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일본 극단은 획일화 … 한국 무대는 열정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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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7.27 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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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극단 ‘시키’ 활동 이어 한국 뮤지컬계 주역으로 김준현

주역 배우 기근에 고민하는 뮤지컬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가 있다. 김준현(34)이다. 지난해 <잭 더 리퍼>와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오는 11월 국내 초연되는 <조로>까지 연거푸 세 편의 대형 뮤지컬 주역을 맡았다. 그 이유는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앙코르 공연 중인 <잭 더 리퍼>를 보면 알 수 있다. 울림이 큰 중저음의 목소리와 훤칠한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기초공사가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 그는 노래, 연기, 외모 3박자를 모두 갖춘, 희소성 강한 연기자다. 그런 그가 뮤지컬 좀 본다는 관객에조차 낯선 이유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일본 최대 극단 ‘시키(四季)’에서 가네다 고시히데라는 이름의 주역 배우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5년 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두려움도 있었지만 운 좋게 큰 작품을 잇따라 만났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패션모델 활동을 한 그는 스물한살 때 연극을 시작했다. 4수 끝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합격해 당시 지도교수였던 김효경 현 서울대뮤지컬단장을 사사했다. 2004년 극단 시키에서 서울예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탁돼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채 안돼 뮤지컬 <라이언킹>의 주역 ‘무파사’(심바의 아버지)로 전격 캐스팅됐다.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배우를, 그것도 한국인을 데뷔무대부터 주역으로 서게 한 건 이 극단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무대에 선 지 한달 만에 일본어가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하차해야 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한달 후 그는 다시 무파사로 무대에 섰고 이후 단 한번도 주역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아이다>(라다메스 역), <에비타>(체 게바라 역),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예수 역), <캣츠>(럼텀터거 역)를 거치며 시키의 대표 배우가 됐다. 지금도 그의 무대를 못잊어 현해탄을 건너오는 일본팬들이 많다.

“먼저 시키에 정착한 김지현 선배가 저를 포함해 한국에서 건너간 배우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너희들은 가슴에 태극기 하나씩을 달고 온 사람들’이라고요. 책임감과 의무감,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혼신을 다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저를 대하는 일본인 배우들의 태도도 달라지더군요.”

그는 “시키 생활을 통해 배운 가장 큰 덕목은 배우로서의 자기관리법”이라고 했다.

“예컨대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 역을 저 혼자 1년간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시키의 배우들은 항상 작품을 위해 대기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전날 자정에 전화해 예정에 없던 내일 공연을 하라고 하는 일도 다반사죠. <라이언킹>을 하다가 다음날엔 <아이다> 무대에 서는 일도 예사예요. 그 때문에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해요. 한국처럼 더블, 트리플 캐스팅으로 주 2~3회 무대에 서거나, 공연 후 술자리를 갖는다는 건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저의 경우 최소 4시간 전에는 잠에서 깨어나 운동과 반신욕을 해야 목소리가 터진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어요. 지금도 그 습관이 배어 있어 오후 2시 공연이 있는 날엔 전날 아무리 공연이 늦게 끝났어도 오전 8시에는 일어나요.”

하지만 일본 극단 특유의 획일화가 싫어 그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극단은 교과서 같은 연기를 요구하고 배우들은 자기 연기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어서 무대에서의 교감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무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뮤지컬을 보러오는 것은 한국 배우들이 노래를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배우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함께 무대에 서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감지돼요. 어느 순간, 배우 간 호흡이 딱 맞았다고 느낄 때, 관객과도 순간 통했다고 확신할 때의 희열 때문에 연기를 그만둘 수 없죠(웃음). 제가 연기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에겐 원칙이 있다.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관람료 이상의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연으로서 또 배우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준현이라는 이름 석자로 무대에서 ‘정도’를 지키며 연기를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것을 지상의 꿈으로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뮤지컬을 하면서 연극무대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가능하면 뮤지컬과 함께 연극연기도 병행할 생각이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무료 배우양성소를 설립하는 일이다. 그는 “연기학원이라는 이름 하에 한달 수십만원씩의 강습료를 받는 상업시설에 반감을 갖고 있다”며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연기에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발레, 재즈, 노래, 연기 등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뮤지컬계와 연극계의 꿈나무를 키우는 게 오랜 꿈이었고 반드시 이를 실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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