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내 책도 기성세대 답안… 청년 스스로 답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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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8.25 14: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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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부 돌파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청춘을 만나다

20대는 아프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파할 시간에 차라리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으라” “청춘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왜 아파하느냐”고 한다. 안그래도 숨찬 이들에게 더 빨리 뛰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격이다. 따뜻한 멘토조차 찾기 힘든 이 시대, 청춘들을 위로하는 책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48)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지난 8월 19일로 100만부를 돌파했다. 출간 8개월 만이다.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김민호(21·서울대), 이하늬(25·중앙대), 정유미(23·연세대)씨와 만나 20대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직접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위로는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위로만으로 지금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학점과 스펙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가 1970~1980년대 대학생들처럼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청년 문제가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 것은 맞다”면서 “수술이 필요한 사회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위로의 진통제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는 안정적 직장 원해”
“뻐길 수 있는 직업이 성공한 인생은 아냐”

이하늬씨(이하 이하늬) = 솔직히 자기계발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개인 당사자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자기계발서들은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허구를 심어준다. 바꿔 말하면 실패는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대가가 되는 거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동생 3명 중 2명이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대학 2학년인 동생이 언니인 내게 고민을 상담하면 대책없이 “마음껏 놀라”고만 하고 엄마에게 말하면 “그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만 하는데 이 책은 달랐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읽어봤다. 내가 오는 8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큰 위로와 공감을 줬다.
김난도 교수(이하 김난도) = 자기계발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명령문식으로 쓴다. 난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끔 독자로부터 “읽을 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책을 덮고 나면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항의 메일을 받을 때도 있다. 그걸 의도한 거다.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고민을 상담하러 내 연구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은 스스로 해답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걸 말로 해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정유미씨(이하 정유미) = 대학에 들어와서는 교환학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아르바이트만 오가면서 1년에 1000만원 넘게 모았다. 그리고 온갖 재테크·내집마련·시간관리 서적 등을 사서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등바등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빈둥빈둥 살아보기로 했다.
목표가 뚜렷한 나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셨던 어머니는 요즘 무척 못마땅하신 모양이다. 요새는 왜 빨리 교사 채용시험 준비를 안하느냐고 다그치신다. 아버지는 평창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으로 유명한 나승연씨를 롤모델로 삼으라고 문자까지 보내셨다.
부담스럽다. 어머니께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건넸다. 딱 이 책만큼만이라도 나를 좀 이해해달라고….
김난도 = 원래 책의 한 장을 ‘엄마를 넘어서’로 하려고 했다. 학생들이 주체적 판단을 할 때 제일 먼저 극복해야 할 게 부모라고 생각했다. 부모님들은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됐던 시대에 자라온 분들이다.
당시만 해도 교사 아니면 괜찮은 직업이 몇 개 없던 시절이다.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입장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는 교수 입장에서 ‘리스크가 있더라도 높은 곳으로 도전하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들은 그러기 어렵다.
김민호씨(이하 김민호) = 나도 사실 순수 자연계열 연구직을 희망하고 있는데 부모님과 충돌이 많다. 취업이 잘되는 의대나 공대를 가지 왜 자연대를 갔느냐는 거다. 부모님의 가치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소득안정성이다.
김난도 = 책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다. 책을 쓰기 위해 많은 학생들에게 네 인생의 전성기가 몇 살일 거라고 생각하는지 써보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나온 게 여학생은 28세, 남학생은 30세였다. 그때쯤 남에게 뻐길 수 있는 의사나 검사 같은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인생이 그렇지만은 않다.
유명한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도 의대에 가려다가 떨어져서 동물학과에 간 거였다. 다시 시험봐서 의대로 갔다면 지금처럼 훌륭한 석학이 될 수 있었을까?

“청년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
“수술이 필요한 사회 내 책은 ‘진통제’ 역할”

이하늬 = 이 책은 일단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과연 이 말이 지방대 학생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조금 회의적이다. 저는 고향이 창원인데, 저만 해도 지방대에 진학한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서울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이런 언론사 인터뷰도 그렇다. 친구들은 그런 경험을 할 여유가 없다. 책은 ‘스펙’보다 ‘스토리’를 만들라고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난 돈이 없어서 스토리도 못 만든다. 그건 다 잘살고 공부 잘하는 애들 얘기”라고 했다.
김난도 = 출판사에서 이 책을 쓰자고 제안해왔을 때 처음엔 거절했다. 내가 서울대 교수고, 고민을 들어본 학생들도 서울대생들인데 지방의 학생들이 읽으면 ‘재수없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책 쓰기 전에 지방대, 국립대 등 다양한 대학별 표본을 만들어 조사했다. 의외로 대부분 고민지점들이 비슷했다. 사실 아픔은 보통 부모의 기대나 친구와의 비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어쩌면 주위의 기대치가 큰 소위 명문대생들의 아픔이 더 클 수도 있다.
정유미 = 스승의날 모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명예교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이 “선생님, 요샌 대학생도 살기 힘들다면서요. 혁명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그러더라. 그 말 듣고 깜짝 놀랐다. 20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수치들을 들이대면서 “이게 사람사는 세상이냐, 청년들은 왜 짱돌을 들지 않느냐”고 말한다. 비유를 들자면 의자앉기 게임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의자를 다 부숴버리라는 말인 거다. 그렇지만 이 책은 오히려 ‘우린 모두 의자에 앉아야 해. 그치만 이번에 못 앉는다고 좌절하지마. 다음에 앉으면 되잖아’라고 말한다.
두 접근 방식 모두 기성세대가 기성세대 입장에서 하는 조언이다. 우리 문제를 풀어내기엔 한계가 있다. 청년들이 직접 자기들의 이야기와 요구를 스스로 풀어야 한다.
김민호 = 큰 어려움 없이 자라와서 그런지 ‘88만원 세대’는 나와 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개개인의 문제점을 사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모두가 연대해 해결해야 한다는 성찰을 할 능력이 20대에게 과연 있는가 되묻게 된다. 20대라도 각자 처한 현실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데, 그들 모두가 이것이 구조적 문제라고 인식하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
이하늬 = 사실 이번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도 학생들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는데, 우리들이 참 용기가 없다. 집회 나가서도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건 당장 내일 내야 할 리포트 걱정이었다. 집회에 한번 따라왔던 후배에게 또 같이 가자고 했더니 “이런다고 사회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며 그냥 도서관에 가겠다고 하더라.
김난도 = 청년 문제가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데 철저히 공감한다. 얼마 전 중국, 이탈리아 등 7개국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번역서 출간 제안이 왔다. 우리나라 청년을 위해 쓴 책이 중국 청년들마저 위로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난 <88만원 세대>가 거시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책이라면, 내 책은 그 부조리한 구조 속의 개인을 위로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방식은 상보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따뜻한 위로로 진통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 세대는 실제 돌을 던져 사회구조를 바꾼 경험이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말했듯이 사회구조적 문제도 개인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세대가 등장했다. ‘우리는 돌을 들어 엄혹한 독재도 깨고 민주화도 이뤘는데 왜 너희들은 돌을 들지 않느냐’며 다그쳐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김민호 = 난 겁이 많다. 수업만 듣는 타입인데, 그러면서 부끄러움도 느끼는 소시민적 학생이다. 최근에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본부 점거가 있었는데, 스스로 진보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온 나도 높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낄 정도였다.
지금 등록금 이슈가 이념을 넘어서 대학생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주제가 되고 있다. 임계점이 되면 다시 한번 사회구조를 흔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난도 = 다양한 담론이 나오면 좋겠다. 수술도 필요하고 진통제도 필요하다. 아까 정유미씨가 말했던 것처럼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우리가 쓰는 것들은 결국 기성세대가 제시하는 대안일 뿐이다. 여러분에게는 우리 때와 달리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매체가 있다. 여러분 스스로 담론을 형성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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