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스마트기기로 한글 께친 아이들 "종이책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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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1.11 14: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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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콘텐츠만 선호… 사고 단편화 우려

 

“엄마, 그림이 안 움직여. 재미없어.”

네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정모씨(32)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정씨는 올해 초부터 아이패드의 유아용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토끼, 개구리 등 동물이나 사물의 그림을 만지면 그림이 커지면서 한글과 영어 이름이 뜨는 방식이다. 아이는 화면을 누르면 음악 소리와 함께 그림과 글자가 튀어나오는 것에 흥미를 느껴 혼자서도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이패드로 한글을 익힌 아이는 그림책에는 통 손을 대지 않았다. ‘터치’에 즉각 반응하는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는 아무리 그림이 많아도 반응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은 지루해했다. 정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놀이라고 여기며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혀 좋았는데, 요즘은 책을 읽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단지 정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스마트 기기 사용이 확산되면서, 이를 아이들 교육에 활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무료 앱인 ‘뽀로로 첫낱말놀이’나 ‘한글익히기’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10만 건 넘게 다운로드됐다.

‘맘스홀릭’ 등 인터넷의 유명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유아용 교육 앱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이용자 ㄱ씨는 “스마트 기기는 스스로 터치하며 익힐 수 있어 아이들의 몰입도가 뛰어나다”며 “어차피 나중에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놀 것인 만큼, 교육용 앱을 깔아 두면 아이들 떼 쓰는 것도 해결하고 공부도 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예비엄마 ㄴ씨는 “어른도 스마트폰을 쓰면 기억력이 퇴화된다고 하는데, 어린아이들이 써도 되는지 걱정된다. (아이를 낳으면) 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은 지난 6월 성인 대상 실험에서 “스마트 기기에 지나치게 중독되면 느리게 변화하는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팝콘브레인’으로 뇌 구조가 바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뇌의학 전문가인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유아들의 뇌는 성장 과정에 있는 만큼, 어른보다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다. 느리더라도 책을 통해 종합적 사고를 익히게 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이수열 청송초등학교 교사도 “깊이있는 사고는 단편적으로 단어를 아는 것이 아니라 긴 글을 보는 과정에서 형성되는데, 너무 일찍 자극적 미디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글을 멀리하게 된다”며 “빌 게이츠가 ‘내 아이에게 컴퓨터를 사 줄 것이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사줄 것’이라고 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같은 맥락에서 2015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를 태블릿PC로 전면 교체한다는 정부 방침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 팝콘브레인

팝콘처럼 튀어오르는 것에는 반응하지만 느리게 변화하는 실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 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활용한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지면, 뇌의 생각 중추인 회백질의 크기가 줄어들어 이 같은 뇌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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