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뿌리깊은 나무’ 속 한자 신봉 사대부 통해 기득권층 꼬집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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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11.12.02 15:59:58
  • 조회: 840

(사진자료 : 뉴시스제공)

 

 

ㆍ연출 장태유 PD

 

지난달 25일 경기 파주 탄현면 문지리 SBS세트장. 인기 사극 <뿌리깊은 나무> 촬영이 한창이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만들어진 임시세트에서는 전설적인 검객 이방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주고받는 조말생(이재용)과 무휼(조진웅)의 눈빛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무휼, 벽장을 바라볼 때 좀 더 천천히 고개를 돌려주세요. 이방지와는 오랜 감정이 있잖아요.” 30초 남짓한 방영분량 촬영에 소요된 시간은 40분이 훌쩍 넘는다. 이어진 촬영분은 밀본 단원들의 모임. 우의정 이신적(안석환)이 수장 가리온(윤제문)에게 빼돌린 과거 시제를 건네는 장면이다.

 

“컷. 가리온, 단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출 필요는 없어요. 앞을 보고 (대사를) 쳐도 돼요. 그리고 지금 너무 화내듯 하는데 거기서부터 다시 갈게요.”

 

연출자 장태유 PD(39)는 모니터와 대본을 들여다보며 배우들의 연기를 꼼꼼하게 점검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과 음모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는 국내 드라마 중 보기 드물게 완성도와 참신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화제의 사극. 긴박하고 극적인 구성과 재미, 빼어난 영상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선덕여왕>을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 콤비의 탄탄한 대본에 한석규, 안석환, 윤제문, 송옥숙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포진한 데다 ‘브랜드 PD’ 시대를 다시 열고 있는 장태유 PD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전작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으로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주며 팬층을 확보한 데다, 해외 필름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실력도 인정받았다. 연일 이어지는 밤샘촬영의 틈을 쪼개 시간을 내준 장 PD는 “한자문화권에 젖어 살던 당시 기득권층의 모습과 미국 중심 세계관으로 영어를 신봉하는 현 기득권층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연출자로서 의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글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원작이 문자와 권력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데 비해 드라마는 현실 비판적인 메시지가 강하게 읽힌다.

“한글이 얼마나 우수하고 귀중한 문자인가. 그런데 우리 한글은 지금 너무 무시당하고 있다. 단순히 한글이 어려움과 갈등 속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넘어서 우리의 현실을 비춰보고 싶었다. 중화사상으로 무장한 사대부는 영어를 떠받들고 있는 현재의 주류세력과 다를 바 없다. 시청자들이 현실 비판적이라고 느끼는 것도 현재의 모순과 모습이 비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사극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갖고 있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글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극에서 흔한 선과 악의 갈등구조나 로맨스도 없다. 이 때문에 기획단계에는 재미없겠다, 시청률 안 나오겠다는 우려가 많았다. 교과서적인 드라마는 자칫 교조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드라마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새롭게 해석된 세종의 모습은 참 신선했다.

“그건 전적으로 작가들이 만들었다. 세종은 엄청난 일을 해낸 분이다. 그런데 그 업적이 훈훈한 성격을 가진 정상적인 모습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한 규모다. 잠도 거의 제대로 못 잤을 테고. 거기서 출발한 거다.”

 

-이례적으로 욕이 많이 사용된다.

“등장인물의 욕은 감정을 표현하는 솔직한 소리다. 글로는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수단이자 감정의 해소 창구다. 이는 백성에게 글자가 필요한 이유이자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욕이 많은 것은 그런 차원으로 봐 달라.”


-등장인물이 풍성하고 비중이나 주목도도 골고루 분산돼 있다. 신인급 연기자들에게서까지 균질한 연기를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젊은 연기자들은 엄청난 오디션 과정을 거쳤다. 3개월 이상 훈련을 했는데 다들 기본기가 잘돼 있더라. 살수 윤평을 맡은 이수혁은 연기가 처음인데도 이미지나 목소리 모두 똑 들어맞아 배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이도, 소이와 함께 드라마에 등장하는 3명의 천재 중 한 명인 성삼문은 모차르트 같은 캐릭터로 구상했다. 대신들이 무거운 분위기인 반면 집현전은 가볍고 밝은 분위기로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현우(성삼문), 슈퍼주니어 김기범(박팽년) 등을 캐스팅했다.”

 

-‘장태유표 드라마’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 연출자로서의 포부는 무엇이었나.

“그동안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나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천편일률적으로 자극적인 소재가 잘 먹혀왔다. 이 때문에 자칫 정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소재를 갖고서는 드라마를 시도하기 힘든 구조다. 어떤 소재든 재미있게 잘 만들면 대중을 설득하고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왔고, 연출자로서 그런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다. 사랑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가진 드라마가 더 많이, 과감하게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정기준과 이도는 화해하나.

“그게 결말이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이다. 끝까지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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