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선과 악이 모호한 존재, 그 ‘어두운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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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19 13:47:26
  • 조회: 865

 

 (사진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ㆍKBS ‘브레인’ 악인 캐릭터 인기

 

KBS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은 속물적이고 냉소적이다. 욕망으로 목마른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현실에서 맞닥뜨린다면 퍽 불편할 법한, 게다가 드라마의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그런데 그를 대중은 아끼고 사랑한다. 그의 아픔을 안타까워하고 애달파한다.

12월의 안방극장을 후끈 달구고 있는 이 드라마는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 드라마라면 으레 따르게 마련인 신조어가 쏟아지면서 화제성 면에서도 경쟁작인 김수현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주인공 신하균은 흡인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팬들로부터 ‘하균신’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드라마적인 구성과 짜임새에서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신하균이 연기하는 이강훈은 드라마의 다른 단점들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이 같은 애정과 열광의 배경엔 뭐가 있을까.

드라마에서 이 같은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강훈에게선 뚜렷한 기시감도 읽힌다. 4년 전 방송됐던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 때문이다. 선과 악이 모호한 존재. 타오르는 욕망에 몸을 내맡기고 달려가는 모습에서 연민과 동정마저 느껴진다. 급기야 대중은 그의 어두운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캐릭터의 연장선엔 2년 전 방송됐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도 있다.
이강훈, 장준혁, 미실. 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이들은 ‘개천에서 나온 용’이다. 이강훈과 장준혁은 가난하고 내세울 것 없는 집안 출신에다 사회적으로 기댈 곳도 없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천재적인 두뇌와 실력뿐이다. 미실 역시 신분제 질서가 뚜렷한 시기에 태생적 한계를 안고 태어났다.

성공에 대한 유달리 강한 집착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안은 숙제다. 이 같은 괴리감은 이들이 목표를 향해 몸부림치도록 채찍질한다.

최연소 조교수(이강훈), 외과과장(장준혁), 왕후(미실)라는 목표를 향해 이들은 때로는 비굴해지기도 하고 야멸찬 모습도 보인다. 무모하고 부도덕한 일도 서슴없다.

거침없는 행보가 장애물을 만나고 위기에 처할 때도 이들은 당당하다. 이강훈은 상사에게 이용당하고 가족 때문에 공개적으로 모욕당하는 등 궁지에 처하는 때도 꼿꼿하게 자존심을 지키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김상철(정진영)로부터 비도덕적이라는 질타를 당하면서도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다. 장준혁 역시 10년 넘게 모신 상관에게 버림받고 의료사고로 인한 항소가 이어지는 등 위기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그는 “내 선택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응당 가져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미실은 덕만(이요원)에게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 진흥대제와 내가 이뤄낸 신국의 국경이 신라”라며 자신의 욕망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다.

착하지 않은, 정의의 편에 서지 않은 인물이 드라마 주인공이 돼 이끌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지만 이들은 다른 등장인물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있으며, 시청자들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빠져든다. 심지어 이들의 패배와 좌절은 비극적인 영웅이나 혁명가의 그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목표를 향해 그악스럽게 달려드는 그들의 입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그들이 처한 절박함에 대한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한 절박함은 재력, 세습된 권력, 출신 성분이 뒤얽혀 만들어내는 사회의 부조리, 기득권층의 담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게다가 그런 환경은 신라시대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 없다. 대중 시청자들의 공감은 여기서 출발한다. 악을 쓰고 버텨도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픈 대중은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셈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정서적으로 황폐해진 사회에서 많은 이들은 하루하루를 독하게, 발버둥 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실제 상황”이라며 “자신의 삶과 속내가 드라마에 투영되기 때문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만이 공감의 요소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텍스트 속의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재창조하고 구현한 배우 신하균, 김명민, 고현정의 탁월한 연기력이 없었다면, 이들 드라마는 뻔뻔하고 진부한 드라마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KBS <브레인> 주인공 이강훈 역의 신하균 ▲<하얀거탑> 장준혁 역의 김명민▲<선덕여왕>의 미실 역의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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