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뻔한 로맨스도 그녀가 하면 다르다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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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8.12 15: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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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그 여인의 리얼리티에 설득당하다

톱스타 캐스팅이 흥행 보증수표로 작용하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는 건 김선아(36)와 같은 ‘우량주 배우’ 때문인지 모른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는 김선아의 파워에 의존하는 드라마다. 안방극장 로맨틱코미디가 가질 법한 클리세를 반복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방송 초기부터 안정적인 시청률을 얻으며 공감 가는 이야기로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 편성 경쟁이 치열한 주말 밤시간대에서 5회 만인 지난 6일 수도권 시청률 20.6%를 기록했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김선아는 평범한 대한민국 노처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가 시쳇말로 ‘국민 노처녀’가 된 것은 2005년 방송됐던 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연기했던 김삼순 덕분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른 살의 평범한 여자 김삼순은 드라마 사상 혁명적 캐릭터였다.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청순가련형과는 거리가 먼, 별 볼일 없는 여자가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돼 당당하게 사랑을 쟁취했다.
자칫 비호감으로 찍혀 대중과 멀어질 수 있었던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붙들어 매며, 이 땅의 수많은 ‘삼순이’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김선아의 연기다.
당시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했던 김윤철 교수(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는 “김삼순 캐릭터를 만들면서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던 배우가 김선아였다”고 설명하면서 “남자 배우에게도 밀리거나 주눅 들지 않는 에너지와 파워, 미묘한 일상도 균형 있게 표현해 내는 연기술”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를 캐스팅 영순위에 올린 장점은 이미 그 전에 선보였던 영화에서 드러났다. 그는 「위대한 유산」 「몽정기」 「S다이어리」 「해피에로크리스마스」 「잠복근무」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의 인물을 표현하면서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생활밀착형’ 연기를 선보였다. 문화평론가 김원은 “김선아 연기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극단적 설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더라도 생활과 유리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여인의 향기」에서 그가 연기하는 이연재는 편모슬하에서 자란 고졸 출신의 서른네 살짜리 여행사 말단 직원이다. 담낭암 말기로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는 죽기 전에 인생을 꽃피우겠다며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난다. 이곳에서 만난 재벌 2세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라인은 지극히 뻔한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구도다. 김원은 “죽음을 앞두고 럭셔리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은 그의 연기를 통해 삶과 운명에 대한 치열함으로 비춰지고,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드라마평론가 김선영도 “다른 여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망가지는’ 모습은 귀여운 관찰의 대상이 되기 마련인데, 김선아는 실제상황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 뿐 아니라 현실감이 그 어느 배우보다 강하게 전해진다”면서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려내는 연기력 덕분에 새로울 게 없는 캐릭터도 새롭게 전달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여느 배우들이 연기만으로 흉내 내지 못할 그의 독특한 아우라는 데뷔 이후 꾸준히 지켜온 연기철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몇 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사람들이 망가진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리얼리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망가지는 연기를 잘 한다’는 말에 공감을 못하겠어요. 화장을 못하거나 마스카라가 번지는 건 망가지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죠.”
그는 화면 속에서 애인에게 버림받고 울다가 마스카라가 범벅이 되기도 하고, 술에 취해 ‘오바이트’하다가 토사물이 묻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기도 한다. 국내 여배우 중 ‘뚱뚱한’ 몸매로 드라마 주인공이 된 첫 인물이기도 했다. 그 전까지, 물론 지금도 횡행하고 있는 여배우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예쁘고 날씬하지만 극중에서 못 생기고 뚱뚱한 것으로 치고, 시청자들에게도 암묵적인 동의를 구하는 것)’ 판을 깼다. 대한민국 여배우라면 무모할 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얻어낸 자산인 셈이다. 이번에는 드라마 속 암환자 연기를 위해 체중을 10㎏이나 감량하는 프로 근성도 보여줬다.
이 같은 자산이 긍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 김선아와 연상돼 떠오르는 이미지는 ‘삼순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푼수끼 많고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데다 다소 코믹하고 능청스럽지만 성깔 있는 루저형 인물. 이 때문에 삼순이 이후 맡았던 캐릭터에서 삼순이의 그림자를 완벽히 걷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초반부인 「여인의 향기」 역시 시작 전부터 김삼순의 이미지와 겹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입안에서 우물거리는 듯 무심하게 툭 뱉어내는 말투가 특유의 ‘김선아표’ 발성법이 될 수 있지만, 김삼순을 연상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김선아는 어떤 캐릭터든 자기 스타일로 창출하는데, 이것이 장점일 수도, 한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선아표’가 갖는 매력은 앞으로 더 빛을 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SBS 구본근 드라마국장은 “김선아가 주로 연기해 온 캐릭터에 공감할 만한 인구 구성비가 점점 확산되고 있으며, 불황이나 청년실업 등이 심화되면서 시대적 상황이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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