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울렁 울렁 울렁… 울릉도 속살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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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1.29 14: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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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만나본 ‘신비의 섬’

 

‘바다는 아직 출렁거리기엔 이른 듯 잔잔하다. / 보아라, 저기 바위 틈새에 앉아 / 허허롭게 바다를 보는 괭이갈매기. / 때로 자식을 위해 하늘까지 훔치는 / 이 섬의 어머니인 그들에게 포구(浦口)는 / 삶의 또 다른 이름이다. // 그네들의 날개 밑 고단한 일상들이 / 해풍에 닳아 굴껍데기처럼 푸석거리고 / 해무(海霧)는 서서히 그들을 감싼다. / 지친 날개를 접고 둥지로 돌아오는 그 저녁 / 새끼들은 오랜 기다림을 접고 /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처럼 반짝이는데…. // 괜스레 목까지 차오르는 이름, 어·머·니.’ -졸시 ‘(울릉도)섬목에 와서’

울릉도 여행은 울렁거림으로 시작한다. 작심해야 갈 수 있는 여행길, 그 먼바다 한가운데 떠있을 그 섬에 들어간다는 울렁거림이 그 첫 번째다. 쾌속선이 다니는 길이어서 예전보다는 한결 나아졌지만 파도라도 높을라치면 뱃멀미 때문에 겪어야하는 울렁거림이 그 두 번째다. 마지막 울렁거림은 섬을 돌면서 만나는 기암괴석과 갈매기떼, 검푸른 바다와 마주하면서 겪는 것이다.

흔히 울릉도 여행은 훌쩍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오징어를 널어 말린 덕장을 따라 도동과 저동을 오가면 다 끝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조금 멀게는 성인봉에 올라 나리분지를 보는 것으로 울릉도를 다 본 것처럼 얘기하기 십상이다. 오징어와 미역, 울릉도 호박엿을 한 아름 사서 돌아오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울릉도 여행의 참맛은 ‘걷기’에 있다. 항구와 항구를 오가는 배를 타고 내려서 터벅터벅 걷는 여행이야말로 울릉도의 속살과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법이다. 올레길과 둘레길 등 수많은 길들을 새로 내고 있지만 울릉도의 길은 예전부터 자연 그대로 거기 있어왔다. 그 모든 길들은 거의 대부분 바닷길과 연해 있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질리도록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산악자전거(MTB)와 바다낚시, 암벽등반을 즐기기 위해 울릉도를 찾는 레저인구도 부쩍 늘었다. 과거에 비해 빠르고 다양해진 뱃길도 울릉도를 더욱 가깝게 하고 있다.

■ 가볍게 바닷길을 걷고 싶다면, 행남 해안산책로

도동항에서 출발하여 저동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는 이미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 등에서 소개하여 잘 알려진 길이다. 기암괴석과 천연동굴을 감상하면서 무지개다리와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다채로운 산책로가 기다린다. 발밑으로 속이 훤히 비치는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용암활동으로 드러난 기기묘묘한 형태의 바위문양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산책로 중간에 위치한 행남등대에 오르면 저동항을 끼고 있는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동에서 행남등대를 다녀오는 데는 왕복 두 시간, 촛대바위 코스는 왕복 세 시간이 걸린다. 힘들다면 저동 촛대바위까지 편도 산책만 한 뒤 버스나 택시로 도동에 돌아올 수 있다. 반영구적인 시멘트와 철재 등으로 섬의 허리를 끊어 산책로를 조성한 건 마음에 걸린다. 차라리 목재로 했다면 반감이 덜했을지 모른다.

■ 좀 더 모험적인 산행을 원한다면, 나리분지와 성인봉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성인봉 아래 사방이 포근하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화구원 안에 있던 알봉이 분출, 북동쪽에는 사람이 사는 나리마을, 남서쪽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알봉이 됐다. 겨울이면 무릎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인다. 매년 1월 눈꽃축제가 열리면 나리분지의 설경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성인봉에 오르는 코스는 크게 세 코스가 있다. 대원사에서 팔각정을 거쳐 성인봉에 올랐다가 신령수를 지나 나리분지로 가는 코스가 그 하나다. KBS 울릉중계소에서 출발 팔각정~성인봉~신령수~나리분지, 사동의 안평전에서 출발하여 바람등대~성인봉~신령수~나리분지로 이어지는 코스도 있다. 모두 4시간 코스로 등산로가 잘돼 있지만 겨울이어서 산행장비가 필요하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다. 울릉도를 한눈에 조망하기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해안비경과 갈매기를 마주하고 싶다면, 해안일주도로

북면 일대의 해안일주도로에는 울릉도의 3대 비경이라는 관음도와 삼선암, 공암(코끼리바위)이 차례로 기다린다. 걷기로 작정했다면 저동에서 출발하는 연락선을 타고 섬목항에서 내려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출발하면 작은 동굴 두 개를 품고 있는 관음도와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삼선암을 만난다. 여기서 일주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천부항과 추산몽돌해변을 만난다. 천부항은 지극히 평온한 포구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먼발치로 보이는 송곳봉과 공암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마치 코끼리가 바닷물을 마시면서 잠겨있는 듯한 공암, 일명 추산(推山)으로 불리는 송곳봉 등에 매료된 가수 이장희씨가 인근에 둥지를 틀고 ‘울릉천국’이라고 이름짓기도 했다.

섬목에서 내려 울릉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북면 일대를 도는 데는 쉬엄쉬엄 걸어도 4시간 안팎이면 족하다. 최근에는 울릉도를 둘러싼 44.2㎞의 해안도로를 발끝의 힘으로 누비기 위해 찾는 MTB 마니아도 부쩍 늘어났다. 바닷가를 따라 평지와 고지를 넘나드는 해안도로와 원시림 사잇길(내수전에서 삭포 사잇길)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바다낚시를 위해 찾는 이들은 요즘 갯바위 낚시만으로도 전갱이와 방어 등 싱싱한 횟감을 건져 올린다.

울릉도 주민 심금휘씨는 “예전에는 단체관광객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바다낚시와 암벽등반, 걷기여행과 MTB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이 모든 것들을 만족시켜 주면서 어느 여행지보다 한적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울릉도 여행의 진면목”이라고 말했다.


▶여행길잡이

●포항, 묵호, 강릉, 후포 등지에서 배가 뜬다. 일기에 따라 2시간30분에서 3시간가량 소요된다. 요금은 편도 4만~5만원 사이. 대아고속해운이 씨플라워, 썬플라워, 오션 플라워호를 운항하고 있다. 포항 (054)242-5111~2. 묵호 (033)531-5891. 씨스포빌은 씨스타호를 강릉에서 저동항까지 운항한다. 강릉 (033)653-8670~1. 대한가족은 오리엔트호와 우리호를 포항과 후포에서 저동항까지 운항하고 있다. 포항 (054)253-0123. 후포 (054)788-6001. 각사마다 운항시간과 요일 등이 다르므로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도동의 홍가네(054-791-0133) 따개비국수, 도동의 삼정숯불가든(054-791-4466)에서 맛볼 수 있는 약소불고기가 울릉도의 별미다. 홍합밥과 오징어 내장탕도 울릉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북면 추산리 천부항 근처 송곳봉이 바라다보이는 ‘휴 행복한’(054-791-9700)은 2개월 전 완공된 펜션으로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조망이 뛰어나다.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도동에 위치해 있다. 사동과 천부리, 나리 등에 있는 펜션이나 민박을 이용하면 울릉도의 참맛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기타 현지 상황은 도동 관광안내소(054-790-6454)나 저동 관광안내소(054-791-6629)로 전화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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