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허물어진 옛 요새의 고요…강화 해안선 따라 ‘돈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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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1.18 15:40:00
  • 조회: 11790

 

강화도는 가도 가도 새롭다. 섬 전체에 선사시대부터 개화기까지 수많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강화 지도를 펼쳤을 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해안선을 따라 쉴 새 없이 늘어선 돈대(墩臺)들이다. 53개의 돈대마다 군사들이 들어차 물 샐 틈 없이 방어작전을 벌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지도 밖의 실제 돈대는 그리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다. 이름난 몇몇 곳을 제외하면 대체로 숨어 있고 찾기 힘들며, 체념할 때쯤 갑자기 나타난다.

강화도 남쪽의 돈대 몇 곳을 찾았다. 돈대 자체가 해안지역의 감시가 쉬운 곳에 마련해 두었던 초소인지라, 지금의 돈대는 해안 전망대라고 해도 손색없다. 성곽 사이에 포격용으로 뚫어둔 구멍은 바다를 조망하는 좋은 창이 된다. 대개 높은 평지에 밖은 성곽으로 높게 쌓고 안쪽은 낮게 해두는데, 그래서인지 안은 아늑하고 성곽을 밟고 올라서면 탁 트이는 두 가지 성격이 공존한다. 여기에 더해 돈대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품고 있는 풍경도 조금씩 다르니 비교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원래 ‘돈대’란 경사면을 자르거나 흙을 다져 평평한 지대를 만들고 옹벽을 쌓은 곳을 말한다. ‘돈’자가 흙더미 돈자다. 강화의 돈대의 경우 돈대 중에서도 방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이 같은 형태의 돈대는 수원 성곽의 돈대 3곳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선 강화가 유일하다. 강화의 돈대를 설명하려면 ‘5진(鎭) 7보(堡) 53돈대(墩臺)’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강화 해안을 빙 둘러 5개의 진과 7개의 보와 53개의 돈대가 설치됐다 한다. 요즘으로 치면 진은 대대, 보는 중대쯤 되겠다. 돈대는 진과 보에 소속된 그보다 작은 규모의 요새를 뜻한다. 지금은 5진 중 용진진·덕진진·초지진만이 남아 있고, 7보 중엔 광성보만이 남아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동막해변에 위치한 분오리 돈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이곳은 해변 입구에 있어 닿기 쉽다. 돈대 중엔 강화도 최남단. 조망 범위도 넓고 해넘이를 보기 좋은 곳으로도 이름나 있다.

성곽을 밟고 올라서니 물 빠진 너른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각시 바위가 수줍게 서 있다. 동해의 활기나 남해의 청정함과 또 다른 운치를 지닌 강화의 바다는 조금 쓸쓸할 때가 제 얼굴 같다. 해변엔 철 지난 바닷가를 찾은 연인들 몇이 걷고 있을 뿐 인적이 드물다.
분오리 돈대는 생김새가 다른 돈대와 조금 다르다. 원형이거나 사각형인 다른 돈대와 달리 초승달 모양이다. 긴 쪽 사면의 성곽이 깊게 휘어져 있다. 이것은 강화의 돈대들이 자연 지형 그대로를 이용해 축조됐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것은 조선 숙종 5년(1679년). 강화의 53개 돈대 중 빙현·철북·초루·작성돈을 제외한 49개가 이때 한꺼번에 만들어졌다. 군사들을 동원해 40일 만에 지었다고 한다.

차를 몰아 미곶(미루지) 돈대까지 간다. 강화의 돈대들은 대부분 길에 표지판이 없어 물어물어 찾아야 한다. 내비게이션에도 주소를 입력하지 않는 이상 잘 나오지 않는다. 미곶 돈대에 가려면 청소년해양수련원과 여차리의 중간쯤에 위치한 여차리 마을회관을 찾으면 된다. 거기서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꼭대기까지 걸어 올라야 한다.
미곶 돈대의 특이한 점은 산봉우리 정상에 위치한다는 것. 대부분의 돈대들은 산봉우리를 뒤에 두고 산 중턱에 위치한다. 출입문도 다른 돈대들이 사각형인 데 비해 윗부분이 둥근 홍예문 형태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 안쪽의 성벽은 많이 훼손돼 있다.

미곶 돈대를 뒤로하고 10분 정도 차로 달리면 북일곶 돈대가 나온다. 돈대들 가운데 ‘곶’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은데, 곶(串)은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땅을 뜻하는 말이다. 지도를 보면 강화도의 해안선에 돌출된 땅마다 돈대가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일곶 돈대 역시 꽁꽁 숨겨져 있다. 강화갯벌센터를 지나 해안 도로를 따라 가다가 GS주유소에서 바다 쪽으로 좌회전해 들어가다보면 자그마한 이정표가 보인다. 강화나들길이 생기면서 설치한 이정표인데 쓰러져 바닥에 거의 누워 있어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북일곶 돈대까지 오르려면 1㎞가량 가벼운 산행을 해야 한다. 강화갯벌센터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부터 산을 타는 방법도 있는데, 군부대를 돌아가야 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군사 요충지였던 지형은 여전히 군사 요충지다. 북일곶 돈대가 위치한 곶, 대섬이라는 곳에는 군부대가 있다. 오르는 길에는 초소도 있고 군인이 출몰한다. 수북이 쌓인 낙엽 사이로 길 잃은 듯한 개구리가 눈을 끔뻑이고 있다.

도착한 북일곶 돈대는 폐허의 성을 떠올리게 한다. 허리보다 높은 잡풀이 무성하다. 누군가 미리 풀을 헤쳐 내놓은 길이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 걷기도 힘들다. 그러나 북일곶 돈대에선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깔끔한 편인 분오리 돈대나 널리 알려진 월곶·갑곶 돈대 등과는 다른 폐허미(廢墟美)가 있다. 성벽 위에 올라서니 어느새 들기 시작한 바다 너머로 주문도와 석모도의 능선이 출렁이고,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른 비행기가 하늘을 가른다.

북일곶 돈대가 위치한 장화리 해안은 해넘이 명소다. 솔섬이 보이는 장화리 낙조마을과 일몰 조망지도 좋지만, 허물어진 옛 요새터에서 고요히 해넘이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돈대 아래 해안에는 기이한 주상절리의 바위들도 늘어서 있다.

해안가를 좀 더 달려 장곶 돈대에 이른다. 장곶 돈대는 해안 도로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돈대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해 접근성이 좋다. 둥근 모양의 장곶돈대는 깔끔하게 관리는 잘돼 있는 편이지만 고즈넉한 맛은 없다.

 

<길잡이>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김포나들목~김포시(48번 국도)~강화대교~강화읍(84번 지방도)~전등사 앞~정수사 입구~동막해변

또는 김포시(48번 국도)~김포 누산리 좌회전~양곡~김포 대명리~강화 초지대교~함허동천~정수사~동막해변

●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울 신촌 지하철역 1번출구 버스정류장에서 김포행 3000번 좌석버스를 이용해 강화여객터미널에 내린다. 혹은 신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행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시간은 비슷하게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 동막해변 근처 돌솥한정식 전문 동막돌솥촌(032-937-8876), 꽁보리밥·황토정식 등을 하는 황토옛집(032-937-9647) 등.

● 동막해변부터 장화리낙조마을까지 주변에 펜션과 민박 등 숙박업소가 많다. 동막해변 근처 한옥민박 동명헌(032-937-3546), 갈릴리펜션(032-937-0063) 등

● 강화도는 자전거로 여행해도 좋다. 소개한 돈대들은 동막해변부터 남측 해안도로를 따라 동막리, 여차리, 장화리를 지나는 코스. 강화자전거도로 안내 홈페이지 gang.zerois.net

● 강화군 관광안내소 (032)932-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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