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화가 구본아, 시간에서 이빨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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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06.13 15: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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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화가 구본아(35)는 채워짐과 비움, 자연과 문명의 순환을 태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다.
작가에게 ‘태엽(胎葉)’은 시계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만든 나뭇잎과 같이 생명을 잉태시키는 틀을 의미한다. 시계는 생명의 단위이며 연속으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기에 작가는 인간의 심장 대신으로 사멸해가는 모든 자연과 건물에 태엽을 집어넣는다.
주름살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 꽃이 시들어 가는 것, 태어난 집이 철거되는 것….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시간을 읽어낼 수 있는 시계와 같으며 자연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동일하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얼마 전 우연히 기관차 공동묘지라고 불러도 될 법한 장소를 찾았다. 10여대의 증기 기관차가 녹슨 채 버려져 있는 곳이다.
“덩굴식물이 차축을 휘감고 올라가 있었고, 기관차 굴뚝에서는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기관차에 달린 화물칸은 꽃으로 가득차서 마치 석탄이 아니라 꽃을 운반한 기차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떨어져 나간 바퀴와 볼트들이 마치 전체 풍경을 장식해 주기라도 하듯이 이곳저곳 뒹굴고 있었다. 기름이 흐른 자국은 핏자국처럼 보이기도 했다. 기계, 건물과 같이 몸집이 거대한 것들의 종말은 우리에게 특별한 슬픔을 자아낸다”고 설명했다.
화가는 그 곳에서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해방된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고철덩어리들이 쇠갈고리나 삽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용광로로 보내지 않고 조용히 녹슬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보통 오래된 기계들이 폐기처분되지 않고 다시 수리돼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근사한 것은 이 지구상의 어딘가에 오래된 기계들이 조용히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장소가 한 군데 있다는 사실에서 그녀는 해방감을 맛봤다.
“삶이란 바로 소멸”이라고 느낀다. “기계의 잔해들은 과거의 기계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예전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면서 “이런 잔해는 예전의 형태를 잃어버렸지만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온전한 건물보다는 폐허에서 더 생동감을 더 느낀다.
구씨는 15~21일 서울 경운동 갤러리그림손에 회화와 설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시간의 이빨’이란 제목으로 현대의 고령화 시대, 자연재해, 기계화의 오염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룬 작품을 내놓는다.
“사람들이 태엽을 되감을 수 있다고 한다면, 왜 시간 역시 되감을 수는 없는 것일까, 왜 폐허는 스스로 일어날 수 없고, 늙은이는 아기로 성장해 갈 수 없는가, 시간은 무엇이 그리 특별해서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면서 “근본적으로 보면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동일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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