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디자이너 이광희씨 “남수단에 심은 망고나무, 희망을 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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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1.08 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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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씨(59)는 서류봉투 하나를 받고 소녀처럼 팔짝 뛰었다. 그 서류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의 주지사가 이씨에게 “톤즈의 1만평에 망고빌리지를 운영하라”고 준 허가서이자 위촉장이다. 톤즈는 2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피폐해진 도시로 아프리카의 천사로 불리던 고 이태석 신부가 병원과 학교를 설립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호단체는 물론 개인에게 이런 큰 땅을 허가하기는 톤즈에서도 처음이다.

“2009년 처음 톤즈에 가서 심었던 망고나무가 이렇게 빨리 또 다른 열매를 맺었습니다.”

이광희씨는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비롯해 한국 상류층의 옷을 만들어왔다. 요즘 그의 머리엔 온통 아프리카의 풍경과 망고나무 생각뿐이다. 3년 전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탤런트 김혜자씨와 함께 남수단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빈곤과 질병으로 시달리는 이들을 보고 그의 삶은 달라졌다.
 
다른 국제기구나 구호단체에서 식량원조나 옷을 나눠주기도 하지만 그들은 보다 지속적이고 확실한 지원을 원했다. 이씨는 한 그루에 15달러 정도인 망고나무를 심어 그들의 배도 불리고 망고열매를 팔아 가정경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듣고 주머니를 털어 100그루를 사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한번 심으면 100년 동안 한 해에 두 번 열매를 맺는 망고나무를 심어주는 것이 지속적인 보탬이 될 것 같았다. 해마다 자선바자회 등을 열어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섰던 그는 2년 전 ‘희망고(희망의 망고나무)’란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남수단 톤즈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서울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다시 케냐의 나이로비를 거쳐 남수단 수도 쥬바에 내린 후 경비행기로 룸벡이나 와우를 통과해 톤즈에 도착한다. 비행기만 4~5번 타야 하고 아프리카 풍토병 예방을 위해 예방주사를 맞고 약도 먹어야 한다. 현지에서도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신기하게도 비행기를 몇 번 갈아타고, 잠자리나 식사가 불편한 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요. 서울에선 편두통에 시달리는데 그곳에선 머리가 개운해요. 톤즈 사람들의 맑은 눈망울과 미소에 절로 힘이 나나봐요."

 

‘희망고’에서는 단순히 망고나무만 심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옷 한 벌 만들어 입는 데 현지에서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7000원 정도가 드는 것을 보고 엄마들에게 바느질 기술을 익혀주기로 했다. 올 7월엔 톤즈에 갈 때 헝겊과 바느질 도구를 가져가 옷을 만들게 해 패션쇼도 열어주고, 아이들에겐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즐겁게 일하고 공부하는 법을 알려줬다. 엄마가 바느질을 하면서 돈을 벌고 아버지는 망고나무를 관리하고 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는 ‘공공장소’가 필요하다고 톤즈 주정부에 제안, 주정부가 기꺼이 1만평의 땅을 이씨에게 맡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씨가 보여준 태도와 주민들의 호응에 공감한 덕분이다. 이곳에 엄마들을 위한 재봉 공간, 아이들의 학교, 아버지들의 농장을 연계해 온 가족이 가까이에서 서로 지켜보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경제적 자립과 가족사랑을 함께 나누는 것이 망고빌리지의 목표다.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현금 몇 억원이 모이면 본격적으로’라는 생각으로 나눔에 주저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3만원으로 사준 망고나무가 100년을 보장해 준다면 누구나 쉽게 동참합니다. 페이스샵의 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매일매일 마음속에서 망고나무가 쑥쑥 자라는 것 같아요.”

이씨는 처음엔 질병과 기아에 죽어가는 톤즈 사람들을 보고 참 많이 울었지만 이젠 그들을 보면서 웃는다. 그들에게 연민의 눈물을 보이기보다희망과 기쁨의 미소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그 미소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를 이씨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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