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33년 만에 400권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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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8.29 17: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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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초상’ 주제 기념시집 발간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이끌어온 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이 400호를 맞는다.
1978년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1호로 낸 ‘문학과지성 시인선’(이하 문지 시인선)은 현재 397호인 <눈 앞에 없는 사람>(심보선)까지 나왔으며 9월에 400호를 낸다.
400호는 301~399호에 실린 시로 꾸미는 기념 시선집으로 발간된다. 문태준·장석남 등이 ‘시인의 초상’이라는 주제에 맞춰 80여편의 시를 골랐다. 또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는 ‘더 나은 시의 미래를 위해’란 주제의 기념좌담 및 ‘나와 문지 시인선’이라는 외부기고를 수록했다.
국내 시집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호수를 기록한 문지 시인선은 34년간 해마다 평균 11.8권의 시집을 냈다. 1978년 시인선 출범 당시 ‘창작과비평 시인선’이 1975년부터,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선’이 1976년부터 나오고 있었으나 문지 시인선이 가장 먼저 400호를 내게 됐다.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좌담에서 “세 시인선은 공히 문학을 ‘서정주’적인 영원성의 세계에서 사회적 현장으로 끌어오는데 역할을 다했다. 다만 문학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는데, 문학과 삶의 관계를 즉각적으로 일치시키기보다 문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사회와의 긴장을 통해서 반성과 통찰의 장으로서 문학을 인식하는 것이 문지의 입장이자 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지의 태도를 확립한 시인은 1~4호 시집을 낸 황동규, 마종기, 정현종, 오규원 시인이었다.
그후 1980년대로 들어오면서 이성복, 황지우, 김정환, 최승자, 김혜순이 문지의 간판이 된다. 정 교수는 “이념형으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회에 집중한 게 이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황동규-정현종이 보여주었던 시적 세계가 인식의 트임이나 삶의 즐거움을 통해 현재적 현실과 투쟁했다면, 이성복-황지우는 현실에 대한 절망이라는 밑바닥을 경유해 새로운 현실에 대한 충동을 안고서 현실과 싸웠다는 것이다. 이어 1980년대 말에는 황인숙과 기형도라는 두 대립항이 나타난다.
황인숙은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에서 사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순수한 개인을 선보였으며,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은 사회적 연관이 사라진 시대의 삶 자체를 완벽한 죽음으로 인식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이후의 문지 시인선은 전위적인 시, 전통적인 시를 모두 받아들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게 됐으나 세 가지 기준이 있다면 인식의 새로움, 절실성, 정직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 시인은 “문지 시인선의 상징성은 전위의 언어로 최극단의 세계를 400권이나 이뤄낸 데 있다”고 평가했다. “모더니즘만 옹호한다, 리얼리즘은 잘 수용하지 않는다라는 고정관념이 있기도 하고, 같은 맥락에서 서정시보다 관념시가 우세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이것은 수정돼야 할 부분”이라며 “신인에게서 새로운 기미를 발견하고 강력하게 응원을 해왔던 곳이 문지”라고 밝혔다.
강계숙 시인은 문지 시인선의 업적으로 여성시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을 꼽았다. 1981년에 나란히 나온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과 김혜순의 <또 다른 별에서> 이후 한국문학에서 ‘여류시인’이란 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재연 시인 역시 “문지가 탄생시킨 두 시인은 여성으로서의 어떤 목소리이자 현상을 시에서 가장 강력하게 구현했다”면서 “강력한 여성성의 언어들이 강력한 시의 언어가 되면서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더 이상 여성임에 얽매이지 않은 시들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인선 400호를 보는 감회’란 글에서 “문지 시인선의 개성은 한국시의 형식과 언어를 쇄신하는 실험들, 그런 실험에 나선 신예들에게 문호를 대대적으로 개방한 점이며 이 점에서 한국 시단에 끼친 공로는 지대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100호 단위로 황토색, 청색, 초록색, 밝은 고동색으로 표지색을 바꾼 문지 시인선은 400호부터 새로운 색으로 바뀐다.
표지 캐리커처는 이제하 시인이 계속 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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