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대입 학원’ 자처하는 자율고의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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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1.22 14:16:47
  • 조회: 11841

 

ㆍ미달 땐 학교운영 차질… 경쟁률 높이기 안간힘
ㆍ21일부터 원서 접수

 

“다른 자사고보다 국·영·수 집중도가 높고, 문과는 사회, 이과는 과학 심화학습이 잘되어 있습니다. 비입시과목은 창의재량시수로 돌리고 입시과목에 집중해 시수를 늘렸습니다. 맞춤식 프리스쿨을 입학 전에 운영해 국·영·수 위주 보충학습을 하고 입학 직후 문·이과를 선택합니다. 2학년까지 모든 진도를 끝내고 이후 복습을 합니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열린 입학설명회. 예비 고교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특성과 장점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으로 봐서는 사설 입시학원과 다를 바 없었다.

같은 시각 다른 자사고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 학교의 홍보 동영상은 “지난해 수능 1등급 학생 ○○명, SKY 대학 합격 ○위, 서울대 진학률 전국 ○위” “EBS 강사, ○○방송 강사 등 최고의 선생님 보유”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강남의 한 학교는 노골적으로 강북과 비교했다. 진학 담당 교사가 나와 “강북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우리 학교에 와도 200등 정도 합니다. 강북 학생의 상위 10%, 강남 학생의 25%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갑니다. 우리의 목표는 100%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시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뽑은 교사 분들은 K대 출신이 많다. S대를 수석졸업한 분도 계시다. 교사의 질은 걱정 마시라”고도 했다.

당초 이들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밝힌 교육 방침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잠재능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높은 이상을 가진 창의적 세계인, 성실함과 봉사정신을 가진 민주시민을 양성하겠다’는 등이었지만 입학설명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학입시 한 가지 주제로 집약됐다.

21일 시작되는 서울지역 자사고 26곳의 원서접수(하나고는 접수 완료)를 앞두고 각 학교들의 홍보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자사고는 정부에서 재정결함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비 대부분을 수업료로 충당해야 한다. 학생이 학교의 최대 수입원인 셈이다. 게다가 입학 경쟁률이 학교의 평판을 좌우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학생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특히 지난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서울지역 자사고 10곳은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사고 홍보비 현황’을 보면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적게는 900만원부터 많게는 7000여만원까지 학교 홍보비로 지출했다. 홍보동영상 제작, 학교 홍보 기념품 구입, 입학설명회 경비, 현수막, 홍보 책자, 입학안내 사이트 관리 등에 들어간 비용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출한 홍보비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대대적으로 신문광고를 낸 학교들이 있는데 이들 학교의 홍보비 내역에 광고비는 들어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사고 대부분은 교내에 전담부서를 두고 1년 내내 학교 홍보를 한다. 몇몇 학교는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별도로 채용할 정도이다.

일선 중학교 순회 방문은 필수다. 교사들이 지역을 분담해 300개에 이르는 서울지역 중학교를 모두 도는 곳도 있다. 한 자사고 교사는 “케이크, USB 메모리, 무릎담요, 우산 등을 선물로 사 들고 중학교에 찾아간다. 3학년 담임교사나 진학교사, 교장·교감 선생님을 만나서 우리 학교를 좋게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자괴감을 토로하는 교사들도 많다. ㄱ고 교사는 “자사고 전환에 찬성했던 교사들까지 대부분 후회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달된 학교는 물론이고 잘나간다는 학교 교사들도 인센티브는 많이 받을지 모르지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ㄴ고 교사는 “원서접수 기간이 다가오면서 미달될까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털어놨다.


▲ 자율형사립고 (자사고)

정부가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편성 등에 자율권을 준 사립고등학교. 정부 지원금이 없는 대신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서울 27곳 등 전국에 51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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