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군복 등 전쟁의 상징물 조합 평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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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11.06.07 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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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이용백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이용백씨(45)는 2일 한국관 전시 개막과 함께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지난달 18일 베니스비엔날레에 도착하자마자 예정에 없던 작품을 추가 설치하는 등 개막 직전까지 마음이 바빴던 그는 세계적인 미술관 대표들의 러브콜을 받는 베니스의 스타가 됐다. “이번 한국관 개막식은 일생 동안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겁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 등 각국의 유명 미술관 대표들이 제 작품을 보기 위해 한국관 개막식에 참석했으니 더 이상의 영광은 없지요.”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이 89개 국가관의 개막잔치를 마다하고 한국관 작가 이용백의 작품을 보러 왔다. 이번 한국관 전시 개막이 성황을 이룬 배경에는 세계적인 철학자 존 라이크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영향력도 합해졌다. 지난 겨울 이용백 작가의 김포연습실을 찾은 라이크먼 교수는 군복에 꽃을 달아 평화를 역설하는 작가의 철학에 깊은 관심을 보인 후 “이용백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 사이의 다양한 점프를 통해 매우 독창적인 시각적 결과물과 관람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수작”이라고 평했다. 이후 석 달의 연구기간을 거쳐 이용백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관한 비평문을 발표했다.

한국관 주제인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아물겠지요’가 상징하듯, 그의 작품은 정치와 사회, 존재의 상처와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테크놀로지적 실험 형식에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개막식에선 특히 꽃 달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엔젤 솔저(Angel Soldier)’, 즉 천사와 전사의 이미지를 이용한 퍼포먼스였다. 한국관에 전시되는 작품은 ‘엔젤 솔저’ 시리즈인 설치작품 1점, 비디오작품 1점, 사진 5점, 거푸집으로 만든 피에타상 2점, 깨진 거울시리즈 4점, 플라스틱 피시 600호 1점 등 14점이다. 한국관 옥상에 설치된 ‘엔젤 솔저’ 작품은 작가가 베니스 거리에 널린 빨래들을 보고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작품이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보면서 평화롭고 한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엔젤 솔저’의 군복을 빨래처럼 널어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더군요. 그 즉시 한국에 연락해 군복 25벌을 보내라 했는데, 군복들이 개막 이틀 전에야 도착했어요.”

군복 도착이 지연된 데는 다른 사연도 있다. 세관에서 무더기 군복을 보고 옷장사로 오해, 제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용백 작가는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지속하며 작가로서의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전쟁을 상징하는 물건을 통해 평화를 역설하고 있다. 20분 길이의 비디오 아트 작품 ‘엔젤 솔저’는 벽과 바닥 등 사방이 온통 꽃으로 뒤덮인 공간 속에서 꽃으로 위장한 5명의 무장 병사가 초고속 촬영에 의해 움직임을 거의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느리게 움직이는 내용이다. “ ‘엔젤 솔저’ 시리즈는 현대미술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꽃을 활용한 작업입니다. (작품이) 뜰 줄 알았어요. 아름다움이 지닌 공포심, 긴장감은 동서양에서 모두 공감하는 정서죠. 알록달록 유치한 조화가 재미있기도 하고요.” 조화는 서울 강남터미널 꽃시장에서 600만원어치를 구입해 군복에 장식했고, 꽃무늬 옷감으로 만든 군복도 있다. 군복에 대한 통념을 깨는 작업이다. ‘깨진 거울’ 작업은 “와장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거울에 금이 가는 비디오 작품이다. 관람객이 거울 앞에 서면 거울 깨지는 소리와 함께 관람객을 비춘 거울 표면에 금이 간다. 이때 관람객들은 대부분 깜짝 놀라게 마련이다. 

“거울 뒤에 모니터가 설치된 특수 거울인데 관람객들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얼굴과 가슴을 겨냥한 거울의 금은 실제 거울에 총을 쏘아 1초당 5만 프레임이 돌아가도록 촬영한 총격 영상입니다. 예쁘면서도 폭력적인 부분, 전쟁고발을 통해 시대적 배경과 호흡하고 싶었어요.” ‘피에타’ 시리즈는 조각을 만들기 위해 이용한 후 버린 빈껍데기 거푸집을 역으로 이용한 작업이다. ‘플라스틱 피시’는 낚시용 생선미끼를 화폭에 확대해 담았다. 자연을 모방한 미끼 모양을 보면 실제보다 더 화려하고 더 반짝거리고 더 과장됐는데, 이는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화려함을 닮았다. “이제 시작입니다. 축구로 말하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거죠. 잘 뛰면 ‘박지성’ 되는 거고 아니면 잊혀지는 거죠. 베니스비엔날레 참가로 2년 정도 작업 일정이 빨라진 건 사실입니다.” 1990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에서 수학한 이용백은 비디오에서부터 설치·음향·키네틱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작업에 활용해온 작가다. 특히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예민한 정치·사회적 쟁점을 독특하게 표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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