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도가니'서 열연 정 유 미 "'실화'이기에 오히려 출연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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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10.06 17: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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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의 여주인공이 정유미(28)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문득 ‘캐스팅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연기자 중 정유미만큼 연기력, 미모, 친근함을 두루 갖춘 배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상업성과 예술성의 묘한 경계에 서있는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가치 있게 채워온 정유미야말로 정의감, 사명감, 희생정신으로 무장해야 하는 사회고발 영화 속 인권운동가로서 왠지 걸맞겠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정유미는 역시 빛을 발했다. 그런데 종류가 달랐다. 여주인공의 특권인 오색창연이 아니었다.
오히려 카메라의 포커스는 헤로인이 아닌 성폭행을 당한 청각장애아들로 향하고 있었다.
정유미는 나를 불태워 남을 밝히는 촛불에 그쳤다. 여배우가 남을 위해 빛을 비춰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유미는 기꺼이 실천했고, 그러는 사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하마터면 ‘도가니’에서 정유미를 만나지 못할 뻔했다. “사실 한 번에 (출연을) 결정짓지는 못했어요. 영화가 실화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쉽게 결정했을 거에요. 그런데 실화라니 그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어떤 면에서는 ‘설마, 진짜였을까?’하는 의심도 들었고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이며,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이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말처럼 쉽게 전해질 수 있을지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오랜 번민이 있었다. 마침 이 영화의 공동제작사가 소속사(판타지오)라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소속사 선배인 공유 오빠가 군대에서 소설을 보고 영화화에 앞장섰고, 소속사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저보다 앞서 이 영화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을 했던 분들이 주변에 계셨어요. 그래서 그 분들을 믿고 가보기로 했어요. 그 분들이 제게 서유진을 맡긴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마음 편하게 선택하지 않은 영화다. 1회차, 1회차 촬영을 해가는 동안 자신의 선택이 고마워졌고 촬영을 마친 뒤에는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워졌다.
“정말 다행이었어요. 많은 분들께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황 감독님, 공유 오빠, 그리고 아역들까지…. 곁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느끼고 배우면서 ‘아 이 분들은 여기까지 생각하는구나. 나는 여기까지 밖에 생각 못했는데’하고 부끄러워했죠. 진심을 다해 영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속에 놓여 있다 보니 촬영이 끝나고 난 뒤에는 우리 영화라면 어디 어느 곳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지금이야 한껏 밝은 표정으로 말할 수 있지만 당연히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힘들었다기보다는 어려웠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거에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나’ ‘내가 이 얘기에 잘 섞여 있나’하는 생각을 늘 해야 했거든요. 물론 다들 잘하고 있다고 해줬지만. 실화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도움은 못될망정 혹시라도 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 ‘내가 그 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늘 떠나지 않았어요.”
용기가 없었다면 참여조차 할 수 없었을 이 영화를 통해 정유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영화에 참여하기 전에는 ‘이걸 어떻게 만들어?’ ‘왜 만들어?’ ‘이제 와서 만든다고 도움이 될 수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아, 나는 아직 부족해’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가 만들어진 게 너무 다행이었거든요. ‘내가 보고, 내가 느낀 것들을 관객들도 보고 느낄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들을 갖고 있다면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해도 모여 있고 모아진다면 모두가 덜 외로울 것 같아요. 의지할 데가 있고 얘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최소한 이런 일들이 ‘도가니’ 속 이야기 뿐만은 아닐 텐데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도가니’가 상영되고 개봉 5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2005년 광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에서 서유진은 “내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예요”라고 말했다. 영화 밖 정유미는 ‘도가니’와 함께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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