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한국출판계 유일한 외국인“색다른 책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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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7.21 17: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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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저작권 담당 벨기에 남자 그레고리 림펜스

벨기에인 그레고리 림펜스(35)는 국내 출판계에서 일하는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의 직함은 열린책들 출판사 기획팀장. 한국어를 포함해 7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외국문학 전문인 이 회사에서 해외원서 검토 및 출간계약 관리 업무를 3년째 맡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데다 한국 동료들과 일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냈는데 취직이 됐습니다. 모든 게 행운이었지요. 지금 하는 일에 보람과 재미를 느낍니다.”

벨기에의 명문 루뱅대 법학과와 로스쿨을 졸업한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03년. 독일에서 사귄 한국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른 친구와 함께 여행을 왔다. 여행을 마친 뒤 벨기에로 돌아가 브뤼셀의 저작권 전문 로펌에 다녔다.


하지만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을 잊을 수 없어 한국 로펌과 대기업에 지원서를 보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연락이 왔고 2005년 저작권팀에 입사했다. 그런데 2년여 지나면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졌다.

“업무량이 너무 많기도 했고 좀 더 창조적인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1년 반 동안 한국어를 익힌 뒤 한국인 친구가 찍어준 10여군데 출판사에 무작정 이력서를 냈다. 유일하게 열린책들에서 관심을 보였고, 홍지웅 사장과의 면접을 통해 채용됐다. 그렇게 해서 2008년 11월 출판계에 입문했다.

“출판사에 다니기 전에 파주출판단지를 구경하러 갔다가 멋있는 건물에 감탄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그곳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 마니아 독자는 아니었지만 업무를 시작하면서 그는 무섭게 소설에 빠져들었다. 한국시장에 내놓을 책을 찾기 위해 해외 관련 사이트를 뒤지고 언론 보도를 체크한다. 에이전시에서 보내온 신간 정보도 빠짐없이 검토한다.

그는 벨기에의 공식언어인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외에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며 지금은 스페인어를 배운다. 앞으로 포르투갈어, 일어를 배우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기획한 책은 30여권. 첫 작품은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 1930년대 체코 소설로 체코 디자인의 독특한 판형을 썼다.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시리즈도 있다. 12권 가운데 4쇄를 찍은 <칠레의 밤> 등 4권만 나왔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야만스러운 탐정들> <2666>이 훨씬 재미있는 책이라고 귀띔한다. 만화에 관심이 많아서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의 <염소의 맛>을 직접 번역, 소개했다.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해 봐”라고 홍 사장이 말했는데, 꾸준히 팔려서 보람이 있는 작품이다. 같은 벨기에 출신의 뜨는 작가인 드미트리 베르휠스트의 <사물의 안타까움성>도 발굴해 곧 출간될 예정이다.

“평범한 독자, 관객으로서 문학과 영화를 좋아했지만 나 혼자만의 취향이 아닐까 걱정했다”는 그는 참신한 시선으로 한국시장에 색다른 아이템을 던져주고 있다. 영어만 쓰면 됐던 김앤장 시절과 달리, 30여명의 한국인 직원과 동료애를 나누고 홍 사장의 사랑도 독차지하는 그는 “역인종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출간계약을 관리하는 그는 “로펌에서 일하던 버릇 때문에 동료들에게 날짜 엄수를 독촉해서 안 그래도 바쁜 동료들을 더욱 피곤하게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서울 합정동에서 파주로 통근하며 홍대 앞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젊은 편집자다. 장기체류를 계획 중이지만 혹시 사정이 생겨 모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출판계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까지 한국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걸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외국책을 발굴해서 한국에 소개하는 게 그의 고유업무라서 한국소설은 그에게는 ‘금지된 카테고리’의 책이다. 이 때문에 한국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출판일을 ‘좋아서 하는 직업(passion job)’으로 표현한 그의 손에서는 늘 책이 떠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색다른 선택이 한국 소설시장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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