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작은 재능 나누는 것, 일의 성취보다 몇 배 기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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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9.30 15: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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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피아노 연주로 재능 기부하는 영문학도 이동규씨

"기부가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진 것을 나눠 누군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 16일 낮 12시께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지하 1층 정원에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흘렀다. 피아노 연주자는 이동규씨(25). 한국외대 영어통번역과 4학년생이다.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특별한 관객'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휠체어를 밀고 온 할머니, 팔에 붕대를 감은 아이, 다리에 깁스를 한 아저씨, 의사와 간호사 등 60여명의 관객은 각양각색이었다. 2005년 가을부터 시작해 벌써 1300여회째를 맞는 '정오의 음악회' 풍경이다.
이씨는 이 음악회의 첫 연주봉사자로 참여해 6년째 '재능 기부'를 해 오고 있다. 82회의 최다 연주봉사 기록도 갖고 있다. 이날 공연은 '정오의 음악회'가 6주년이 되는 날로 '1호 봉사자' 이씨의 특별무대이기도 했다.
"처음엔 청중도, 연주자도 별로 없어서 저 혼자 일주일에 사흘을 연주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봉사열기가 뜨거워 공연을 하려면 신청해 놓고 3∼4개월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됐습니다."
이씨 외에도 뮤지컬 음악감독, 국제콩쿠르에서 경력을 쌓은 피아니스트, 국악 연주자 등 500여명의 다양한 연주자들이 무보수로 참여해 지금까지 1만여명의 환자 및 내원객에게 즐거운 공연을 제공했다.
이씨는 대학 입학 후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적당한 대상을 물색하던 중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가 연주봉사자 모집 광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친 그의 장래희망은 피아니스트였다. 가정형편 때문에 음대에 진학할 수 없었지만 늘 무대에서 연주하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비록 병원 로비였지만 그 해 가을 첫 무대를 잊을 수 없다. 그 벅찬 감동은 열정으로 이어졌다. 군복무기간 중에도 휴가를 나오면 어김없이 연주봉사를 할 정도였다.
"제 연주가 병원을 찾는 많은 분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린다고 생각하니 다음 무대가 기다려졌어요."
외롭고 무료하고 지루한 병원생활 때문일까. 청중의 반응은 여느 음악회와 달랐다.
연주가 끝나자 환자들이 음료수를 건네고, 피아노 레슨을 받고 싶다며 연락처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마음의 꽃다발이었다.
이씨는 재능 기부를 하면서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연주봉사를 시작하면서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는 마음이 생겼고,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게 됐다고 했다. 게다가 하고 싶은 피아노 연주를 마음껏 할 수 있고, 음악으로 수많은 청중과 교감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무엇을 얻고 성취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작은 재능을 서로 나누는 일은 그보다 몇 배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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