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뉴스] “취업 테크닉 아닌 하고 싶은 일 찾는 데 도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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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21 14: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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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돌아본 1년… 생생 목소리

 

2011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힘겹다. ‘뼛골 빠지는’ 등록금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화려한 ‘스펙’을 쌓아 노력해도, 취업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길은 멀기만 하다. 경향신문 온·오프라인 통합기획 ‘청년백수 탈출기’는 사회적 화두가 된 ‘청년실업’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보자는 의도에서 지난 2월 시작됐다. 총 13명의 참가자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취업컨설턴트와 상담을 하고, 이력서를 써보고, 요즘 트렌드가 된 ‘역량면접’ 준비도 해보면서 1년을 달려왔다. “스펙이 아닌 ‘사람’을 보아달라”고 외치는 청년백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김태용(25)= 정치외교학 전공→공기업 희망→상품기획자(MD)로 변경→인도네시아 한국OEM업체 인턴 2개월→유니클로 점장후보직 지원

“난 정말 일을 잘할 자신이 있는데,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때문에 도전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할 때 너무 아쉬웠다. ‘청년백수 탈출기’에 참가할 때만 해도 마음이 조급해서 ‘취업 테크닉’을 배우려는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근본적인 접근을 하면서 ‘빨리 취업해야지’, ‘연봉은 얼마’…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의류업체 유니클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데, 이 일을 착실히 하면서 쌓아 올라가려고 한다.”


■ 이건희(25)= 교육학 전공→게임기획 희망→기업 인사교육으로 변경→기간제 교사 및 인턴교사 활동→홈스쿨링 등 교육관련 기업 탐색 중

“대학에 와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지만 주변의 기대 때문에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사회는 자신에게 문제가 없는데도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계속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느끼게 만든다. 자기발전도 좋지만,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자신을 몰아붙이게 만드는 현실이 때론 버겁다.

온라인과 교육분야를 놓고 많이 흔들렸다. 비록 임용고시를 보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인턴교사로 학습부진 아동들을 가르치면서 나중에 작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 이은영(24)= 광전자공학 전공→온라인서비스 기획 희망→SK커뮤니케이션 인턴 2개월→하반기 공채지원 실패→CJ E&M 인턴 지원
“면접을 볼 때 감점요인이 될 만한 나의 태도나 말투를 고치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요구하는 게 너무도 많다. 토익을 공부해야 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하고, 공모전에도 응모해야 하고, 인턴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필수코스가 돼 버렸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졸업하지 않은 친구들이 내게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경험을 쌓으라’고 얘기해주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조희문(25)= 의료경영학 전공→병원 의료경영 준비→일반 영업직으로 변경→유통업체·보험사 탈락→내년 상반기 공채 준비 중

“무서운 줄 모르고 덤볐던 한 해였다. 한번 취업전선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두렵다. 내년에 너무도 ‘일’을 하고 싶다. 학교 다닐 때 휴학 한번 하지 않았고,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쉰 적이 없었다. 쉰다는 게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어느 분야에서든 내 열정을 쏟아부을 만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해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취업’이 인생의 최종 목표처럼 돼 버렸다. 안타깝고 서글프다.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에 맞추려면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의식하며 지내는 것도 힘들다.”

 

■ 정애지(27)= 시각디자인 전공→온라인커뮤니티 운영→기업 블로그·SNS운영 인턴→온라인홍보회사 인턴 6개월 뒤 입사

“운이 좋아 한고비를 넘겼다. 취업 못한 친구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이다. 학교 다니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봐야 하는데 그것도 녹록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력서에 쓸 말이 없어 토익점수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된다. ‘청년백수 탈출기’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계속 방황했을 것이다.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랐고, 나름대로 내가 밟아 온 길이 있지만 그걸 확인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 프로젝트를 도와주신 취업컨설턴트에게서 ‘전공에 맞춰 쓴 이력서와 온라인 홍보에 초점을 맞춘 자기소개서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 깊이 고민해봤다. 내가 왜 전공에 매달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는 나만의 전문성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 6개월을 돌아보니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라’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 최수영(29)= 회계학 전공→공인회계사 등 금융분야 희망→영업(관리)직으로 변경→유통업체·보험사 등 탈락→유니클로 점장후보직 지원

“금융 쪽에서 일하면 돈도 많이 벌고 주변에 보여주기도 좋겠다 싶어 준비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번듯한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빨리 버렸다면 취업이 더 빨라졌을 것 같다. 2012년은 계획한 것을 절반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상품기획(MD) 일을 꾸준히 해나가려고 한다. 지난해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무엇 하나 똑바로 하지 못했다. 기회들을 다 지나보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매장 직원으로 일하며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겠다. 이 사회를 향해 ‘스펙보다 스토리를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을 꽉 채운 그들, 남부럽지 않은 또 하나의 ‘스펙’

“토익 공부해요.”

‘청년백수 탈출기’에 참가한 친구들에게 근황을 물으면 늘 듣는 대답 중 하나다. 왜 토익을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친구들이 다 하니까요” “이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같은 답이 돌아온다. 너도 나도 오는 대학에 왔고, 졸업이 다가오니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무작정 달려드는 일이 토익학원 등록하고 토익시험에 수십번씩 응시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 때문이다. ‘스펙 쏠림’ 현상은 청년백수들이 늘 겪는 불안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럼, 스펙이 좋으면 취직할 수 있는가. 정작 기업은 학점과 토익점수가 높은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뽑고 싶은 인재는 따로 있다. 기업이 하는 일에 적당한 지식과 관심을 갖고 있고, 기업의 고민에 어설프나마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준 경력사원’을 원한다. 입시에 시달리느라 중·고교, 대학을 거치면서 진로도 제대로 고민해보지 못한 이들이 1~2년 안에 사회생활 3~4년차 수준의 고민수준에 도달하려니 숨이 턱에 찬다. 인턴십과 공모전도 이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나마 알량한 스펙마저 없다면 웬만한 기업에 응시해볼 기회도 없다. 대부분의 기업은 몰려드는 취업자들을 가려내려 출신학교·학점·토익점수에 일괄 점수를 매기거나 하한선을 정해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킨다. 업무능력과 상관없지만 계량화하기 쉬운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에서 ‘걸러진’ 이들에겐 면접장에 나가 능력과 비전을 말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내 잠재력을 봐달라’고 외치는 것조차 어쩐지 민망하고 뻔뻔해보이는 시대다.

‘청년백수 탈출기’는 이 시대 20대들이 고군분투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그대로 기록하고자 했다. 1회성 상담이나 취업알선이 아니라, 청년 10여명의 성장통을 1년 동안 지켜보고 조언하면서 ‘백수 탈출’을 진심으로 돕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불합격의 연속에서 자꾸 쪼그라드는 자신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다. “누군가는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들었다.

지금까지 ‘청년백수 탈출기’의 문을 두드린 사람은 모두 13명이다. 그중 4명이 신입사원이 됐고, 9명은 아직 백수다. 신입사원 4명 중에도 이른바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간 이는 드물다.

그러나 결코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첫 상담 시간에 막연히 “연봉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좀 괜찮아 보이는 기업에 가고 싶다”던 참가자들은 이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말하고 찾아가고 있다. 아직 빈손이지만 마음을 꽉 채운 1년이 그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스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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