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심청’의 효심 중동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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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05 16: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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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국 창작발레 첫 오만 공연

 

한국 발레 <심청>이 아라비아반도 남동단에 위치한 신밧드의 나라 오만의 극장을 물들였다. 지난 28일(한국시간 29일) 저녁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로열 오페라하우스(1055석) 개관 기념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3막 발레 <심청>은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아랍인이 과연 <심청>의 이야기와 한국의 ‘효(孝)’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음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 창작발레가 중동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오만 최초의 오페라하우스로 4년여 만에 완공됐으며 개관 페스티벌에는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러시아의 마린스키 발레단,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오페라발레 등 세계 정상의 발레단이 함께 초청됐다. 이들 발레단이 선보인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지젤> 등 서양 고전 발레 속에서 한국적 색깔이 짙은 <심청>의 존재감은 각별했다. 지난 9월 중순에 판매를 시작한 <심청>의 티켓은 10월 초 이미 매진됐다.


막이 오르면 초가집들이 보이고, 갓 세상에 태어난 딸 심청을 품에 안은 심봉사가 기뻐하다가 곧 아내의 사망소식에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어느새 자란 심청(황혜민)이 눈먼 아비의 눈을 뜨게 해준다는 공양미 300석을 얻기 위해 목숨을 내놓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객석으로부터의 첫 번째 박수는 남성 무용수들의 힘차고 일사불란한 군무에 이어 선장 역의 이현준이 독무를 출 때 터져 나왔다. 폭풍우가 사납게 몰아치고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긴박한 장면을 영상과 흔들리는 깃발, 음악, 그리고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표현한 1막 마지막 장면에선 객석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이는 듯했다.

바닷속 용궁장면인 2막에선 형형색색의 바다 생명체로 분장한 무용수들이 화려하게 청혼하는 순간, 일부 관객이 손뼉을 쳤을 정도로 객석의 몰입도가 높았다. 연꽃에 담겨 육지로 올라온 심청이 왕(엄재용)의 사랑을 받아 왕비가 되고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와 만나는 3막은 탈춤 군무와 황혜민·엄재용의 2인무가 돋보였다.
이날 1055석의 객석은 아랍인들의 전통의상인 디스다샤(온몸을 덮는 긴 소매의 아랍 남성 의복)와 아바야(이슬람권 여성들이 입는 검은 망토 모양의 의상)로 멋을 낸 오만인들로 가득 찼다. 때마침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가 공연을 보러 온 백인 관객의 모습도 적잖게 보였다.

무스카트 소재 병원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관객 파자 모하마드는 “오만에서 발레 공연은 처음이지만 유튜브를 통해 발레를 많이 접했다”며 “<심청>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갔고, 무용수들의 춤이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오만 고등교육부 장관의 보좌관으로 캐나다 출신인 페트리샤 그로브는 “판타스틱”을 연발했다. 그는 “서양발레와 한국문화의 결합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무용수들의 실력이 훌륭한 데다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고 의상과 조명 등 어느 한 곳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고 감탄했다.

 

발레 <심청>은 1986년 초연됐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아티스트들 거치면서 수차례 다듬어졌다. 그동안 워싱턴 케네디센터, 뉴욕 링컨센터, LA 뮤직센터 등 미국 3대 오페라극장을 비롯해 세계 유수 극장에서 공연했다. <심청>은 올해 더 바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4월 대만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시작해 싱가포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 공연을 마쳤고, 내년에는 러시아,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심청>을 선보인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한국 발레의 존재감은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세계 정상급 발레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기량이 높아졌다”며 “처음엔 우리가 서양발레를 수입했지만 이제는 <심청>과 같은 색다른 작품을 역수출함으로써 세계에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함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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