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경계의 강변에서 바다의 품에 몸을 던지다… 김포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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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08 1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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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강 천리 길 대장정을 끝내는 마지막 통과의례다. 만조에는 서해 바닷물이 거세게 밀고 올라오는 역류로 부풀어오르고, 썰물에는 막혔던 숨통이 탁 터지듯 쏜살같이 서해바다로 휩쓸려드는 탁류로서 숨가쁘다. 겉으로 고요하되, 안에서는 뜨겁다.

한반도 중부내륙의 모든 물길을 담아내는 ‘할아버지강’, 바로 조강(祖江)이다. 김포반도 하성면 연화산과 파주 교하의 오두산 사이가 시작점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쳐 도도히 흘러온 한강과, 한탄강물을 이끌고 온 임진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서해 쪽으로 좀더 흐르다가 북한 개성을 지나온 예성강까지 받아들이니, 그 품은 매우 넓다.

조강은 ‘금지구역’ 안에서 흐른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서부전선. 강 건너가 북한 황해북도 판문군(옛 개풍군)이다. 강심 한가운데로 금도 없이 휴전선이 지나간다. 60년 가까이 삼엄한 철책에 갇혀 사람들에게 까맣게 잊혀지고, 길은 끊겼다. 세밑, 이 경계(境界)의 강변에서 장강의 물길이 서해바다로 스러지는 마지막 모습을 보는 여행. 조금 적막하면서도 특별할 듯싶다.

서울을 벗어나니 금방 김포땅이다. 한강변에 철조망 안쪽의 강 풍경을 시나브로 따라가는 78번 국지도(제방도로)가 있었다. 지금은 한강신도시로 통하는 한강대로가 새로 열리면서 그 길도 만신창이가 됐다.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는 옛길 초입, 조강 직전의 철조망 틈에서 하성면 전류리 포구를 만난다. 전류(顚流)란 강물과 바닷물이 뒤섞인다는 뜻이겠다. 때마침 밀물의 시간이어서 소용돌이로 차오르는 강물의 헐떡거림, 장관이고 진풍경이다. 강바람에서도 서해 개펄냄새가 훅 끼쳤다.

전류리는 한강 내수면 어업의 최전방 포구란다. 옛 조강 어부의 고기잡이 전통이 살아있다. 포구에서는 20척가량의 소형 어선이 선단을 이뤄 웅어, 숭어, 새우, 참게를 잡는다. 여기서 잡히는 참게는 수라상에 올랐다고 한다. 겨울에는 별미인 숭어가 많이 잡힌다. 어부들은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 김포대교부터 전류리 어로한계선까지 14㎞ 구간에 그물을 친다. 하류 쪽으로 200m 지점에 월선금지 부표가 떠있다. 최근에는 포구 주변 철책선을 한강 쪽으로 옮겨 고기잡이나 관광객 출입이 훨씬 자유롭다. 어부의 아낙들이 포구 어판장에서 직접 수산물을 판매한다.

전류리를 지나 김포반도의 돌출부인 연화봉 주변 하성면 석탄리, 후평리, 시암리 일대는 평야지대다. 넓은 들판과 갈대밭, 갯벌에 큰기러기, 청둥오리 같은 겨울철새가 날아든다. 겨울 진객(珍客)이라는 재두루미도 눈에 띈다. 김포시는 재두루미 도래지였던 홍도평야가 도시개발로 서식환경이 나빠지자 후평들판을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가꾸고 있다. 이곳을 지날 때 철새가 까맣게 떴다 내렸다. 전류리에서 후평철새도래지를 지나 애기봉 입구까지는 비무장지대(DMZ) 트레킹 코스 김포 셋째길이다. 들길, 산길, 둑방길, 철책길로 코스가 이어진다. 그동안 통제됐던 DMZ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조강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애기봉전망대나 문수산에 올라야 한다. 애기봉(155m)은 한국전쟁의 격전지이면서 평안감사의 애첩 ‘애기’의 전설로 유명하다. 간단한 출입신고서를 쓰고 전망대에 올랐다. 1.5㎞ 너비의 조강을 사이에 두고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개성 송악산도 훤히 보였다. 북한의 회색빛 공동주택, 민둥산과 무덤, 길을 오가는 사람들, 소달구지 모습까지 관광용 망원경에 선명하게 잡혔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멀리 한강의 법정하구선(법으로 정한 한강 종착점)인 유도(留島)가 한 폭의 그림이다.

문수산(376m)에는 강화해협을 지켰던 요새, 문수산성이 있다. 삼림욕장의 숲이 아름답다. 나무계단과 산길을 따라 팔각정에 오르면 조강의 풍경이 에워싼다. 애기봉과 문수산 사이 월곶면 조강리에 저 유명한 조강포가 있었다. 조강포는 서해 뱃길과 한양, 개성을 잇는 수운의 요충지였다. 항상 뱃사람과 나룻배를 기다리는 손님, 장사꾼들로 떠들썩했던 포구.

서해안에서 올라온 배들은 이곳에서 물참(만조)을 기다렸다가 밀물에 배를 태워 단숨에 한양으로 갔다. 조강리에 새로 세워진 ‘조강포유허비’에 따르면 토정 이지함은 정확한 ‘조강물참’을 측정해 사공들에게 노래로 가르쳤다고 한다. 백운 이규보는 이 나루에서 조강부(祖江賦)를 지었다.

조강변 마을은 대부분 민통선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출입자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철책을 초병들이 지키고 있다. ‘도처철조망(到處鐵條網) 개유검문소(皆有檢問所)’(황동규 시 ‘태평가’)의 현실이 생생하다. 서울에 살면서도 김포 비무장지대를 모르는 사람은 많다. 조강리는 조강저수지까지만 갈 수 있다. 전쟁 전 남북 나루터가 조강리라는 이름의 한 동네였다. 지금도 북쪽에 윗조강리, 아랫조강리가 있다. 전쟁은 강을 사이에 두고 경조사를 함께하던 마을까지 분단했다.

조강리 옆 마을은 옛 강령포가 있던 용강리다. 이 민통선마을은 멸종위기 희귀종인 매화마름의 서식지로 이름이 알려졌다. 6월 초쯤 마을의 논마다 매화마름이 만개해 마을이 환해진다고 한다. 마을 중앙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의 용못이 있다.

주민들은 매화마름과 용(미르)을 내세워 ‘매화미르마을’이라는 체험마을을 만들었다. 체험관과 캠핑장, 생태수로, 황토풀장, 미르열차를 갖췄다. 캠핑과 함께 떡메치기, 미꾸라지 잡기, 전통두부 만들기,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강 풍경과 북녘땅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보면 유도 너머 강화만으로 떨어지는 노을빛이 일품이라는데, 갈 길이 바빠 돌아섰다.

유도는 용강리와 보구곶리 코앞에 떠있다. 섬이 떠내려가다가 멈췄다고 해서 주민들은 머무루섬이라고 부른다. 전쟁 전까지 사공들이 쉬어가는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립지대여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인적 끊긴 섬은 저어새, 가마우지 등 새들이 주인이다.

김포 조강은 여기까지. 물길이 머무루섬을 지나 곧장 나아가면 강화 교동도 쪽 강화만, 왼쪽으로 돌면 염하(鹽河)다. 염하로 방향을 잡았다. ‘소금강’을 뜻하는 염하는 강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다. 바닷물과 강물이 밀물과 썰물로 드나든다.

대명항은 염하 남단에 있다. 60여척의 어선이 서해로 나가 온갖 해산물을 잡아오는 포구다. 왼쪽으로 초지대교가 김포와 강화도를 가로지른다.

대명항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어선의 이름을 내건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어민들이 갓 잡아온 낙지, 광어, 주꾸미 같은 싱싱한 해산물을 함지박에 담아놓고 직접 판매한다. 겨울철 대명포구의 별미는 참숭어와 ‘삼식이’다.

그렇지만 겨울철에는 대명(大明)이라는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게 을씨년스럽다. 포구 주변에 퇴역한 2000t급 함정을 개조한 김포함상공원, 신미양요와 병인양요의 호국유적지 덕포진, 옛날부터 물살이 거칠기로 유명한 손돌목이 있다. 겨울철 손돌목에 부는 매서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한다.

이제 일몰의 시간이다. 기억하기로 조강과 염하는 낙조가 참 곱다. 대명포구, 덕포진, 문수산, 그리고 어느 조강변 언덕이든 물에 비치는 노을의 광채가 찬란하다. 바닷물과 강물이 밀고 썰면서 뒤집어놓은 개펄은 낙조를 반사해 유난히 반짝거린다. 한데 이날은 아쉽게도 해가 먹구름에 갇혔다. 시간의 강물은 흘러, 어느새 한 해는 또 저물었다.

 

/길잡이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자유로·88올림픽도로~김포나들목~한강대로~김포대로(48번 국도) 코스가 중심도로다. 한강대로에서 78번 국지도(제방도로)로 갈아탄 뒤 용화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한강을 따라가면 전류리포구다. 월하로·하성로를 타고 후평리철새도래지, 연화봉을 갈 수 있다. 하성면소재지에서 56번 국지도를 따라가면 애기봉(관리사무소: 031-988-6128)이다. 민통선마을인 매화미르마을(010-9916-9007)은 김포대로~갈산사거리~김포조각공원 방면. 캠프장 시설을 이용하려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마을 입구 초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한다. 대명항은 김포대로 누산IC에서 356번 지방도로~양곡우회도로사거리 대곶, 대명 방향. 초지대교 이정표를 따라가도 된다. 김포시청 문화예술과 (031)980-2742

● 대명포구·덕포진 근처 약암홍염천관광호텔(031-989-7000)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하성면 양택리 태산패밀리파크(031-997-6868)는 분수대와 물놀이·도자기 체험장 등을 갖춘 가족공원이다. 대명항 근처 덕포진교육박물관(031-989-8581)도 찾을 만하다. 전직 교사 부부가 추억의 학교 교실과 교육사료관, 농경문화관을 꾸몄다.

● 전류리 소쇄원(031-988-5003)은 간장게장과 생선구이를 잘한다. 대명포구에는 어성횟집(031-989-1553) 등 해물음식점이 많다. 후평철새도래지를 지나 하성면 시암리 민통선마을에는 ‘좋아좋아 권철기’(031-987-4850)라는 한옥집 음식점이 있다. 북한과 조강이 가까운 곳이다. 토종닭과 염소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사전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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