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표절사태로 좌절했지만… 이제 날 돌아보는 시간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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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9.09 16: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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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 (1)

장자는 ‘호접몽(蝴蝶夢)’에서 ‘내가 나비인겐지, 나비가 나인겐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주 몇 잔에 나도 장자가 된 건가.
소주병에서 요염하게 웃던 여자가 어느새 내 앞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희한하네. 자정이 되면 족자 속 미녀가 나와서 사내를 홀렸다는 옛날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게슴츠레 그녀를 올려다보는 순간 술이 확 깨는 한마디가 날아온다. “야, 김제동 정신차려.”
자칭 ‘우주의 중심’ 이효리(33). 시대의 ‘섹시 아이콘’이자 ‘톱스타’지만 내겐 여동생이자 술친구, 아니 이제는 인생의 동지 같은 존재다. 끼와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녀의 미소에 대한민국 어느 남자가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난 그날 이후로 ‘혹시나’ 하는 마음을 ‘역시나’로 바꿨다.
“오빠, 난 책 많이 읽고, 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그런 남자가 이상형이야.” “그거 내 이야기인 거야?” 대답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소주잔에 술을 채우던 효리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에휴, 얼굴만 좀 잘 생겼으면….”
-너 화장하고 나왔냐? 오늘 좀 다른 사람 같은데? 간만에 네가 예쁘게도 보이네.
“사인해 줄까?”
-됐고, 너 지난번에 왜 울었냐? 나랑 유기견보호소 침수피해 복구하러 갔을 때 말야. 견사 철창 붙잡고 우는 모습을 나만 살짝 봤어.
“보호소 바로 뒤가 도살장이었잖아. 청소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개를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거야. 한쪽에선 개집 청소하고, 한쪽에선 개를 잡으려고 끌고 가고. 갑자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허탈하게 느껴져서 속상하고 안타까웠어. 유기견보호소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너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서 가슴 아팠어. 그런데 뭐야? 일은 안 하고 날 주시하고 있었던 거야?”

그랬다. 유기견보호소의 철창을 붙들고 눈물짓던 효리는 정말 예뻤다. 효리가 “개나 고양이를 보호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얼떨결에 널 따라갔지만 네가 그런 곳에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게 놀라웠어. 정말 깜짝 놀랐거든.
“동물보호협회에 가입한 뒤에 보호소에 처음 가봤어.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환경인 거야. 이런 데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이런 실상을 알리고 싶었어.”
-첫인상이 어땠는데?
“지옥같았지. 역한 냄새에 동물들 우는 소리, 날아다니는 털이랑 굴러다니는 똥까지. 그런 데가 셀 수 없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충격받았어. 내가 30년 넘게 살면서 그런 데가 있다는 것조차 처음 알았으니까.”
-그전에는 고아원, 양로원에 주로 갔었지?
“그랬지. 그런데 틱낫한 스님이 너무 할 일이 많을 때는 내게 와닿는 것을 먼저 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래서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먼저 시작한 거야. 굳이 도울 사람도 많은데 왜 동물이 먼저냐고 하시면 딱히 할말은 없어.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그전에 안 보였던 불쌍한 사람들이라든지, 열악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다 같은 생명이니까.
“약자잖아. 그중에서도 동물은 사람에 비해 약자고. 어쨌든 그 일을 하면서 앞으로 폭을 넓히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생긴 거네.
“주제 넘지만 그런 것 같아. 언제부터 왜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식도 시작했어.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고. 그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잖아. 동물, 자연, 환경, 소외계층. 사람들이 먹는 가축들의 사료를 재배하려고 정작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잖아.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던 땅에서 밀려나니까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도 생기는 거 아닐까. 게다가 TV도, 게임도 은연중에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 같아.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를 촬영할 때 닭 잡는 장면도 많이 나왔잖아. 그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네가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고기 먹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제대로 잘 키워서 제대로 먹었으면 하는 거야. 워낙 많이 소비하다보니 유전자를 조작하고, 공장식으로 사육하잖아. 더 많이 생산하겠다고. 거기서 온갖 문제가 생기는 거지. 그게 싫은 거야. 잘 키워서 잘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소비를 줄여야 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키워서 먹으려면 좀 비싸지겠지만 대신 먹는 걸 줄여야겠지. 몸에도 좋잖아. 난 육식이 아니라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는 거야. 구제역도 그래서 생긴 거잖아. 결국 그 피해는 사람이나 환경에 가거든. 우리 어릴 때만해도 한 달에 한 번 고기 먹으면 많이 먹는 거였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세번은 먹는 것 같아. 그렇다고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어? 아니잖아. 그래서 난 소비를 좀 줄이자는 의미로 채식을 하는 거야.”

인터뷰를 하다보니 ‘섹시아이콘’ 이효리는 온데간데 없고, ‘환경운동가’ 이효리가 와 있었다. 효리가 채식을 한다고 하자 비난도 있었다. 과거 그녀가 한우홍보대사를 한 게 빌미가 됐다.

“당시엔 기왕에 고기를 먹을 거면 수입쇠고기보다 한우를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홍보대사를 했어. 근데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면서 고기 먹는 걸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거지. 내가 뭘 하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사실 구제역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었잖아. 축산농가도 고통이 컸고. 그런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바로잡자는 거야.”
-너를 비난하는 기사가 쇄도하고 논란이 됐잖아. 그 때문에 너 충격받고 나랑 했던 약속도 펑크냈던 거 알지? 집들이 가기로 해놓고, ‘나 은퇴할 거야’ 이러기까지 했는데.
“오빠도 그때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나는 가수다>에서 재도전 사건이 터졌잖아. 그때 오빠도 은퇴한다며?”
-네가 뭐라 그랬는지 알아? 내가 은퇴한다니까 ‘오빠는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될 거야’라고 했어.

역시 효리는 톡톡 튈 때가 예쁘다. 2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를 읽어봤느냐고 했더니 “못들어 봤다”며 눙친다. 내가 사인해서 보내줬건만 은근한 내 자랑을 심술스러운 표정으로 뭉갠다. 대신 틱낫한 스님이나 법륜 스님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효리의 눈빛이 예전보다 깊어 보였다.
-너 종교가 불교였니?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인데 불교사상을 존중하고 있어. 그리고 나한테 참 잘 맞는 것 같아.”
-너랑 나랑은 참 공통점이 많아. 그런데 왜 우리가 얼굴 맞대고 밤 늦도록 소주를 마셔도 스캔들 기사가 안 터지지? 네 마음이 나한테 안 땡기니까 그런 거야. 사람 너무 얼굴만 보고 판단하는 거 아니다.
“딱히 얼굴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전체적으로 안 땡겨.”
-그래서 우리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 땡기는 것도 축복이야.
“그래. 한쪽만 땡기면 얼마나 서로 힘들겠어. 난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 참 좋긴 좋다고. 누군가가 ‘내일 봉사활동 가는데 모여주세요’ 하고 트윗을 한다고 얼마나 모이겠어. 그런데 오빠나 나 같은 연예인들이 트윗 하면 사람들이 모여주고 기꺼이 동참하잖아. 이건 연예인들의 특권이야. 이 특권을 의미있는 데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지.”
-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정말 오늘 보면 볼수록 기특한데?
“내가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가 많았어. 지금 봉사활동한다고들 하지만 난 수행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좋은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어서 민망해. 내가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나를 위해 하는 이기적인 활동인 거지.”
-난 네가 유기견보호소 계신 분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화도 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 사람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도 안하고 진짜 너희 엄마 아빠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 진심을 알게 됐지. 봉사의 대상, 약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 말야.
“종종 보면 봉사의 대상이 되는 분들과 봉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일이 생기면 봉사하러 갔다가도 정떨어지고 지쳐서 나자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끌리고, 해야할 것 같고, 힘들다고 울면서도 또 가는지 모르겠어. 언젠가 아는 날도 있겠지.”
-야, 우리 효리 도텄다. 이러다가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 되는 거 아냐?
“요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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