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몸이 엉키는 섹슈얼 코드지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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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10.05 14: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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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김아라(55·사진)가 한국 연극계에 써온 족적은 강렬하다. 1986년 테네시 윌리엄스의 <장미문신>으로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40여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화제작이고, 한국 연극의 한 획을 긋는 작품도 여럿 있다. 그는 장르 해체 이전의 총체적 연희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복합장르 음악극’을 만드는 등 줄곧 실험의 칼날을 벼려온 연출가이다. 성공한 여성 연출가 1호인 그의 존재는 여성 연출가 붐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극단 ‘무천’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09년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고 오타 쇼고의 ‘정거장’ 연작에 천착해왔다. 2009년 <물의 정거장> <바람의 정거장>을 내놓은 데 이어 오는 10월7일 세 번째 작품인 <모래의 정거장>을 무대에 올린다.
신체성과 침묵을 강조한 ‘정거장’ 연작은 내년 6월 내보일 <흙의 정거장>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만난 김아라는 <모래의 정거장>을 “몸으로 쓰는 소멸의 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시”로 정의했다.
“전작 <물의 정거장>은 절망하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는 인생에 관한 명상이라면 <바람의 정거장>은 삶의 흔적에 관한 명상이에요. <모래의 정거장>은 텍스트가 <바람의 정거장>에서 파생했기에 <바람의 정거장>-1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중심적으로 쓰이는 도구는 서로 뒤엉키는 남녀의 몸이에요. 나름 성적인 에너지가 중심이죠. 남성과 여성이 부딪치는 가장 열정적인 순간에 대한 기억들을 장면마다 색다르게 구성했어요.”
성적인 에너지라…. 순간 든 생각은 ‘이 작품에 출연하는 노배우들이?’였다. 전작들과 달리 한·일 공동프로젝트로 시작된 <모래의 정거장>의 주연배우는 한·일 원로들이다. 한국배우로는 88세의 백성희를 비롯해 권성덕, 박정자, 남명렬이, 일본배우로는 <하얀거탑>으로 잘 알려진 시나가와 도오루를 비롯해 오스기 렌, 스즈키 리에코, 우에즈 미쓰요 등이 출연한다. 평균 나이 65세다.
“장면마다 섹슈얼 코드로 남녀의 만남을 풀었지만, 빨간색의 에로틱 스토리는 아니에요.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순간이나 제일 허무한 순간들을 풀어내는 도구로서의 상상 속 육체이자 매우 근원적 육체이거든요. 그렇지만 약간의 노출은 있답니다(웃음).”
노배우들을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그는 “존재감만으로도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나온 시간들, 삶, 영혼은 그분들이 무대에 걸어나오시기만 해도 그냥 묻어나오게 마련”이라며 “특히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과 미술, 음악, 영상, 오브제, 빛 등으로만 이루어지는 이 작품에선 그분들의 존재감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거장’ 연작 연출을 결심한 건 오타 쇼고와의 20년 우정과 이 연작이 지닌 철학적이고도 실존주의적인 주제의식 때문이다. 1990년 인연을 맺은 오타 쇼고는 94년 ‘쇼난다이 시벅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김아라 연출의 <이디푸스와의 여행>을 초청하는 등 두 사람의 우정을 쌓았다. 김아라는 “첫눈에 우린 서로가 어떤 관념이나 질서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고독하면서도 매우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음을 간파했고 그런 공통점 때문에 서로에게 이끌렸다”고 회고했다. 오타 쇼고는 2007년 암투병 중 사망했다.
김아라는 “정거장 연작은 유한한 삶에 대한 탐구이고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며 “이런 오타 쇼고 선생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촉매제가 되고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설명했다. <모래의 정거장>은 10월7~8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22~33일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오른 후 11월3일 일본 도쿄의 세타가야 퍼블릭시어터에서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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