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난곡 아이들 ‘따뜻한 한 끼’ 올겨울 지나면 사라질 위기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15 14:19:45
  • 조회: 11701


ㆍ‘사랑의 밥집’ 후원 급감

 

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관악구 난향동 675-406번지 ‘난곡 사랑의 밥집’. 추운 듯 몸을 잔뜩 웅크린 보임이(9)가 동생 정임이(6·이상 가명)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두 자매는 오빠 몫까지 도시락 3개와 반찬 3개를 챙겼다. 오빠(11)는 주의력결핍장애(ADHD)가 있어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고 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부모와 지하 단칸 셋방에 살고 있는 이들 세 남매는 이곳에서 매일 저녁 식사를 챙겨간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곳에서 저녁을 가져갈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후원자가 줄어들면서 12년 넘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해온 밥집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저녁 도시락을 챙겨가는 아이들은 매일 70여명 정도다. 이들 중 34명은 한 끼에 4500원씩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는 급식대상자다. 나머지는 한부모가정 아이 등 형편이 어렵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어려운 사정을 아는데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밥집에선 급식대상자의 지원금에 개인 후원금을 보태 70여명 모두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주택가에서 보임·정임(가명) 자매가 ‘난곡 사랑의 밥집’에서 타온 저녁 도시락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고 있다. ‘난곡 사랑의 밥집’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생겼으나 최근 재정난으로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하지만 요즘엔 1998년 문을 연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여서 저녁식사를 받아가는 아이가 200명에 가까웠지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수십, 수백명의 개인 후원자들이 연간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오고, 연말이면 이곳저곳에서 쌀이며 라면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주변이 재개발돼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하루하루 부족한 쌀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중산층이 무너진 데다 경제가 어려워진 탓에 개인 후원자가 줄어 지금 밥집을 돕는 후원자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난곡은 원래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다. 2002년 이후 4차선 도로가 생겨나고,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500만원 안팎의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인 원주민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 집값이 싼 아랫동네에 지하나 반지하 월셋방을 얻어 옮겨갔고, 아이들은 먼 길을 걸어서라도 도시락을 받으러 이곳을 찾고 있다.

밥집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김모씨(41)는 “차라리 예전 판자촌 시절이 더 나았다”고 말했다. 난방도 안되고 화장실도 공동이라 불편했지만, 한 달에 65만원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월세만 25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그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재활용 폐지를 줍고 있다고 했다.

밥집의 김한수 사무국장(36)은 “내년 2월이면 급식지원대상자 10여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상자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24명분의 지원금으로 70여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김 국장은 “내년에는 더 이상 재정난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김시애 급식팀장(49)은 급식대상자가 아닌 이웃들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장애로 병원 치료 중인 딸(45)과 손녀(25)의 도시락을 챙겨가는 박모 할머니(83)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자원봉사자 최은희씨(42)는 “하루 20㎏ 들어가는 쌀도 부족하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식단을 짜기가 어렵다”면서 “매일 빠지지 않고 도시락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