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영화 ‘헤어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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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7.18 14:18:40
  • 조회: 708

 과감하게 비춘 뚱뚱녀의 현실, 하지만 유쾌하다

 

‘뚱뚱한 사람의 쾌활한 인생역경 극복기’는 식상하다. 영화 <헤어드레서>는 식상한 걸 예외적으로 바라보는 특유의 감성을 지닌 도리스 되리 감독과 만나 ‘신선한 뚱보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카티(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데)는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고향인 옛 동독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일자리 고용센터에서 헤어드레서 일을 소개받지만 면접을 보러 간 미용실 원장에게 “당신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퇴짜를 맞는다. 화가 난 카티는 자신만의 미용실을 열기로 결심하고 창업 자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동식 미용실을 차려 돈을 벌던 카티는 뜻밖의 사고를 당하고, 돈이 필요했던 그는 베트남 이민자들을 밀입국시키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주인공 카티의 캐릭터에 있다. 그는 뚱뚱하지만 매력적이다. 거울 앞에 앉아 각종 과일 모양의 귀걸이를 고르고, 색색의 옷을 즐겨 입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고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기까지는 어찌 보면 기존의 ‘뚱녀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차이를 만드는 건 뚱뚱한 여성의 ‘현실’을 보여줄 때다. 잠에서 깬 카티는 매일 아침 침대 곁에 매어 둔 줄을 잡고 힘겹게 거대한 몸을 일으킨다. 노래를 부르며 샤워하고, 욕조에 몸을 담근다. 당연하지만 옷은 모두 벗은 채다. 카메라는 출렁이는 살덩이를 정직하게 비춘다. 뚱뚱한 전라의 몸이 스크린을 가득 메울 때 관객은 이름모를 불편함을 맞닥뜨린다. 그건 매체가 전시하는 익숙한 여성의 나체가 아닌 탓이다.

그는 “뚱뚱하다고 뚱뚱한 남자 좋아하는 줄 알아?”라며 뚱뚱한 남자의 대시를 거절하고, 자기보다 훨씬 마른 데다 몸집도 작은 베트남 출신의 불법 체류자 티엔(김일영·한국계 독일인 배우)과 사랑에 빠진다. 티엔과의 ‘침대신’은 최근 만난, 가장 낯선 동시에 사랑스러운 장면이 아닐까 싶다. 감독의 전작 <파니 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등에서 보여진 현실 속 판타지, 혹은 판타지 같은 현실의 연장선에서 생각한다면 일종의 판타지로 비치기도 한다.

 

영화는 동시에 동베를린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비추면서 통일 이후 빈곤과 실업문제도 건드린다. 일자리 고용센터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길거리의 노인·실업자들의 얼굴을 담은 컷이 중간중간 불협화음처럼 끼어든다. 이런 배경 속에서 뚱뚱한 몸밖에 가진 게 없는 카티를 비롯해 베트남 이민자, 남편에게 매맞는 실업여성 등 ‘비주류’ 인생들은 서로 배려하고 소통한다.

독일의 여성 감독 도리스 되리 감독의 최신작. 그의 작품 중엔 범작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유쾌한 힘을 전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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