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소리를 잃었던 아이들, 함께 감동의 소리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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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0.28 13: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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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아이소리 앙상블’ 합창단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22일 저녁 서울 동작구 CTS아트홀. 6~12세 어린이 27명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빨강, 노랑, 초록색 우산 하나씩을 손에 들고 이를 접었다 펴는 율동을 선보이며 노래를 불렀다. ‘찢어진 우산’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순간, 영민이(6)의 초록색 우산살이 망가져 찌그러진 채로 펼쳐졌다. 대본에 없던 일이지만 ‘찢어진 우산’이란 노랫말에 실제 ‘찌그러진 우산’이 펼쳐지자 청중 400여명은 웃음을 터뜨렸다.

학예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날 공연은 더 특별했다. 무대에 선 아이들 27명이 모두 소리를 듣지 못하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기공연을 연 ‘아이소리 앙상블’ 합창단은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청각장애 어린이들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은 ‘고기잡이’ ‘등대지기’ ‘개구쟁이’ 등 동요와 크리스마스 캐럴, <인어공주> <라이온 킹>과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불렀다. 공연을 지켜보던 학부모들 일부는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이 아이들로 합창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의료계에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어요. 소리는 겨우 들을 수 있게 됐지만 노래를 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연을 기획했습니다.”(파라다이스재단 임수진씨)

아이들은 귓속 달팽이관에 1원짜리 동전 크기의 칩을 넣어 전기자극을 통해 소리를 듣도록 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력 회복이 불가능한 중증 청각장애인들이 주로 받는다. 수술 뒤에도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달팽이관이 전해주는 기계적 자극을 소리(언어)로 변환하는 훈련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이 상태에서 다양한 음역을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합창은 무리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었다.

아이들은 약 2년 동안 일대일로 노래를 한 소절씩 불러주면 이를 소리로 인식하는 훈련을 했다. 학부모들은 합창훈련 때문에 오히려 청력이 더 떨어질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을 본 부모들은 “아이들이 더 성장한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황규윤씨(40)는 “딸 하린이가 학교에서 발표 같은 것은 안 하는 아이였는데, 합창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비장애인 딸을 둔 조외경씨(36)는 딸이 아니라 딸 친구의 노래를 들으러 왔다. “아이랑 같은 반 친구인 정윤이를 보러 왔어요. 청각장애라고 믿어지지가 않네요.” 정윤이도 “친구들이 많이 와줘서 기쁘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공연은 앙코르곡으로 합창단 주제가 ‘나는 노래할 수 있어요(I can go sing)’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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