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경제활동으로 세상이치 스스로 깨우치니 놀라운 변화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0.14 13:01:00
  • 조회: 12019

ㆍ경기 홍천초의 혁신교육 성공사례 ‘이코노미 클래스’

“캐럿이랑 우리반 파운드랑 바꿔줘.” “얘들아, 세금면제 쿠폰 사지 않을래? 이거 구하기 어려운 건데.”
지난 5일 점심시간에 찾아간 경기 용인시 신봉동의 홍천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은 흥겨움이 넘쳤다. 아이들은 저마다 지갑을 들고 화폐와 쿠폰을 교환하기도 하고 쿠폰을 팔고 만화를 그려 빌려주는 등 ‘기업활동’에 한창이었다.
바로 주변 학교들까지 소문난 홍천초등학교 6학년의 ‘Big-Small Economy Class’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 활동은 최근 경기도 교육청이 공모한 ‘제1차 경기혁신교육 작은 성공사례 나눔활동’의 우수사례로 뽑히며 다른 학교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한 경제교육프로그램을 응용한 이 활동은 한마디로 경제를 통한 생활지도 프로그램이다.
모든 학생에게 개인통장을 나눠주고 학급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칭찬행동을 하면 통장에 도장을 찍어주고 도장이 10개가 되면 학급화폐 하나를 받는다. 반대로 문제행동을 했을 땐 벌금을 낸다. 학급은 하나의 작은 국가가 되고, 학생들 스스로 정한 학급법과 행정조직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칭찬행동과 스스로 만든 기업활동으로 화폐를 벌고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며 국가는 세금으로 행정 담당자들에게 월급을 주는 식이다. 학급단위의 SEC(Small Economy Class)를 전체 학년으로 확대한 것이 BEC이다. 여기에선 국제기구와 국제법이 운영된다.
모든 규율과 조직활동은 아이들 스스로 결정했다. 벌점과 칭찬행동 규정은 물론, 각반 숫자의 첫 글자를 사용해 1등급, 2-편한세상, 3지창, 4파이어 등의 국가이름도, 세무청·경찰청·환경청·사법청 등 조직도 아이들의 의견대로 정했다.
홍천초등학교 6학년 교실 벽에 학생들의 얼굴을 표지로 한 개인 통장들이 걸려있다. | 홍천초등학교 제공
이 활동을 도입한 홍석희 교사(37)는 “지난 4년간 학급에서 적용해 운영하다가, 올해부터 전체 학년으로 확대해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결과는 대성공이다. 교사들은 편안해지고 아이들은 즐거워졌다. 아이들 스스로 정한 규칙에 따라 문제행동엔 벌금을 내도록 하니 아이들과의 갈등이 줄어들고 체벌없이 효과적인 생활지도가 가능해졌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학생은 하루 5번 이상의 발표로 화폐를 모아 가장 부유한 학생 중 한명이 되면서 자신감을 가졌고, 자주 다투고 자기중심적이었던 아이가 처음엔 화폐를 모으기 위해 친구를 돕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무료로 돕기도 하며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런 모습을 본 교사들은 “정말 놀랍고 대견하다”고 했다.
아이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내 화폐를 모을 수 있는 기업활동을 하며 주체적으로 학교생활에 참여하고 있다.
취재 중 “찍어도 돼요?”라면서 카메라를 들고 온 이혜수양은 “학급신문 ‘일등급 타임즈’를 만들고 있다”면서 “원래 ‘일등급 정보통’ 신문에서 근무했는데, 잡지처럼 재미있는 신문을 만들고 싶어서 독립했다. 취재가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저는 문제가 발생하면 신고받는 경찰청 직원인데, 경쟁이 치열해서 가위바위보로 됐다”고 말하는 ○○군은 “처음엔 제대로 신고를 안하거나 거짓말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애들끼리 너무 잘 알다 보니 이젠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활동을 하려면 사업신청서와 기업이름, 기업활동을 하며 내는 세금과 직원수를 써서 학급 회장단에 제출하고 선생님의 결재를 받으면 된다. 현재 4개 반에서 청소대행, 분실보험, 방송사, 신문사, 은행, 교실전등관리 등 48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화폐를 모으려는 활동 중에 어른세계를 닮은 ‘깜짝 놀랄 일’들도 발생했다. 자본이 많은 아이들이 대기업을 만들어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가 하면 쿠폰사재기와 각종 탈세, 회장단 중심의 권력 집중과 로비, 부패사건 등이 발생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아가는 능력이 있었다.
한반에 한두명 정도 신용불량자가 발생하자 저소득층 세금면제와 세금 누진제를 실시했고, 복지부를 신설해 기업후원과 개인기부로 복지기금을 마련하는 구제책을 내놨다.
기업을 분할한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며 국제 자치법정에 섰던 차영환군은 “이 과정을 통해 기업하면서 하지 말아야할 것, 조심해야 할 것,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것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한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심부름과 발표를 열심히 해서 우리반에서 가장 화폐를 많이 모았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진수양 어머니 박희순씨(41)는“최근 탈세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아이가 ‘처음엔 세금 내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돈 없을 때 혜택을 보게 되더라’고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교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의 작은 사회에서 교과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며 크고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