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돈의 세상에 하이킥 역시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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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9.21 17: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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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사단의 시리즈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이 19일 첫회를 시작했다.
“명불허전” “첫 술에 배부르다” 등의 찬사와 더불어 시청률도 12.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가구 기준)로 역대 하이킥 시리즈 가운데 첫회 시청률이 가장 높다. 20~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작인 두 하이킥을 버무린 것 같다” “등장인물 소개에 그쳐 더 지켜봐야겠다” 등의 시큰둥한 반응도 있었다.
웃음 속에 눈물이 고이는 블랙코미디, 슬프면서도 행복한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을 20대부터 40대, 특히 여성시청자들이 기다려온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첫장면에서 늙은 항문외과전문의 이적이 회고하는 내레이션에 있다.
“2011년은… 여전히 돈, 돈의 해였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고,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물러나고 한국 정계에 안철수 돌풍이 불어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건 더럽고 치사하지만, 고매한 자존심마저도 무너뜨리는 돈이다.
사회계층 역시 돈 많으면 상류층, 높은 산동네에 살아도 가난하면 하류층으로 분류된다. 뇌물로 날아간 고위직, 평생 모은 돈을 물거품으로 만든 부실 저축은행,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울린 급식비 논쟁 등 2011년의 화두는 ‘돈’이다. 남편의 월급에 연연하고, 자녀들 교육비에 등골이 휘는 주부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나만 낑낑대는 건 아니네’란 자위를 하는 게 아닐까.
<하이킥3>의 등장인물들은 직업과 개성이 달라도 결국은 돈에 얽혀있다. 친구의 배신으로 몰락한 가장인 안내상의 하키선수 아들과 유학생 딸은 졸지에 소공녀처럼 더부살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다. 인술을 펼치겠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 이적도 돈 때문에 항문전공을 하지만 매일 다양한(?) 항문만 바라보느라 우울증에 걸린다. 돈에 연연치 않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의사 윤계상은 매형 안내상 가족을 받아들이지만 그 정의로움과 헌신이 2011년에는 희귀하게만 보인다.
이 시트콤은 드라마 <쩐의 전쟁>처럼 노골적이고 비정한 검은 돈의 세계를 그리는 건 아니지만 분명 ‘돈의 전쟁’을 예고한다. 아무리 효심이 깊어도 부모에게 임플란트 시술이나 여행을 못시키면 불효자가 되고, 자식사랑이 지극해도 고액과외나 명품선물을 못하면 무능한 부모로 취급받는 세상. 갑자기 돈을 잃은 한 가족, 돈만 밝히다가 자존감을 잃은 의사가 엮어내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느낀다.
<하이킥3>의 이영철 작가는 “권위가 땅에 떨어진 가장,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혼자가 된 여고생, 돈없고 빽없고 대학 졸업장만 있는 우울한 백조, 너무 착해 피곤하게 사는 여선생 등등 <하이킥3>의 등장인물들은 누구 하나 편하게 사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호의적인 8등신의 다리가 아닌, 사는데 조금 불편한 짧은 다리를 가진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육체적 짧은 다리가 아니라 정신적 짧은 다리들이 대부분인 세상. ‘숏다리’로 무한경쟁 시대를 버텨내는 이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하이킥3>는 시트콤, 즉 코믹한 이야기가 본류다. <달팽이> <왼손잡이> 등의 철학적 노래를 부른 이적이 ‘빵꾸똥꾸 아저씨’가 되어 항문만 바라보는 모습, 사극에서 근엄한 중전 역할을 하던 박하선의 ‘꽈당 연기’,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체육선생 서지석의 ‘호통 연기’ 등 모든 캐릭터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또 <하이킥3>에는 만화나 판타지 영화에만 가능한 몽상적 장면이 등장하는데 첫회의 마지막 장면도 아내의 생일 축하를 위해 불을 붙인 불꽃놀이 기구가 엉덩이에 박혀 하늘로 올라가는 의 한 장면의 패러디였다.
<하이킥3>의 주제가 돈이지만,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우정과 사랑, 이웃의 교감을 시청자들은 바란다.
이메일로 지구 저편 칠레에 사는 사람과는 소통을 하면서도 정작 바로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하이킥3>에서는 한국전쟁 때 파놓은 땅굴을 통해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첫회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강승윤이 경주 한의원집 아들로 나타나 돈과 정을 나눠줄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하이킥을 하기엔 불편한 짧은 다리로도, 얼마든지 웃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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