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예] ‘써니’ 강형철 감독, 영화는 순수한 상술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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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1.06.02 14:59:11
  • 조회: 693

 

‘소포모 징크스’는 영화감독에게도 적용된다. 매년 작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 감독의 경우, 두 번째 작품에서의 징크스를 의미한다. 두 차례 연속 성공은 쉽지 않다.
강형철(37) 감독은 예외다. 2008년 830만명이 본 ‘과속 스캔들’에 이어 올해 자신의 두 번째 작품인 ‘써니’를 들고 돌아와 소포모 징크스에 도전했다. 그리고 5월31일까지 350만명을 스크린 앞에 앉혔다. ‘과속스캔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실 300만명은 넘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어요.”
강 감독은 ‘써니’의 흥행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다들 830만 흥행 신화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게 칭찬인 걸 알면서도 왠지 관객 수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반갑지만은 않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전편의 성공 덕에 이번 작품은 흥행에 관계없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찍을 수 있어서 감사했죠”라며 전작 성공의 장·단점을 전했다.
‘써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대결했다. 개봉 전 4월 말부터 시작한 유료시사회에서는 ‘토르: 천둥의 신’, 개봉일인 4일부터는 ‘소스코드’, 200만명을 모은 18일 이후 이후에는 ‘캐리비안의 해적4’와 경쟁했다. 요즘은 만화영화 ‘쿵푸팬더2’와 겨루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진 상태라 ‘써니’는 그야말로 ‘국가대표’인 셈이다.
“개봉 시기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오히려 재미있는 영화가 많아야 관객들에게 좋은 것이 아닐까요?” ‘써니’의 성공에는 아이 같은 이런 발상이 크게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써니’가 베일을 벗었을 때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여성들이 나오는 영화이니 여성이나 기성 세대는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어필하기 힘들 것이다”였다. 더군다나 ‘스타’도, ‘티켓파워 배우’도 없어서 그런 우려는 더욱 컸다.
그러나 ‘써니’는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 특히 10대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청소년들은 ‘엄마 세대도 저랬구나’ 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영화를 지켜본다.
강 감독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라며 “오히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느냐를 보여주고 싶었죠”라고 털어놓았다. 늦잠을 잔 ‘나미’의 딸이 왜 안 깨웠느냐고 투정하자 나미가 “깨울 때 일어나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25년 전의 어린 나미가 더 심하게 늦잠 자고 허둥대는 모습을 오버랩한다. “자기는 더 심했던 거죠. 엄마의 소녀시절도 딸들의 지금이나 똑같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어요.”
여성들만 볼 것이라는 선입관 역시 처음에는 애인, 부인의 손에 이끌려 보러 왔다가 오히려 더 껄껄대며 웃고, 눈물·콧물 빼는 남성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힘을 잃었다. 그런 남성들이 이 영화의 자발적인 홍보대사가 됐음은 물론이다.
스타급 배우의 부재에 대해 강 감독은 할 말이 많다.
“제가 일부러 스타를 기용하는 것을 피했다고 오해들 하시는데 그건 아니에요. 유호정, 진희경 선배 모두 제겐 대스타인데요? 저는 스타든, 신인이든 배역에 적격인 배우를 쓰려고 합니다. 적역인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그게 바로 스타가 나오는 것이죠.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적역 위주의 캐스팅은 10대로 설정된 아역들을 ‘어린 나미’를 연기한 심은경(17)을 제외하고는 모두 20대 초중반 배우들이 맡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실력이 우선이었어요. 10대를 일부러 안 쓴 것은 아니었고, 20대도 연기만 잘하면 외모를 10대로 충분히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연기에 더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혹자는 ‘써니’를 보고 우정을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추억을 얘기한다. “우정, 추억도 있겠지만 저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에는 80년대 열혈 운동권이었던 ‘나미’의 오빠가 25년 뒤에는 회사 직원들의 임금을 횡령했다가 구속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걸 풍자로 보는 분도 있는데 제가 정작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러니였어요”라며 “소녀시절 예쁘고 귀여웠던 ‘복희’가 아이러니하게도 술집 여자로 전락한 것이나 건강했던 ‘춘화’가 아프다는 것도 이 영화가 얘기하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직접 화법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들이었던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암으로 투병하던 춘화는 영화 끝무렵 그만 죽고 만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녀의 죽음 앞에 슬퍼하기보다 그녀를 위해 신나게 춤을 춘다. 25년 전 학교 축제에서 추려다 ‘수지’의 사고 탓에 결국 추지 못했던 그 춤이다.
“영정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은 감독이자 작가인 제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만이 춘화가 행복한 죽음, 멋있는 죽음을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 역시 춘화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는 것인데 써니가 친구를 보내주는 방법으로 그 방법이 좋다고 믿었습니다. 다시 이 작품을 찍어도 똑같이 찍을 겁니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전부는 아니다. 마케팅적으로 잘 팔릴만한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는 용의주도함도 갖추고 있다. 그 하이라이트가 이미 죽은 걸로 여겨지던 수지가 마지막 장면에 미소를 띈 채 등장하는 장면이다. 수지의 성인 역은 모델 윤정(48)이다. 윤정은 포스터에도 안 나올 뿐 아니라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에도 꼭꼭 감춰져 있다.
강 감독은 “성인 수지를 포스터에서 감춘 것은 마케팅적으로 의도한 것이 맞습니다”라면서 “하지만 그보다 제가 수지를 마지막에 등장시킨 이유는 따로 있어요. 관객들이 수지가 언제 나타날까 하는데 춘화가 남은 친구들에게 듬뿍 선물도 주고, 친구들이 춘화의 소원대로 함께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잊잖아요? 그런 리듬의 엇박자에서 과거에 안 좋은 일 있었는데 미소 한 방으로 ‘나 그 동안 잘 살고 있었어’를 은유법으로 표현하면서 수지가 등장하면서 ‘그녀들은 25년 전 라이벌 써클 소녀시대와 맞붙을 때처럼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만나게 됐다’는, 그런 동화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죠”라고 밝혔다.
강 감독이 상업적으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었다. 관객들이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영화에 호감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소포모 징크스를 멋지게 깬 강 감독의 질주는 현재 진행형이다. ‘써니’ 배급사인 CJ E&M 영화부문은 이런 추세라면 ‘써니’가 ‘과속스캔들’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시장 상황은 3년 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나빠졌다. 어쩌면 지금의 500만명은 3년 전 1000만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세대를 아우르고,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국민영화’라는 자신감 덕이다.
첫 목표였던 300만 돌파로 강 감독은 원했던 기회를 얻게 됐다. 바로 ‘감독판’ 작업이다.
“일단 300만을 넘었으니 계획했던 것처럼 감독판 작업을 할 겁니다. 등급 심의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빼야 했던 욕도 죄다 넣을 거구요. 폭력신은 편집을 새롭게 해볼 생각입니다.”
‘써니’가 한창 상영 중인데 세 번째 작품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것은 흥행 감독을 대하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새 작품이요? 과속스캔들 성공 이후 1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쉬었어요. 새 작품도 언제 시작하게 될 지는 아직 모르죠. 써니 이후에 한동안 쉴 지, 지금 이 순간에도 갑자기 새 작품이 하고 싶으면 바로 틀어박혀서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으니까요. 인생은 아이러니하니까요…. 시기는 몰라도 장르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요. 액션도 관심 있고, 사극도 흥미롭죠. 장르를 떠나 즐겁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예쁜 영화 써니를 행복하게 봐주세요. 저는 수지처럼 잊혀질 때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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