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평창, 남은 7년 길지 않아 … 유치 12년 기록 남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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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7.18 14: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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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선 2018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

 

설악산 신흥사 선방에서 문득 ‘강원도 동계올림픽’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1994년이었다. 머릿속에 머무르던 아이디어를 세상에 공표한 것은 강원도지사가 된 99년이었다.

17년 전에도, 12년 전에도 몰랐다. 동계올림픽이 그의 ‘멍에’이자 ‘운명’이 될 줄은. 김진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65)는 그렇게 올림픽과 함께 17년을 보냈다. 그래서 20○○○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7월6일은 김 대사에게 제2의 생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입에서 ‘평창’이란 발표가 나오는 순간, 김 대사는 펄쩍 뛰어올랐다가 다시 펑펑 울었다. 17년을 꿔온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기에 머리에 앞서 몸이 먼저 움직였다. 김 대사는 “그때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곧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짐을 벗었다.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3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김 대사는 편안해 보였다. 실제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표정이었다.

김 대사는 “이제 와 밝히자면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었다”고 털어놓았다. 4번째 유치에 나서기에는 더 이상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외부로는 ‘마지막’임을 알리지 않았다. 김 대사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니 지지해달라’는 내용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마지막’을 ‘세 번째’로 바꿨다”며 “IOC 위원들이 마지막이란 표현을 읍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까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동계올림픽 유치의 첫 번째 성공요인으로 ‘회사후소(繪事後素)’를 꼽았다. 회사후소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그림은 먼저 바탕을 손질한 후에 채색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김 대사는 “8년 전 평창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지금 평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시설을 갖췄다”며 “그것이 IOC 위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바탕만 만들었다고 IOC 위원들이 바로 평창에 표를 줄 리는 없었다. 어떻게든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김 대사는 “이건희 IOC 위원과 박용성 KOC 회장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도 틈만 나면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 지지를 부탁했다”며 “지난 2번의 실패와 오늘의 유치를 돌아보니 결국은 IOC 위원 개개인을 한 명 한 명 만나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치 발표 당일 김 대사는 승리를 예감했다. 전날 밤에 ‘내용을 알 수 없는’ 좋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김 대사는 “꿈을 꾸면서 ‘아 좋은 꿈이구나’라고까지 생각을 했는데 깨어보니 내용은 기억이 안 났다”며 “어찌 됐든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총회에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차 투표에서 끝이 났다고 발표하면서 흠칫 놀라는 로게 위원장의 표정은 김 대사에게 더욱 확신을 줬다. 유치결과 발표장으로 들어가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IOC 위원들이 김 대사에게 슬쩍 엄지손가락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과거의 악몽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김 대사는 “2003년 프라하, 2007년 과테말라시티 때 상황이 생각났다”며 “머릿속이 금세 ‘혹시나’란 생각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17년간 품어온 꿈이 현실이 되기 직전까지도, 김 대사는 제대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앉아 있어야 했다.

스스로 ‘운명’이라고까지 얘기했던 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킨 뒤 ‘자유인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김 대사는 아직 완전히 풀려나지 못했다. 여전히 머릿속은 평창올림픽에 대한 걱정과 구상으로 가득하다.

김 대사는 “20○○○이 꽤 멀어보이는데 다른 도시들이 하는 것을 보니 7년이 길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위원회는 유치위원회와는 차원이 다른 조직”이라며 “정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서 차근차근 7년 뒤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사는 아직 특별한 향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조만간 조직위 구성이 시작되겠지만 일단은 생각 밖에 놓아두기로 했다. 여름휴가도 다녀올 생각이다. 지사로만 12년을 보낸 강원도로 또 간다.

김 대사는 “평창이나 정선 쪽으로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바람도 쐴 계획”이라며 “일 생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휴가 뒤에는 지난 12년간을 기록으로 남겨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 중이다. 김 대사는 “혹시 누가 땅이라도 빌려주면 평창에 작은 집 하나 지어놓고 그동안의 일을 글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 개최될 때까지 남은 7년간은 더욱 중요할 테니 역사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하나하나 직접 기록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 평창올림픽이 완벽하게 치러질 때까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든 하고 있을 것이란 의미로 들렸다. 어렵게 온 운명은 그만큼 쉽게 떠나지 않는 법인가 보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김진선 특임대사

● 생년월일 = 1946년 11월10일

● 출생지 = 강원 동해

● 출신교 = 북평고-동국대

● 경력 = 1974년 행정고등고시 합격, 83년 강원 영월군수, 91년 강원 강릉시장, 94년 경기 부천시장, 95년 강원 행정부지사, 98년 민선 2기 강원도지사(2~4대 연임),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공동위원장, 2010년 유치위 특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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