 욕심을 좀 부리려고 하면 아이가 브레이크를 걸거나 나자빠지니까 ‘아 이게 아니구나’하고 각성하게 돼요. 사실 부모로서의 좌절일 수도 있죠. 아이가 내 간섭을 거부하는데 계속 할 수는 없잖아요.

이정희 = 제 아들은 워낙 순하고 자기 정신세계가 있어서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친척들이 용돈을 주면 ‘왜 주세요?’라고 묻고 받지 않았어요. 집에 지갑이나 통장이 널려 있어도 건드리지 않으니까 그냥 마음을 놓았죠. 그런데 중 2가 되니까 돈이 뭔지 깨달은 거예요. 친구들이랑 간식도 사먹어야 하고 등·하교 때 차비도 들어가니까요. 그러더니 제 지갑에 손을 댔어요. 지갑에서 돈이 없어진 걸 알고 남편한테 돈 꺼내갔느냐고 물으니까 아니래요. 또 언젠가는 돈을 많이 찾아 봉투 안에 넣어놨는데 돈이 없어졌어요. 이거 뭔가 있다 싶어 아이를 불러놓고 ‘네가 엄마 지갑에서 꺼내갔냐’고 하니 아니래요. 그러다가 결국 털어놓은 게 자기 전자사전 액정이 깨졌는데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그거 고치기 위해 제 돈을 가져간 거였어요. 그게 신호탄이었어요. 성에 대해서도 모르다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독일에 3주를 다녀오더니 야동을 보기 시작했어요. 아빠 휴대폰을 밤에 몰래 들고가서 야동을 보고…불장난을 해서 화상도 입고요.

탁경운 = 전 첫째가 초등학교 4~5학년 때인가 누굴 때리고 다닌다는 거예요. 딸인데 남자애들을 때린다는 거예요. 그리고 중 1 때 딸이 은따를 당한다고 아내가 귀띔하는 거예요.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일도 손에 안 잡히고요. 누구에게 들었느냐고 하니 친구 엄마에게 들었는데 꽤 오래됐다는 거예요. 아이가 속한 그룹 중 특정한 애 한 명이 딸을 계속 배제시킨다는 거죠. 그래서 딸과 이야기를 했죠. 아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하니 아이 대답이 충격적이었어요. ‘친구가 뭐 걔 하나인가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잘 넘어가기는 했지만 굉장히 놀랐죠.

 

▲ 고1·중2·초5 엄마 고유경씨
난 대화가 하고픈데 “누구랑 놀아?” 물으면 “왜 알고 싶은 거죠?”

 

- 부모로서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탁경운 = 애들을 믿어주고 싶지만 내가 정말 아이를 믿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상을 그려놓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은 독립적인 존재이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는 생각하는데 자꾸 제 경험에 의존해 아이를 바라보고, 경험치를 갖고 아이에게 대입하는 것 같아요.

이정희 = 아이들이 저만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생력을 가져야 하는데 난관에 부딪히고, 해결할 시간이 촉박하면 제가 개입해 해결해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도 저에게 책임을 물어요. 한 번은 자기가 다니겠다고 해서 다니는 피아노학원인데 ‘엄마는 제가 피아노 끊고 싶은데 못 끊게 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황당했어요.

고유경 = 아이에게 끝까지 질문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엄마는 어떤 엄마니?’예요.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했어요. 나는 스스로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아이에게 확인받고 싶어요. 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 ‘엄마야 다 평범하지’라든가 아니면 ‘최악이야’라든가요. 제가 그런 답을 예상하는 것은 아이가 성적을 잘 받았으면 좋겠다는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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