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놀기만 하는 휴가는 왠지… 뭔가 좋은 일 하는 여행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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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8.19 13: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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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더하기 봉사… 자원활동여행이 대세

 

"자원활동여행을 하면서 많이 겸손해졌어요. 세상은 자기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한편으론 세상의 부조리를 많이 겪어서 자칫 가치관이 비관적이나 냉소적으로 될 수 있어요. 세상과 역사 앞에 초라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종교·인종문제 등 여러 면에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깨닫고 오히려 무기력해지기도 하거든요."

무대 디자이너 최승연씨(38)는 2009년 말부터 10개월 동안 세계 자원활동여행을 다녀왔다. 케냐·남아공·짐바브웨·두바이·인도·라오스·말레이시아·호주·피지·아르헨티나 등 25개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자원활동을 했다. 그는 "여행을 통해 두 가치관 사이 균형 잡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되 개인의 삶은 최대한 즐기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발리의 한 학교에서 손바닥 프린팅을 한 뒤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최승연씨.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 일상에서의 탈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노동에 수반되는 대가로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과정?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험? 현대의 여행은 거대 산업으로서의 '관광'과 노동자들의 생산의욕을 증진시키기 위한 '휴가'의 의미로 굳어져왔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영국 등 유럽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 키워드는 '자원활동(Volunteer)'이다. 자원활동(Volunteer)과 여행(tourism)을 접목시킨 '자원활동여행(Voluntourism)'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의 200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0%가 자원활동여행을 하고 싶다고 답했고, 미국여행산업협회에 따르면 5500만명 이상이 자원활동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은 더 이상 프랑스의 에펠탑을 보거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볼리비아의 한 마을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최승연씨.최씨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여행하는 것은 일에 매인 대부분의 이들에겐 힘든 일이다. 최근 유행하는 자원활동여행은 1~2주짜리의 짧은 휴가, 혹은 갭 이어(gap year·주로 영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전에 각종 경험·여행 등을 하면서 보내는 1년), 직장생활의 공백기(career break) 등을 통해 자원활동을 하는 여행을 가리킨다. 자원활동보다 '여행' 쪽에 좀 더 무게추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원활동여행에선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걸까.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여행을 하는 '공정여행'이나 '착한 여행'의 범주에 속하긴 하지만 대상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 세계 각 지역에서 크고 작게 진행되고 있는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가 된다. 흔히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고, 오지의 학교에서 글을 가르치는 장면을 상상하지만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태국 고산족의 사기를 높여주는 유쾌한 밴드에 가입하다 ■스리랑카에서 위기에 처한 야생 코끼리 생태를 조사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지역을 탄소 중립화하다 ■피지 섬의 무료 진료소에서 일하다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고대 석기 유물을 발굴하다 ■이스라엘 곳곳의 군사기지를 학교와 정원으로 변신시키다 ( < 특별한 자원봉사여행 100 > 목차 중)

자원활동은 크게 전문성이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나뉜다. 대표적인 분야는 야생동물 보호·자연보호·문화유산 복원·아동 관련·교육·건강 의학 관련·농작 등. 전문성이라고 해서 꼭 특별한 기술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자원활동여행 소개서인 론리플래닛 < 볼런티어 > 에선 "모든 사람이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을 갖고 있을 것이고, 연기를 전공한 대학 졸업생이라도 관계없다"고 말한다.

지역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제3세계' 국가에 머무르지 않는다. 선진국 북미 지역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미국 몬태나주에는 공룡의 화석을 발굴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켄터키주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름 야외극장에 오를 무대의상을 만들어볼 수 있고, 캐나다 매니토바주에서는 북극권 기후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여행을 하려고 할까. 이유는 간단치 않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구나 자원활동여행에선 평소 쉽게 생각지 못했던 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 새로운 지역에 대한 모험심과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동시에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자원활동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소감은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입을 모아 말하는 게 있다. "도움을 주러 가서 오히려 받기만 하고 왔다"는 것.

용해주씨. 에스토니아 카네피 마을에서 방앗간 보수공사를 돕던 중.2009년 7월 2주 동안 에스토니아로 국제워크캠프에 다녀온 용해주씨(28)는 "노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용씨가 참여한 캠프의 주된 일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카네피 마을의 물방앗간을 보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을 하느냐 여부는 철저하게 개인의 자유에 맡겨졌다.

"캠프의 규칙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규칙이 없는 게 규칙이다(No rule is a rule)'라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일을 안 하니 불안했어요. 무한대의 자유를 주니 뭘 해야 할지 공황상태에 이르렀죠. 지내다보니 그건 훈련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휴가는 쉬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아직까지 자원활동과 여행은 동떨어져 있다. 자원활동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직장 휴가가 길지도 않다. 자원활동은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봉사정신을 가늠하는 '스펙'의 한 항목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로 국제워크캠프를 다녀온 이강산씨(25)는 "처음 시작은 솔직히 스펙을 위해서였지만, 다녀와서 느낀 것이 많다"며 "앞으로는 여행할 때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꼭 하나씩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승연씨는 "이력서에 실적을 써넣기 위해 자원활동여행을 하는 분들은 솔직히 가서도 잘 못 견딘다"며 "불편하고 더럽고 인터넷이 느려서 못 견딜 것이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주는 중압감을 못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 자원활동여행(Voluntourism)

자원활동(Volunteer)과 여행(tourism)을 접목한 용어. 국내에선 보통 영어를 그대로 읽어 '볼런투어리즘'이라고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볼런티어 트래블(Volunteer travel), 볼런티어 휴가(Volunteer vacations), 바캉티어리즘(Vacanteerism)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린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활동부터 진료 구호 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원래 자원활동은 단기·장기로 해외에 머물면서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말했고, 휴가와는 동떨어진 개념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행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부응하는 수많은 비영리기관들이 생겨났다. 흔히 '자원봉사'라고 말하지만, 일방적인 시혜의 의미를 줄 수 있어 '자원활동'으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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