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정명훈 “말러교향곡, 지휘자 해석보다 관객의 느낌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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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0.21 14: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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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공연 준비 한창인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

 

18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마에스트로 정명훈씨(58·사진)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지난 5월 별세한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추모하기 위해 정트리오가 7년 만에 오는 12월 이화여대와 온누리교회에서 연주회를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트리오는 1968년 피아니스트였던 그와 두 누나인 정명화(첼리스트)·경화(바이올리니스트)씨 세 남매로 결성됐다. 마지막 공연은 2004년 8~9월 일본과 한국 공연이었다.

그러고 보면 2011년은 그에게 여러 가지로 일이 많았다. 어머니와의 영원한 별리는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7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시향이 클래식의 메이저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첫 정규음반을 냈고, 8월에 연 영국 에든버러, 독일 브레멘 등 유럽 4개국 투어는 성공을 거뒀다.

특히 지난 9월12~15일 평양을 방문, 북한 음악인들과 음악을 통한 지속적이고 정례적인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고 일정 성과를 이끌어낸 점은 그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일이 이루어진 사건이었다. 그와 서울시향은 20일 예술의전당에서 <말러시리즈 III> 공연을 여는 데 이어 27~29일에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주를 한다.

“발레·오페라도 함께 가야 한국음악 발전… 남북 합동연주 계속 추진”

-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말러시리즈가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제가 서울시향을 맡은 지 올해로 6년째인데 여태 그 곡을 연주하려고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만큼 어려운 곡이기 때문에 말러를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향이 일정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니까요. 전 단원이 아무리 잘해도 지난 공연보다 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잘해야 한다고 항상 주문하기 때문에 단원들이 힘들 거예요.”

- 6번에 대해 정 감독은 어떤 해석을 하시나요.

“말러교향곡 중 가장 비관적인 6번은 특별히 더 복잡하고 어려워 저한테도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데 곡에 대한 해석보다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수가 있더라도 관객들로 하여금 ‘느낌이 살아있는 음악’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더불어 우리가 할 일은 작곡가가 뭘 원했을까를 찾아내는 것이죠. 제가 시카고심포니 등 여러 오케스트라와 말러교향곡 6번을 연주해봤지만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들여다보면 항상 헤매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무슨 뜻인가 하면 우리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말러와 같은 거장에 비해선 우리는 여전히 작은 사람에 불과하다는 얘기죠.”

<말러시리즈 III>뿐만 아니라 오는 12월30일 예술의전당에 여는 그와 서울시향의 또 다른 공연인 <마스터피스 시리즈>도 9개월 전에 이미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가 지휘한다는 소식에 컨템포러리 발레로는 드물게 이미 티켓의 86%가 판매됐다. 정 감독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국내 발레단의 공연 연주를 처음 맡은 것이어서 기대감이 큽니다.

“프로코피예프의 곡은 워낙 아름다워요. 하지만 그 곡도 잘하려면 힘들죠. 제가 유일하게 발레 연주를 한 건 파리 국립바스티유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파리오페라단의 발레를 연주한 거였어요. 세계적 수준의 발레단이죠. 전 우리나라 음악 수준을 높이려면 발레와 오페라의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는 건 한국이 아시아에서 퀄리티 면에서 제일 좋은 오케스트라와 발레단, 오페라단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 거예요.”

- 남북한 음악인들의 합동 연주회와 관련해 어떤 진전이 있었습니까.

“공식적인 양측 정부의 입장은 아직 없어요.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난 상태에서 북측이 우선적으로 원한 것은 제가 북한의 예술가들을 지도해주는 것이었어요. 또 제가 알기론 제가 북한에 가서 지휘하고 지도하는 건 아무 문제 없어요. 하지만 그에 앞서 제가 선순위로 생각하는 건 남북 음악인들의 합동 연주회예요. 정치적으로 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그게 안되면 다른 방법이라도 써봐야죠. 우선 내년 6월 파리에서 한국프로그램을 할 건데 여기에 북한 음악가들도 참여하도록 해볼 거예요. 또 아시아 클래식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남북한 음악인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아이디어 중 하나죠. 문제는 북한에서 음악가들에게 얼마나 문을 열어주겠느냐죠.”

그의 세 아들 중 둘째 선씨(29)와 셋째 민씨(27)는 대를 이어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둘째며느리인 재즈가수 신예원씨(30)가 한국인 보컬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미국 LA에서 열리는 ‘라틴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재즈 기타리스트인 선씨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앨범이다. 그는 “제일 후회하는 게 옛날에 재미로라도 재즈를 배워두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 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전 일생을 꿈속에서 산 사람이에요. 꿈이라는 건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살아왔으니까요. 그러니까 꿈은 없어요. 그런데 전 젊은 시절부터 노년을 기다려왔죠. 절대로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아요(웃음). 제가 앞으로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젊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예요. 15년 전쯤 누나들과 로마 공연 후 제 와이프와 어머니까지 다섯명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나 20분간 담소를 나눈 적이 있어요. 이야기를 마치고 막 나서는 순간 교황이 제 어깨를 잡으시더니, ‘한 가지만 잊지 말아라. 네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전 ‘꽝’ 하고 뭔가가 머리를 내리치는 느낌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지 못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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