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비올 때 우산까지 뺏어’ 약자들에 군림하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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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0.20 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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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1%’ 금융권

 서울에서 미용기기 제조업을 하는 모 업체는 지난해 미국에 15억원어치 제품을 수출하면서 은행에서 운영자금으로 1억여원을 빌렸다. 올 들어 환율이 떨어져 악전고투했지만 상반기까지 7억원어치를 수출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 측 파트너가 경기둔화 여파로 물건을 인수하지 못해 수출실적이 줄면서 문제가 생겼다. 만기연장을 해줄 것으로 믿었던 은행이 “매출이 줄었다”며 상환을 요구한 것이다.

금융은 필요한 곳에 돈이 돌게 하는 ‘실물경제의 핏줄’이다. 그런데 실물경제를 뒷받침해야 할 금융이 실물경제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돈을 쓰라고 부추기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태도가 돌변한다. 가계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원 김모씨(45)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 만기를 연장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10년 이상 급여통장을 사용하고 한때 최우수 고객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였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넉달 째 동결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는 당국의 방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거품이 커지자 은행들은 대출장사에 나섰고 그 결과 가계빚은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가계빚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한국에선 가계빚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계빚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이자수입을 거뒀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됐고, 서민들은 고물가와 전·월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은행은 이를 이용해 수익을 늘리는 데 여념이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비올 때 써야 할 우산마저 무차별적으로 빼앗는 것도 모자라, ‘물 세례’까지 끼얹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가 내려진 지난 8월, 시중은행 일부가 가계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추석과 이사철을 앞두고 돈 쓸 일이 많아진 서민들은 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고 결국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기웃거려야 했다. 게다가 은행들은 “대출 중단은 은행이기를 포기한 행태”라는 감독당국의 압박에도 불구, 대출금리를 올리며 수익을 계속 키웠다.

은행뿐만 아니다. 올 들어 빚을 갚지 못해 금융회사로부터 보험계약을 압류·해지당한 보험가입자는 7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한다. 압류·해지된 보험계약은 절반가량이 상해·질병 치료비 등을 위한 보장성 보험으로 서민들이 아프거나 다쳐서 받을 진료비와 입원비를 금융회사들이 챙겨가는 것이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일으켰던 신용카드사들 역시 위기가 지나가자 다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대출을 늘리면서 제2의 신용카드 대란 우려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은행·보험·카드사 등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제는 더불어 살아가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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