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낯익은…’ 최인호·황석영, 여름 문학시장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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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6.14 15: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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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66)와 황석영(68)의 신작 소설이 출간 1~2주일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순위에 오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작품이 없던 문학시장에 단비가 내린 셈이다. 출판계는 두 작품이 성수기인 여름 문학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 예스24 등 전국 9군데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25일 출간된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여백)는 6월 첫주(3~9일) 집계에서 종합순위 4위를 차지했다. 이달 1일 출간된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문학동네)도 종합순위 16위에 올랐다.

 

6월 둘째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작품은 최인호와 황석영이란 작가의 유명세 외에도 화제를 끌 만한 요소가 많다.

최씨의 책은 침샘암으로 칩거해 투병 중인 작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달 만에 썼다는 점,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잃어버린 왕국> <해신> <상도> 등 대하 역사소설에 주력해온 그가 새롭게 쓴 현대소설이란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최씨는 작가의 말에서 “<유림>(2006년)을 끝낸 후 다시는 대하 역사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마라톤 주행에 익숙해진 문장 스타일을 단거리 호흡법으로 바꾸기 위해 숨 고르기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덜컥 암에 걸리고 말았다. 3년 가까이 소설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무장해제의 포로 신세였다. 그러나 3년간의 백기투항이 장거리 주법의 호흡을 앗아가는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밝혔다.  

이렇게 탄생한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뒤틀리고 붕괴된 일상 속에 내몰린 주인공 K의 사흘을 그렸다. 토요일 아침, 눈을 뜬 K는 미세한 변화에서 익숙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그는 전날 밤 술자리의 기억을 떠올리고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혼란이 계속되자 가족을 만나보라는 정신과 전문의 친구의 조언을 따라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누이를 찾아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K는 비로소 조작과 속임수의 실체가 참 자아를 포기하고 주어진 배역에 충실해온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 역시 암 투병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암은 지금껏 내가 알던 모든 지식과 감각, 믿어왔던 하느님과 진리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학문이 실은 거짓이며 우상이며 환상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헛꽃임을 깨우쳐 주었다”고 말했다. 계속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소설을 집필했던 최씨는 책 발간 이후 외부 접촉을 일절 피한 채 지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황씨의 <낯익은 세상>은 쓰레기 매립지인 꽃섬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도시문명을 정면 비판한 작품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동행에 따른 정치참여 논란에 이어 지난해 <강남몽> 표절 시비로 마음고생을 한 작가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윈난성 리장에서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해 올해 제주에서 탈고했다. 

 

꽃섬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선 난지도인 동시에, 세계 대도시 인근 어디에나 있는 장소란 점에서 보편성을 갖는다. 소설은 ‘딱부리’라는 열네 살 소년이 폐품 수집꾼으로 일하는 엄마를 따라 꽃섬에 들어와서 겪는 일을 그렸다. 그가 처한 상황은 열악하고 폭력적이지만, 문명과 자연의 경계선을 오가는 ‘빼빼엄마’를 통해 숲 속에 사는 정령 ‘김서방네 식구들’과 소통하게 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지배하지 않는 다른 세계를 상상한다. 작가는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온 세계가 그것을 위하여 모든 역량과 꿈까지도 탕진한다. 내가 정령을 불러낸 이유는,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 있는 거냐고 질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 신간은 공통점이 많다. 최씨는 “1987년 가톨릭 귀의 이후의 제2기 문학에서 제3기 문학으로의 전환”을, 황씨는 “치열한 전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쓸어버린 뒤의 폐허에 남아 있는 연민을 위한 만년의 문학”을 선언했다. 사실과 환상을 드나들면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수법과 주제도 비슷하다. 아울러 소설 제목에 ‘낯익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우연이지만, 공유하는 지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유명 작가로는 보기 드문 전작소설이란 것도 공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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