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진실을 모두 알지 못하는 ‘법’…인간을 단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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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6.10 13: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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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체계 밖의 진실 그린 영화
‘악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경찰이 잡고 검찰이 기소하면 판사는 감옥에 가두거나 풀어준다. 그런데 이렇게 완성된 사법적 정의는 과연 최종 정의인가. 법은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가.
법이 무력한 지점에서 예술이 개입한다. 사법 체계 바깥의 진실을 그린 일본 영화, 미국 영화가 나란히 개봉한다.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두 작품엔 공통점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 원작,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악인>은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해 각종 영화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인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영화가 판치는 일본 극장가에서 139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시종 무거운 분위기 등 불리한 조건을 무릅쓰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막노동을 하며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유이치(쓰마부키 사토시)는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요시노(미츠시마 히카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유이치는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또다른 여인 미츠요(후카츠 에리)와 도피한다.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웠던 둘은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경찰, 언론, 대중은 유이치를 ‘살인범’이라고 규정했고, 유이치가 사람을 죽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살인범’이라는 낙인만으로는 유이치라는 인간의 면모가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법적으로 단죄받겠지만, 도덕적으로 단죄받을 사람은 따로 있다.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요시노를 인적 드문 밤길에 버려두고 간 부잣집 아들, 부잣집 아들과의 로맨스가 거품처럼 사라지자 그 책임을 가난한 유이치에게 돌리는 요시노, 유이치의 할머니에게 초파리떼처럼 달려들어 대속을 요구하는 언론, 피살자 요시노의 평소 행적에 대해 뒤에서 수근대는 조문객 등.
후반부는 유이치와 미츠요의 도피 행각에 집중한다. 많은 영화들이 그렸던 범죄자 커플의 낭만적 도피가 아니기에, 둘에겐 벼랑 끝의 파멸이 예정돼 있다. 경찰과 언론에 쫓기는 두 남녀는 맹수 앞의 초식 동물처럼 힘이 없다. 살인범의 속내를 알 수 없었던 관객은 이제 본격적으로 유이치의 처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결국 유이치도 법에 의해 심판받은 많은 범죄자들처럼 ‘악인’으로 규정되겠지만, 한 사람을 판단하는데는 법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영화는 알려준다.
마이클 코넬리 원작, 브래드 퍼맨 연출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거리의 변호사’가 판치는 미국식 사법 체계의 허점을 노려본다. 주인공 미키 할러(매튜 매커너히)는 대통령 의전차량으로도 사용되는 고급 승용차인 링컨 컨티넨털을 타고 다니며 한껏 허세를 부리는 변호사다.
링컨차에 탄 채로 변호를 원하는 범죄자들과 흥정하고, 돈을 내면 그의 차량 번호판에 적힌 대로 ‘NTGUILTY’(무죄)로 만들어 준다. 할러는 브로커를 통해 부동산 재벌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의 성폭행 미수 사건을 맡는다. 룰레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며 강력히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할러는 사건을 맡는 순간 자신이야말로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영화는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변호인이 의뢰인과 나눈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이는 증거로도 채택될 수 없다는 원칙)을 소재로 한다. 할러는 룰레가 또다른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눈치채지만 단죄할 방법이 없다. 할리우드의 많은 법정영화들은 ‘억울한 의뢰인→사건 실체에 접근하는 변호사→외압→배심원 앞에서의 명변론→무죄’의 패턴을 따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할러는 법정에서의 변론보다는 검사의 파일을 빼내거나 검사와 거래해 형량을 낮추는 방법을 선호한다. DNA 증거와 목격자의 진술을 믿지만, 정작 의뢰인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관리해온 ‘인맥’을 이용해 접견이 금지된 사람을 만나거나 정보를 얻는다. 판결이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거래’에 가깝다는 씁쓸한 사실을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보여준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은 수임료가 비싼 스타 변호사를 선임해 강력한 심증을 이겨내고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같이 모순에 가득찬 미국식 사법체계에 기생하는 할러는 검찰, 경찰들로부터 “돈 때문에 쓰레기들을 변호한다”는 경멸을 받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이 같은 ‘속물 변호사’ 역시 일말의 양심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할리우드 엔딩’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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