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라이언킹의 무파사같은 아빠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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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8.24 17: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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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미델라웨어 주립대 김근규 교수에게 듣는 ‘아빠의 양육참여’

“자녀를 대접으로 키울 것이냐, 간장 종지로 만들 것이냐는 아버지의 영향이 큽니다.”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 유아교육과 김근규 교수(40·사진)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다닌다. 그는 ‘아빠의 육아참여’ 전문가다. 유아교육과 졸업 후 한국에서 4년간 유치원 교사생활을 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지금은 미국에서 유치원 교사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KICCE) 주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김 교수를 만나 아빠의 양육참여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자녀양육에서 아버지의 참여가 중요하고, 자녀의 사회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 교수는 석사, 박사 학위 논문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석사학위 논문에서는 아버지와의 정기적인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프로그램 실시 후 아이들의 신체적·사회적인 자아유능감은 눈에 띄게 높아지더군요.”
신체적 유능감은 신체에 대해 건강한 정체성과 자의식을 가지는 것이고, 사회적 유능감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됐을 때 이를 극복하고 주도적으로 다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박사논문에서는 아빠들의 양육 참여 정도를 조사해 양육 참여 정도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사회적 유능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양육 참여 정도와 양육 스타일은 서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마초기질이 있었던 김 교수는 본인이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학진학 무렵, “애들도 좋아하고 관심사도 다양하니 남자들
이 별로 없는 영역에서 비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누나의 권유로 택한 유아교육과 진학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누나 말이 맞았다. 검도, 태권도, 야구 등 각종 스포츠와 서예, 그림, 피아노 등 다방면에 대한 관심은 대학졸업 후 유치원 교사로 활동하면서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남자교사의 시각에서 보니 아이들의 안전문제에도 관심이 가면서 소방안전관리사 자격증을 따게 됐고, 미국 유학 중에는 응급처치사 자격증도 땄다.
“처음 유치원에 출근하면서는 ‘여자선생님처럼 높은 톤으로 말해야 하나’ 등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점차 아이들이 아빠나 삼촌처럼 따르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남자들의 롤 모델 역할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김 교수는 의도적으로 몸을 사용하는 활동,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많이 하도록 격려했다. 또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했다. 스페인, 독일 등 외국노래를 찾아서 가르칠 땐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같이 불러보라고 e메일로 악보도 보내줬다.
김 교수는 가정에서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힘든 한국적 상황에서 롤 모델로서 남자교사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부모가족의 경우에도 삼촌, 학교, 유치원, 교회선생님들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
3년 전 결혼해 18개월 된 아들을 둔 김 교수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데이케어센터(보육시설)에 데려다주는 일까지 본인이 전담한다.
“요즘 한국의 젊은 아빠들도 출산과정에 동참하는 등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탯줄 한 번 자르는 것으로 끝나면 안됩니다. 아이와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육체적, 감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어렸을 때 자녀와의 애착 경험이 계속적인 육아참여의 에너지가 되는 거죠.”
김 교수는 자연 속에서 삶의 원리(circle of life)를 알려주고 자녀와 진정한 친구가 됐던 만화영화 <라이언 킹>의 무파사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선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아빠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편과 부인이 번갈아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자주 봤어요. 한국에서 아빠들과 얘길 하다보면 사회적인 걸림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이 바쁜데다 회식, 경조사, 친구·가족·친척 모임 등이 너무 많아요. 또 집주변 가까이에 스포츠센터나 공원 등 자녀들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들이 없다는 것도 문제죠.”
김 교수는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음주와 퇴폐의 고리를 끊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면서 “아버지의 육아 참여는 자녀와 가정뿐 아니라 상당수 사회, 교육문제도 긍정적으로 바꾸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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