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손님께 결례해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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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16 13:30:53
  • 조회: 853

 

ㆍ자폐 앓는 30대 커피점 내고 세상과 소통
ㆍ어머니는 28년간 뒷바라지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의 커피전문점 ‘위드커피’에 들어서자 점장 이승진씨(30)가 “어서 오세요”라며 맞았다. 180㎝가 넘는 키에 미남형인 이씨는 밝은 목소리와 달리 표정이 무뚝뚝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손님들은 그를 이른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씨의 표정은 두 살 때부터 앓아온 자폐증으로 인한 것이다.

“지난 28년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남들이 잘 몰라볼 정도로 많이 개선됐습니다. 언어와 상황대처에 문제가 있어 손님께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많은 양해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어머니 권선옥씨(57)는 커피숍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이 같은 안내문을 걸어놨다. 권씨는 “승진이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회피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커피를 만들거나 일상적인 주문을 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게에서 일한다.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쉬는 날에는 음악을 듣거나 쇼핑도 한다. 이 커피숍을 발판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이씨가 있기까지 모자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씨는 만 두 살이 돼서도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어두운 곳만 찾거나 괴성을 질렀다. 이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도 타지 못했다. 아들이 자폐에 걸렸다고 생각지 못하던 어머니는 만 35개월째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자폐 진단이 나왔다. 권씨는 그 뒤로 아들에게 매달려 살았다. 아들이 머물던 곳은 항상 난장판이 됐다. 새로운 경험과 장소가 주는 두려움 때문에 이씨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마다 주변에선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저렇게 버릇이 없나”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권씨는 죄의식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딜 가든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이씨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갔다. 권씨의 노력으로 한글과 숫자를 어느 정도 깨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 생겼다. 한번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온몸에 멍이 든 채 귀가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담임교사가 “승진이를 한번이라도 때린 사람은 전부 책상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서른 명이 넘는 반 학생 모두가 책상 위에 올랐다. 그 장면을 목격한 권씨는 충격을 받았다. 주위의 권유로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게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때 특수학교로 전학시켰다.

이씨가 고등학교를 마치자 권씨는 아들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커피전문점이다. 손님을 맞이하고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직접 건네며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곳, 2009년 지금의 커피전문점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지만 가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권씨가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다. 요즘에는 오전에만 잠깐 들른다. 이씨는 “지금 하는 커피숍을 잘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승진이가 같은 아픔을 안고 있는 분들께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도 이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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