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자사고·외고 유리해져 입시 열풍 재연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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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19 13: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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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절대평가제 도입… 사교육 더 과열될 수도

 

정부가 내놓은 절대평가제는 석차 등급을 올리기 위해 한 학교 안에서 친구끼리 벌여야 하는 경쟁을 완화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 광풍 재연→고교서열화 가속화→대학별본고사 부활→사교육 팽창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자사고·외고 입시 광풍 재연될라

기존 상대평가 9등급제하에서는 우수한 학생들만 모여 있는 특목고라 하더라도 등급 비율 때문에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 숫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환경이 열악한 시골학교라 하더라도 내신에서만큼은 특목고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평가 제도가 도입되면 원론적으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 대부분이 A를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성취기준 90%를 넘기만 하면 누구나 A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자사고가 대량 미달을 빚은 이유 중 하나가 일반고보다 등록금은 3배나 비싸면서 내신은 불리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족쇄를 풀어준 것”이라며 “자사고와 특목고 입시 열풍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앞서 절대평가를 실시했던 1996~2004년과도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특목고 및 자사고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울 지역의 자사고만 해도 26개에 달한다.

그동안 일반고가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평가 제도로 인해 특목고와 자사고가 내신에서 불이익을 보기 때문이었는데, 그 빗장이 풀리면서 일반고의 입지는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 고교 서열화 가속화 우려

교과부가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학교별로 A~F 점수분포를 공시토록 하겠다는 방안도 ‘고교 서열화’를 가속화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부는 “A~F 점수분포 비율과 함께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되고 있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결과를 비교하면 올바른 학교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과부가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A가 많은 학교와 아닌 학교가 드러나면 사실상 고교등급제와 마찬가지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같은 A를 받은 학생이라도 출신 고등학교에 따라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고교등급제가 실시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고려대는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표준편차·평균·원점수를 재가공해 특목고 학생들의 내신등급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2009 개정교육과정’ 도입으로 2014년부터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따라 기본-일반-심화단계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된다. 대학들은 심화과목의 A에 더 높은 가중치를 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수 학생들이 밀집해 있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심화과목 개설이 쉽지만, 여건이 어려운 농어촌고나 일반고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 심화과목을 개설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 내신 무력화, 대학별 고사 부활…사교육 증가 우려

1996년 도입한 절대평가 제도가 2004년 지금의 상대평가 제도로 바뀐 이유는 ‘점수 부풀리기’로 인한 내신 무력화 현상 때문이었다. 경기 화성에 있는 안화고의 나종균 고3 부장 교사는 “학부모들이 학교 점수분포 공시를 보고 ‘다른 학교는 A가 저렇게 많다. 우리 학교도 문제를 쉽게 내라’고 따지면 교사가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내신 9등급제인 지금의 상대평가 제도하에서도 교사들은 내신이 이미 무력화됐다고 말한다. 대학들이 내신 1등급과 5등급의 점수차를 극히 미세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대학들이 이를 핑계 삼아 대놓고 내신을 무력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내신 반영방법이 큰 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면 기본적으로 종전보다 내신의 영향력이 약해져 수시모집에선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정시모집에선 수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영역별 만점자 1% 수준으로 수능을 쉽게 내고, 논술 영향력을 줄여나가겠다는 교과부의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

중대부고 이금수 교사는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면서 학교 수업이 무너지게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교과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학 자율화에 무게가 쏠린 지금 상황에서는 교과부에 그럴 힘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학생과 학부모는 엇갈린 반응

교과부가 내놓은 절대평가 제도를 놓고 ‘성적 줄세우기’를 당하는 당사자였던 학생들은 ‘친구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대체로 환영했다. 서울 관악중 2학년 방성민군(15)은 “상대평가 방식에서 1~2점 차이로 전교 50등 차이가 난다. 등수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2등이 1등을 미워하는 현상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선영씨(49)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절대평가 방식이 학생들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강민주씨(40)는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주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지 않으냐”며 “내신이 약화되면서 오히려 논술 등 다른 사교육이 늘어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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