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분노와 고민이 사라진 음악은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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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7.19 14: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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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루시드 폴

예능 프로그램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의 역기능 하나만 꼬집어 보면 대중에게 쉽사리 지우기 힘든 편견을 새겨줬다는 거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드라마틱한 노래를, 시원하고 화려하게 내질러줘야 ‘진정한 가수’라는 편견 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가수의 땀방울과 두 손을 모아 쥔 관객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번갈아 잡아내는 화면을 보다보면 ‘가수는 저래야 해’라고 끄덕이게 된다.
이를 전제로 했을 때,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은 ‘나는 가수다’의 대척점에 있는 가수다. 그 스스로 “밋밋한 노래, 미숙한 고음처리, 빈약한 성량”이라고 표현하듯, 그의 노래는 잔잔하고 부드럽고 조용하며, 때로는 읊조린다.
기타 나일론줄이 퉁겨내는 멜로디에 실려 전달되는 그의 목소리는 귓속말처럼 들려오지만 오래 남아 흥얼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노랫말은 더 강력하다.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 공존을 말하는 그의 메시지는 담담하고 절제돼 있으면서도 세밀하다.
소리치고 토해내지 않아도 가슴을 두드린다. 이는 자극성이 대중음악 전반을 장악한 시대에 가수 루시드 폴을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가 다음달 8월 17일부터 한 달간 서울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타이틀도 ‘목소리와 기타’다. 신사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소극장 공연이다. 목소리와 기타로만 승부하는 것도 같고.
“지난해 소극장 공연을 하면서 ‘노래하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깨닫게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난 한 번도 힘을 다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사실 내 노래를 부를 때 물리적 힘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 단순한 노래에 오롯이 집중하다보니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게 뭔지 알 것 같더라. 노래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
-밴드 없이, 다시 말해 딱히 비빌 언덕 없이 장기공연을 하며 생긴 자신감 같은 건가.
“용감무모한 면이 있긴 하다. 기타 한 대로 노래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렇다고 내가 딱히 잃을 것도 없지 않나.”
-2년 연속 학전에서 공연한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김민기 선배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크다. 장소가 가지는 역사성도 있고. 내가 10년 전 데뷔했던 공연장을 비롯해 그 당시에 노래를 불렀던 클럽 어느 하나도 지금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학전은 20년 후에도 ‘내가 20년 전에 이곳에서 루시드 폴 공연을 봤었지’ 하며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남을 것 같다.”
-공연 레퍼토리를 10분 전에 정하기도 한다던데.
“리허설도 제대로 못하고 무대에 올라가 스태프들의 애간장을 태울 때도 있었다(웃음). 보통은 아침에 그날 부를 곡을 정하는데, 그때그때마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달라진다. 지난해 20회를 공연하면서 한 번도 안 부른 내 노래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아침에 차를 타고 가다 들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선곡하기도 한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가사를 찾고 연습해서 무대에 올랐다가 틀린 바람에 ‘내일 다시 할게요’라고 뻔뻔하게 말한 적도 있다.”
-2009년 4집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전업 뮤지션의 길에 들어섰다. 공학도를 포기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2009년 초까지 그는 스위스에 머물던 공학도였다)
“전혀. 그런데 반성은 많이 했다. 방송과 라디오DJ를 하며 바쁘긴 했는데 정작 음악에 대해선 게을렀다. 창작에 대한 고민도, 음악을 듣는 것도, 기타 연습도, 이론 공부도 부족했다. 지난 5월 방송을 그만둔 것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사람들 앞에 서서 웃기고 있고 어디론가 떠밀려가고 있더라. 기타와 연필을 쥐고, 무엇을 노래할지 고민하며 살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렇다.”
-연말에 5집을 들을 수 있을까.
“2년에 한 번꼴로 음반을 내왔으니 그러고 싶다. 이번 공연에도 신곡 한두 곡은 들려드릴 계획이다.”
-음유시인으로 불리는데, 당신의 노래는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 동시대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서정적이고 부드럽지만 뒤집어보면 웅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5집 작업을 하면서 반성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너무 관념적이었나’ 하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활동가가 되기엔 기질상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당한 수준인 것 같기도 하다가, 또 어느 순간엔 내가 노래하고 있는 것이 진실한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도 내가 어디까지 해야 할지, 어떤 게 나다운 것인지 모르겠고 혼동스럽다. 이렇게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 고민이 음악의 동력 아닌가.
“나이 먹는 것이 두려운 이유가 안정적으로 변한다는 거다. 젊을 때는 없었던 결핍된 요소들이 채워지면서 삶은 편해지겠지만, 감성과 자각은 무뎌지지 않겠나. 삶이 편해지면 분노할 필요도 없어지고 싫은 것은 안 하면 되니까. 또 다른 고민은 나이를 먹어도 음악이 나이 먹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브라질 뮤지션 카에타노 벨로주는 그런 면에서 큰 도전이 된다. 50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2년에 한 번꼴로 정규음반을 냈다. 70이 다 되어가는데도 2005년 이후에 낸 음반에서도 매번 음악적 스펙트럼이 바뀌더라. 그 나이에도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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