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표절사태로 좌절했지만… 이제 날 돌아보는 시간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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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9.14 13: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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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 (2)

-너랑 같이 보호소 갔을 때 여러사람이 함께했잖아. 구룡마을 피해 복구 갔을 때도 그렇고. 봉사하러 모인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하더라.
“나도 그래.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와는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생기고, 동지같다는 느낌도 있어. 내가 춤추고 노래하며 살다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하고 생각해 봤지. 그냥 나와서 웃겨주고 즐거움을 주던 연예인이 안보여서 서운하다가 아니라, 나와 뭔가를 함께 하던 동지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느끼는 희열은 달라. 게다가 그 목표나 신념이 내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 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보람,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효리만큼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연예인이 또 있을까.
화려한 무대 위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양손에 쥐고 10여년을 보냈다. 그런데 그 세월동안 외롭고 공허했다고 했다. 늘 목말랐다고.

“그동안 나랑 관련 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기아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든 내 관심은 오직 나에 대한 것뿐이었지. 하지만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 나 행복해. 많이 좋아.”

녀석, 예쁜 줄만 알았더니 사람을 짠하게 울리는 재주까지 가졌다. 나는 울컥 올라오는 걸 참느라 벌컥 소주를 들이켰다.

“표절 사건 때문에 내가 방송을 쉬었잖아. 그동안 생각해봤어. 내가 13년간 활동했는데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는 거야. 매일 흔들리고 흩날리는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1년을 쉬면서 알게 됐어. 내가 원하는 게 뭐고 하고 싶은 게 뭔지. 그래서 표절 사건 때문에 미워했던 그 사람(작곡가)에게 감사의 절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사실 그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거든. 그런데 지금 너무 고마운 거야.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던 나에게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줬잖아. 스님이 그러셨어. 이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고.”
-맞아. 원하는 게 다 이뤄진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원치않던 일이 생겼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고. 그땐 힘들어도 지나고 보면 새로운 깨달음이 있어.
“그땐 별의별 원망을 다하고 자책도 많이 했어. 창피했고, 내가 가진 인기를 다 잃어버릴까 두려웠지. 그 사람이 미웠고 찾아가서 욕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난 사기당했고 피해자인데 왜 악플을 달고 욕을 할까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고맙다고 하고 싶어. 그때 잘 됐으면 여전히 바쁘고 돈 더 버는 게 다였겠지. 인간이 알지못하는 힘이, 그러니까 우주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우주의 중심’아 잠깐 쉬거라. 난 그렇게 생각해. 하하”
-미치겠다. 우주의 중심 이효리가 어련하시겠어? 그래.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거네? 사랑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할 때가 행복하니?
“당연히 줄 때가 행복하고 좋지. 내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 행복해. 나 요즘 행사도 안하잖아. 수천만원짜리가 와도. 그런데 얼마전에 한 군데 갔어. 내가 가면 1년 동안 유기견보호소에 개 사료를 대주겠대. 한달에 1t씩. 그래서 얼른 갔지.”
-네가 그동안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효리였다면 지금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찾아가고 있는 거야. 난 그게 기분이 참 좋아.
“내가 작년에 활동을 쉬게 되면서 만난 분이 그러셨어. 집에 금은 무지하게 쌓여 있는데 밥 해 먹을 쌀이 없다고. 정작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 거야. 그 말씀을 듣는데 나를 위한 게 뭘까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바람은 그래.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깐 하다 마는 거, 이건 아니잖아.”
-난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너 행복한 대로, 즐겁게, 놀듯이 하면 되는 거야.
“어떤 때는 이것저것 안보고 스님처럼 산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만 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법륜 스님이 그러시더라. 산에는 이꼴 저꼴 없는 줄 아느냐고. 흠흠. 네가 행복해 보여서 참 좋다. 그런데 활동도 해야지. 앨범 작업은 안하냐?
“해야지. 나는 계속 연예인으로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잘 해야돼. 그래야 사람들을 더 규합해서 함께 원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거든. 예전에 ‘텐미닛’으로 인기가 높을 때 이런 것들을 진즉 깨닫고 이야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그땐 내가 한 마디 하면 신문 1면에 나왔잖아. 내가 산 신발이 불티나게 팔리고, 어떤 액세서리를 했는지 관심 끌고…. 만약 그때 내가 유기견을 입양하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면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연예계 생활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 한때는 다 귀찮고 건성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방송도 더 열심히, 앨범도 더 잘 만들어서 멋진 연예인으로 살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그러니까 동기부여가 더 잘 돼. 나를 위해 살던 그 때보다 더 잘하고 싶은 거지.”
-장하다. 그때는 정상의 인기를 어떻게 유지할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왜 해야하는 건지 명확해진 거야. 장하다, 장해. 나 특강할 때 너를 청해 들어야겠다.”
“아 뭐야. 착한 이미지 너무 부담스러워. 그렇게 몰아가지마.”
-알아. 걱정마. 그리고 사람들이 너 착하게 안봐. 너 술 많이 먹고, 주정부리고, 노래방 가면 벽타고, 남자들 뒷목 잡고 이름 부르고, 이런 거 사람들이 다 알아. 절대로 너 착하고 조신한 이미지로 안봐.
“주변에 어떤 분들은 감동했다고 칭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 그런 사람 아녜요’하고 말하고 싶어. 민망해.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여러가지 모습이 있잖아. 특히 우리같은 연예인은 그 이미지란 게 무서운 거야. 누구나 욱하고 욕할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잖아. 예를 들어 이승기처럼 착하고 반듯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연예인이 누구한테 욕이라도 했다고 쳐봐. 확 가는 거잖아.”
-이중성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알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 속에선 그걸 알 거야. 술 먹고 주정하는 것도 너고, 더러운 견사의 똥을 치우는 것도 너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귀쫑긋 세우고 듣는 것도 나고, 야심한 시각에 케이블 에로채널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거든.
“알겠는데, 앞으로 특정한 이미지로 몰아갈까봐.”
-걱정마. 그러면 앞으로 봉사활동 갔다가 저녁엔 클럽 가서 춤추고 노는 건 어때? 부지런하다고 칭찬받을 만한 일일걸?
“오빠 언제 갔었어? 그 클럽 물 되게 안좋아졌겠다.”
-이거 왜 이래? 나 근래에 두번 갔었는데 인기 짱이었어.
“아, 됐고요.”
-알았어. 나랑 술만 마시다가 인터뷰란 걸 해본 소감이 어때?
“괜찮네. 친해서 그런지 속에 있는 것도 술술 털어놓게 되고. 내실 있는 이야기도 하게 되고. 제법이야. 하하”

술기운이 올라오는 걸까. 오늘따라 효리가 미치도록 예뻤다. 아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어쩌겠나. 난 조용히 소주병 속 미녀에 눈을 맞췄다.
그래, 산다는 건 좋은 거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하면서 흘러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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